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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카고>를 보면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이 어째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려놓았는지,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왜 개막작으로 초대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타들의 화려한 춤과 신나는 노래, 탄탄한 구성과 줄거리, 쇼 비즈니스 세계의 이면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등 관객과 평단을 매혹시킬 요소가 빠짐없이 들어 있다. 이 정도면 `뮤지컬 영화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충무로의 속설을 낭설로 뒤바꿔놓을 만하다.눈을 클로즈업하던 카메라가 눈동자 안으로 빨려들어가자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하는 구령과 함께 흥겨운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주인공은 시카고 최고의 스타인 켈리 자매. 그러나 오늘은 언니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만이 무대에 올랐다. 불륜관계를 맺어온 남편과 동생을 쏘아죽이고 왔기 때문이다.객석 뒤편에서 벨마를 선망의 눈길로 지켜보던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스포트라이트를 약속하며 접근해온 프레드가 몸만 노린 사기꾼이었다는 사
[새 영화]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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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하는 영화 <문라이트 마일>(원제 Moonlight Mile)은 영화답지 않은 일상의 에너지가 매력적으로 와 닿는 영화다. 결혼을 앞둔 한 여자가 살해당한 뒤 남겨진 사람들의 관계는 '이상한 것'들 투성이다. 사건 며칠 전에 파혼을 선언당한 청년은 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약혼녀 가족과 같이 생활하고 딸을 잃은 부모는 태연한 척 일을 계속하며 사람들의 위로를 부담스러워한다. 약혼자가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것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 속 청년의 말처럼 우리가 기껏해봐야 한 사람을 60% 정도밖에 모른다는 쉬운 진실에 있다. 픽션에 길들여진 관객의 예측에 영화는 한 걸음씩 벗어나 있다.베트남 전쟁이 막 끝난 70년대 미국의 한 작은 마을. 조(제이크 길렌할)는 헤어진 약혼녀 다이애나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되자 그녀의 부모 벤(더스틴 호프만)과 조조(수전 서랜든)의 곁에 남는다. 조를 통해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하려는 벤과 겉으로 냉정한 척하
[새 영화] <문라이트 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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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아시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설경구와 문소리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것 같은 국내 남녀배우' 1위에 나란히 올랐다. 오는 24일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기념해 영화채널 OCN이 지난 2월 12일∼3월 11일 네티즌 5천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설경구와 문소리가 각각 47%(1309명), 37%(1076명)의 압도적인 지지로 남녀별 1위를 차지했다.
남녀별 2위에는 13%(354명)의 지지를 받은 `국민배우' 안성기, 15%(432명)의 응답을 받은<중독>의 이미연이 랭크됐다.
3위는 <이중간첩>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한석규(11%ㆍ295명)와 드라마<별을 쏘다>에 출연한 전도연(14%ㆍ410명)이 차지했다.
한편 연인 사이로 알려진 신세대 배우 류승범과 공효진이 각각 10%(269명), 9%(263)의 응답률을 보이며 나란히 4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아카데미상 받을 것 같은 배우는 설경구와 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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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감독의 영화 <상록수>가 오는 5월 14일 프랑스에서 개막될 제5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다. 심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61년 작 <상록수>는 농촌 계몽운동에 헌신하는 남녀의 순애보를 그린 작품으로 신상옥 감독의 부인인 최은희와 신영균이 주인공 채영신과 박동혁으로 둥장했고 허장강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칸 영화제가 우리나라 감독의 영화를 회고전에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상옥 감독은 94년 제47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으며 99년과 2002년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회고전이 두 차례나 열리는 등 프랑스 영화계와 인연이 깊다.
(서울=연합뉴스)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 칸 영화제에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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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히트한 일본 어린이 만화영화 4편을 극장판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은 13일부터 28일까지 문화원 내 3층 뉴센추리홀에서 `일본 명작 애니메이션 DVD 상영회'를 갖는다.구스바 히로미 감독의 `마르코'는 1976년 국내에서 감동과 눈물을 자아낸 <엄마 찾아 삼만리>를 극장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세기 불황에 빠진 이탈리아에서 남미로 돈벌러 떠난 엄마를 찾아가는 9살 소년 마르코의 1만2천km 여정이 그려진다.<내일의 죠>는 1편과 2편이 따로 상영된다. 떠돌이 소년 야부키 죠가 전직 프로복서인 단게 단페이를 만나 세계 챔피언에 오르는 복싱 만화로 한국에서는 1970년대에 <도전자 허리케인>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소개됐다.1979년 대히트작인 <은하철도 999>의 속편 <안녕 은하철도 999>도 선보인다.만화, TV애니메이션, 영화를 포함한 <은하철도 999>에 숨어 있
<엄마찾아 삼만리> 등 日 애니메이션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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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 너구리 속을 알 수 있을까?2002년 미국 게임 시장의 규모가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해 영화 흥행수입 총액인 93억달러보다 앞섰을 뿐 아니라 한발 먼저 100억달러 벽을 깼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게임잡지들뿐 아니라 돈문제라면 민감한 각종 경제잡지들까지 멀티미디어 산업의 왕자가 교체된다며 흥분해서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플레이스테이션2 국내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슬라이 쿠퍼>가 출시되었다. 원제는 거창하기 짝이 없는 <슬라이 쿠퍼와 티에비우스 라쿠누스>. 까놓고 말하자면 ‘너구리 도둑론’이다. 주인공 슬라이 쿠퍼는 도둑질 하나로 오랜 세월 번성한 명문 너구리 가문의 후예다. 이 가문에 위기가 닥쳤으니, 대대로 이어진 도둑술을 집대성한 책 ‘티에비우스 라쿠누스’를 악당들에게 강탈당한다. 빼앗긴 비전서를 되찾아오기 위해 슬라이 쿠퍼와 동료들이 나선다.스타일 자체는 전형적인 아케이드 액션게임이지만 다양한 기술을 써서 건물 안팎,
<슬라이 쿠퍼와 티에비우스 라쿠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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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주연의 영화 <선생 김봉두> 홈페이지는 동화책을 펼친 것처럼 따뜻한 일러스트로 꾸몄다. 영화의 주인공은 차승원이 분한 오지마을 분교의 선생님과 아이들인데 이들이 실물사진보다 생기있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홈페이지에 등장한다. 그래서 오히려 인물들을 금방 친숙해지게 만든다. 메뉴이름도 각자 캐릭터에 맞게 ‘봉두 선생님의 수업시간’, ‘성만이의 방’, ‘남진이의 사방치기’ 등으로 지었고 아이가 강원도 사투리로 말하듯 소개하는 것이 특징. ‘애순이의 환경미화’ 코너는 가장 시각적으로 즐거운 코너다. 새 학년에 올라가면 교실 뒤편을 각종 미술작품과 알림판으로 꾸미던 광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봉두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등장인물의 자기소개를 볼 수 있는데 이중 ‘소석이’는 홈페이지(sosuk.pe.kr)를 따로 개설한 것이 특이하다. 이곳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산골 초등학생들의 그림과 함께 영화 제작과정이 일기 형식으로 담겨 있다. O.S.T는 ‘성만이의 방’ 책꽂이에
따뜻한 동화책,<선생 김봉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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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고향미라 소비노가 주연한 <미믹>은 그리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었지만, 몇 가지 면에서는 뚜렷하게 인상을 남긴 영화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뉴욕 맨해튼의 지하에 그렇게 거대한 공간이 있고 그곳에 과거의 뉴욕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사용되었던 지하철역이, 몇 십년 전부터 사용되지 않고 지하에 원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아주 기묘하게 느껴졌을 정도. 세계의 수도라고 불리는 뉴욕의 지하에 그런 현대판 유물들이 남아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마천루가 생겨나는 과정에서 과거의 건축물들이 모두 깨끗이 철거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지하에 무엇이 남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얼마 전 개봉된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 그려지는 19세기 뉴욕 맨해튼 빈민가의 모습 또한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스크린 위에 그려지는 장소와 상황이 내가 알고 있는 뉴욕의 과거 모습이라고는
<갱스 오브 뉴욕>의 무대가 된 파이브 포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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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엔 너무 아픈, 잊기엔 너무 같은내가 대학생에서 회사원으로 신분이 바뀌고, 악명 높은 선배한테 별것도 아닌 일로 된통 혼이 난 뒤 혼자 씩씩대고 있을 때, 아버지는 조용히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네가 받는 월급에는 상사한테 욕먹는 값도 들어 있다. 그게 회사생활이다.”그로부터 십수년이 흐른 지금, 지난 2월 말부터 EBS에서 방영되는 30부작 <샐러리맨 딜버트>(월∼금 밤 9시)를 보면서 당시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리고 여전히 회사원인 나는, 주인공 딜버트의 모습을 보며 그의 월급이 얼마인지 생각해본다.딜버트는 엔지니어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하이테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아이큐가 170이나 되는 천재에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모범직원이다. 하지만 그의 진지함과 진득함은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머리털이 귀 뒤로 뿔처럼 솟아오른 상사를 비롯해 사사건건 시비걸기 좋아하는 여직원 앨리스, 회사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는 냉소적인 왈리, 무능하고 심약한 인턴
30부작 TV시리즈 <샐러리맨 딜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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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램프 신작 <합법 드러그>최강의 팀 만화가 클램프(CLAMP)의 신작 <합법 드러그>가 번역 출간되기 시작했다(서울문화사 펴냄). <미스터리 극장 에지>와 비슷하게 물건에 깃든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 주인공이 수상한 냄새가 잔뜩 풍기는 ‘초록 약국’에서 일하면서 생기는 신비한 사건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와 <좋으니까 좋아>의 작화를 담당했던 미쿠 네코이가 이 작품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 다소 편안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수상한 점장 등 4인조가 모여든 약국의 풍경은 <서양 골동 양과자점>과 비슷한 재미를 주는데, 클램프와 동인지계 소녀만화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작품.여성만화작가 기획전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만화가들의 원화, 일러스트레이션, 소품 등이 함께 전시되는 ‘여성만화작가 기획전’이 3월7일부터 4월6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 전시관에서 열린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한국여성만화인협의회가
[만화가 화제] 클램프 신작 <합법 드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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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파티마, 피에 젖은 파트너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지, 언제쯤 그 긴 이야기가 끝나는지, 다만 그것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러나 부질없는 희망인가? 수만년에 걸친 별과 기사와 요정과 기계괴물의 이야기를 불과 몇 십년 동안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가 겨우겨우 10권을 냈다.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별다른 해설도 붙지 않고 만화로만 260쪽이 넘는 최대 분량의 권이다. 이것으로 9권에서 시작된 제5화 <더 시발리스>(the Chivalries)가 종결되었다. 오랜 다섯별 이야기 중 가장 슬프고도 아름답고 유머 넘치는 테마, 기사와 파티마의 발라드가 빛나는 화음으로 어우러졌다.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제5화는 그야말로 ‘기사와 파티마’의 이야기다. 중심 줄거리는 성단력 2995년에서부터 3010년 마법제국 황제 보스 야스포트의 플로트 템플 내습에 이르기까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10권,제5화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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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는 것은 정확히 말해서 가능한 불가능한 일이며, 불가능한 가능한 일이다”라고 에드거 모랭은 쓴 적이 있다. 스타의 왕국 바깥에서 서성대기만 하다가 결국 그 성역에 들어가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보건대 확실히 스타에의 길은 확률상 가능보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무명이었다가 단 하룻밤 만에 스타의 자리에 등극한 이들의 적지 않은 사례는 스타가 된다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로 보이게도 한다.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 두 가지 길을 떠올리며 낙담과 자기 위안 사이를 오갈 때, 오래 전부터 이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왔던 할리우드는 동일한 두 가지 길을 이야기의 추진력 삼아 스타 지망생들에게 경계심을 촉구하는 영화와 그들을 격려하는 영화를 내놓았다. 한편에는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을 꿈꾸던 이들이 실망과 환멸을 경험하고 마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있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이라고 달콤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나왔던 것이다. 스
할리우드, 꿈★은 이루어진다,<스타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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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몇편을 보고 뿌듯한 기분으로 활력연구소를 나오는데 문득 ‘그 선배’ 생각이 나 전화를 걸었다. “형, 활력연구소라고 알아?” “활력도 연구 하냐?” “그게 아니라 미디어센턴데…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도 볼 수 있고 편집도 할 수 있고 사진도 볼 수 있는 그런 곳인데… 하여튼 되게 재밌어요. 시간 좀 내요.” “어디 있는 건데?” “충무로역이요.” 나는 지하철 안이라 짧게 약속시간만 정하고 퍼블릭 액세스에 대해서 말하려다 참았다. 퍼블릭 액세스, 글자 그대로 공공이, 공공적 차원에, 누구나 공공적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로 아직 초보적인 논의 단계에 있지만 미디액트와 활력연구소 같은 열린 공간을 만들어냈을 만큼 중요한 개념이다. 그 선배는 만학도로 올해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신촌의 C교회에서 그 지역 대중을 상대로 매주 한번 주최하는 ‘목요쉼터’의 공연기획(콘서트, 영화 상영, 공연, 공개방송 등)을 몇년째 담당하고 있다. 뇌의 반은 예수 반은 대
퍼블릭 액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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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 Work, 2002년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프 대니얼스안젤리카 휴스턴, 완다 드 지저스, 티나 리포드 장르 스릴러 (워너)이 남자는 너무 늙었다. <블러드 워크>는 범인을 쫓다가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테리 맥켈럽(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내가 법이다’라고 당당하게 뇌까리던 더티 해리의 노년을 보는 기분은 예사롭지 않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동작은 둔해지고, 새까만 후배에게 멸시까지 당한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블러드 워크>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전작인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그랬듯이 삶의 황혼을 즐기는, 인생의 잠언을 이야기해도 어색하지 않을, 어른의 묵직한 발걸음을 보여준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리듬을 타고 있는 영화의 흐름도, 노인의 오래된 걸음과 닮아 있다.<블러드 워크>는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을, <페이백>과 <기사 윌리엄>의 감독 마이클
늙은 더티 해리의 비애,<블러드 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