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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태어날 때 4㎏였는데요. 걔를 머리에 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무거워 죽겠어요."13일 오후 남양주의 종합촬영소에서 만난 이미숙(42)은 머리 위에 쓴 '가채'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가채'는 조선시대 사대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사치 문화의 상징. 연두색 저고리와 진 회색 치마, 가채머리 위 나비모양의 장신구까지 잔뜩 치장을 한 이미숙은 시원시원한 말투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설명했다."조씨 부인은 당시로 보면 요부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좀 '(잘)난 여자'죠. 현모양처와 요부 두 가지 모습을 같이 보여줘야 하는 게 어렵지만 매력적인 역이에요"이미숙은 이 영화의 연출자인 이재용 감독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고래사냥>, <거리의 악사>, <겨울나그네> 등의 영화 이후 한동안 스크린을 떠나있던 그녀가 98년 이재용 감독의 데뷔작 <정사>를 계기로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낸 것. 이번 영화의 출연을 결심한 것도 <정사&g
[인터뷰] <스캔들>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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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의 영화축제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카데미 조직위원회가 14일 작품상을 위해 불법로비를 벌인 영화사를 이례적으로 엄중 비난하며 순수성을 유지해줄 것을 각 스튜디오에 촉구했다. 이같은 조치는 메이저 스튜디오 미라맥스가 수상작 결정시 전현직 조직위 관계자의 입김을 배제한다는 아카데미의 오랜 불문율을 깨뜨린 것에서 비롯됐다.<갱스 오브 뉴욕>의 재정과 배급을 담당한 미라맥스는 영화계의 유력인사인 로버트 와이즈에게 로스앤젤레스의 한 신문에 이 영화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를 감독상 수상자로 강력 추천하는 의견을 기고케한 후 이를 인쇄, 미국 유력지 2곳과 할리우드 업계소식지의 광고에 끼워넣는 등 홍보활동에 이용했다. 와이즈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1961년)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조직위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같은 광고는 조직위 전현직 구성원의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나 공개추천을 금한 아카데미의 오랜 불문율을 위반한
오스카 조직위, 영화사 불법로비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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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죽으면 한 세상이 사라진다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풍자가 성심을 오히려 심화하는, 치열하게 너그러운 문장으로 이 시대 가장 천대받는 농민 소재에 풍만하면서도 고전적인 품격을 부여한 이문구 소설을 기억한다면 더욱 그렇고, 천라지망 정신으로 삶의 일상을 묘파해내고 필경은 웃음과 울음의 경계를 아름답게 허무는 이문구 산문을 안다면 더욱 그렇고, 문단 선후배 일상의 피와 살을 수습, 녹청으로 유구한 문학 자체의 생애를 조각해내는 이문구 발문을 읽었다면 더욱 그렇고, 인간 이문구를 조금이나마 접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는 갔고, 삽시간에 세상은 황량하다.그의 문학에 감동하지 않은 독자 없고 그의 문장을 선망하지 않은 작가 없고 그의 어린 시절을 블랙홀로 만들어버린 6·25전쟁 비극의 참혹과 경악을 공유하지 않는 독자-작가 없고 그의 신세를 지지 않은 친지-후배 없고 그가 쓴 발문을 자기 책 뒤에 달아보는 것이 작가들의 오랜 소망이었고, 오래된 사람들은 대체로 희망을 이루었다.그를
당연한 말 거짓말,소설가 이문구의 죽음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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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를 만들었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2002년 작품 <디 아워스>는 세겹의 하루를 다루고 있다. 그 세겹의 하루는 역시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다룬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통해 짜여진다. 허구의 텍스트가 허구의 현실을 구성하는 근거 역할을 하는 흥미로운 구조의 이 영화는 매우 조직적으로 수십년의 간격을 두고 존재하는 세겹의 현재를 조명해내고 있다. 이 세개의 하루는 형식적으로는 동일한 텍스트를 각각 다르게 읽어내는 일종의 ‘반복’이기도 하다. 물론 이 동어반복은 세월의 차이를 통해 각각 다르게 변주되고 있다.음악을 맡은 사람은 필립 글래스. 그는 반복과 변주라는 이 영화의 메커니즘에 잘 어울린다. 미국이 배출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의 음악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 ‘미니멀리즘’의 범주 안에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미니멀리즘의 태두라면 역시 스티브 라이히다. 스티브
반복과 변주,<디 아워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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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전기 <마돈나 섹슈얼 라이프: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이제 얼굴까지 몰락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가슴이 아프다. 그를 열광적으로 좋아한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한동안 마이클 잭슨은 같은 시대를 걸어간다는 느낌이 있었다. 동시대의 스타라는 존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굳이 팬이 아니라도 연대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한데 마돈나 같은 경우는 좀 다르다. 마이클 잭슨과 함께 1980년대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던 마돈나는 90년대를 뚫고 21세기에도 변함없는 최고의 스타다. 보이 토이에서 섹스의 화신을 지나왔고 지금은 종교와 가정이라는 새로운 수호신을 거느리고 있다. 마돈나의 위대한 성공과 끊임없는 변신은, 그녀를 올려다보게 만든다. 마를렌 디트리히 같은 여배우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아니면 마돈나가 그렇게도 숭상한다는 그레이스 켈리나.
<마돈나 섹슈얼 라이프: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는 마돈나의 삶과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이애나비
세상을 지배하고 싶었던 소녀,마돈나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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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 로저 에버트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1만5천원세계적으로 지명도 높은 평론가인 로저 에버트가 영화사의 걸작 90편을 뽑아 평을 적었다. 신문이나 TV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사람답게 선정 기준에 대중성이 있는 편이고 문체 역시 편안하다. 초창기 걸작부터 비교적 최근작에 이르는 영화사를 가볍게 산책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우미 구실을 할 수 있을 듯. 선정된 영화 목록과 내용은 그 자체가 절대적이라기보다 한 분야에 오래도록 종사해온 어느 전문가의 통찰력 있는 관점을 경청하는 기분을 준다. 영화마다 엄선된 한컷의 흑백스틸과 함께 대여섯쪽 안팎의 짧은 글로 마무리지었다.<종소리> 신경숙 지음/ 문학동네 펴냄/ 8500원<종소리> <물 속의 사원> <달의 물> 등 신경숙이 지난 3년에 걸쳐 발표한 여섯편의 짧은 소설을 묶은 소설집. 해설자에 따르면 신경숙 소설은 친밀성의 부재로 표현되는 현대인의 불행한 실존과 기억이나 아우라
책, 공연 등 문화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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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민통치가 가혹해지던 1937년 스탈린은 일본과의 전쟁을 예상하고 연해주에 살던 한인들을 “일본의 스파이”라는 명목으로 마구 잡아들인다. 또 이들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대규모 강제이주시킨다. 가축운반용 화물열차에 스무날 넘게 실려와 우즈베키스탄의 허허벌판에 내동댕이쳐진 사람들 가운데 10살짜리 소년 신순남도 있었다.97분짜리 다큐멘터리 <하늘색 고향>은 부모 없이 자란 이 소년이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을 강제이주 직후 잃고 화가로 성장해 가슴 아픈 가족사와 민족사를 캔버스에 새겨넣기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여기에 소년 신순남처럼 체포와 기아, 전염병 등으로 가족들을 잃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한 채 세월을 버텨온 한인들의 ‘유랑기’가 포개진다.신순남 화백의 가로 44m, 세로 3m의 거대한 연작그림 <레퀴엠>은 이 모든 과정을 축약한 <하늘색 고향>의 밑그림이다. 90년대 이후 신 화백은 구소련 연방 전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레퀴
신순남 화백의 가족사 고통스런 민족사 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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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SBS 밤 11시40분)=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고 고지서를 배달하는 동사무소 직원 우인. 일에 대해서도, 다른 것에서도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우인의 유일한 즐거움은 포르노사이트를 헤매는 일이다. 우인은 주민증을 갱신하러 온 미나(김민희)에게 반하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우연히 포르노사이트에서 미나와 비슷하게 생긴 ‘루비구두를 신은 아사코’를 발견하고 그 모델에 빠져든다. 아사코라는 예명을 가진 아야는 날짜변경선에서 자살할 요량으로 알래스카행 항공권을 구하기 위해 성인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본소녀다.<정사>를 만든 이재용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으로 <순애보>는 제목처럼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건 아주 짧은 두 순간. 특히 두사람이 처음으로 눈이 마주치는 건 우연히 같이 탄 비행기에서 내린 마지막 장면에서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마지막 대사는 그러므로 로맨스의 시작이다. 감독은 말랑한 로맨스를 보여주
사막같은 일상 현미경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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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최고의 DVD 출시 화제작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오는 4월 18일 출시된다. 지난 14일 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 (대표 이현렬)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의 DVD & VHS의 동시 출시를 앞두고 대규모의 리테일러 컨퍼런스를 개최해 DVD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마케팅 플랜등을 밝혔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DVD는 16:9 와이드 스크린, 4:3 스탠다드 스크린 등 두가지 버전으로 출시되며, 3D 입체 메뉴와 원작자 인터뷰, 19개의 삭제 장면, 그리고, 재미있고 다양한 부가영상 등 서플먼트가 풍부하다.한편, 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는 "DVD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 이러한 시기에 발맞추어 출시되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DVD가 위축된 국내 DVD 판매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인터넷 씨네21팀 ci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DVD 오는 4월 18일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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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말로의 삶은 그의 모든 소설들보다 더 소설적이다.” 프랑스 작가이자 기자인 레미 코페르가 그에 대한 소설로 쓴 평전에서 한 말이다. 이는 비단 그만의 평가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러르는 신화이며, 말로 자신이 한 말이기도 하다. 앙드레 말로는 1901년 11월에 태어나서 1976년 11월까지 문학가와 모험가로서 때로는 정치가와 기회주의자로 20세기의 한 시대를 살았다.1920년대에 말로는 인도차이나에서 반식민주의의 투사로 20대의 모험과 열정에 사로잡힌다. 프랑스 식민주의의 잔혹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세계주의 이념을 실천하는 데 앞장선다. 이러한 그의 탐험은 문학적 상상력으로 발전하여 <왕도> <정복자> <인간의 조건>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인간의 조건>이 콩쿠르상을 받으면서 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30년대에는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이때의 경험으로 <희망>이라는
앙드레 말로와 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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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떻게 그가 날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았을까요. 죽는 날까지 알 수 없겠죠…. 난 이 기회를 잡고 말 거예요. 전엔 누구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래요. 그에겐 내가 필요해요.” 무지갯빛 파도가 일렁이며, 수줍고 달콤한 속삭임이 울려퍼진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 미지의 여인이 확신하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사랑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얼마만큼 변화시키는지, 그녀는 알고 있는 것만 같다.일곱 누이의 간섭과 과잉보호 속에 자라난 소심한 청년 배리(애덤 샌들러)는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주는 푸딩을 사 모으는 게 유일한 낙이다. 외로움에 지쳐 말벗을 찾아 시도한 폰섹스는 그를 예기치 않은 곤경에 몰아넣기도 한다. 그런 그 앞에 신비로운 영국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가 나타난다. 첫눈에 배리가 자신의 짝이라는 걸 확신한 레나로 인해 배리의 삶은 달라진다.<펀치 드렁크 러브>는 말 그대로 ’사랑의
사랑은 무지갯빛 파도를 타고,<펀치 드렁크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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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간 사나이’는 시골마을에서 오누이처럼 자란 두 남녀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영화. 김희선은 아버지를 잃은 뒤 성공을 위해 도시로 떠난 소희를 연기한다. 고향에서 우편 집배원으로 일하며 소희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는 승재는 신하균이 맡았다. <동감>의 김정권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날 촬영이 진행된 곳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에 위치한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해발 900m에 위치한다. 서울은 3월이라 봄꽃을 논할 때 이곳은 아직도 눈꽃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도 계속 내리는 눈 속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계속되고 있다. 영하 3도라고는 하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라 스웨터와 치마 하나 달랑 입고 촬영을 해야 하는 김희선은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핫팩으로 잠시나마 추위를 잊었다. 이날 촬영분은 소희가 자전거를 타다 다리를 다쳐 승재와 오두막에서 쉬는 장면. 승재는 어릴 적 소희에게 해주듯이 외투를 벗어주고 귀마개로 발을 덮어준다.디토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순애보에 동감하기,<화성으로 간 사나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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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엔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프로듀서 3명을 소개했다. 독자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짐작되지만, 우리의 눈길을 가장 오래 붙들어둔 사람은 <디 아워스>의 제작자 스콧 루딘이다. 그는 지성인이나 예술가가 아니라, 생존에 능한 장사꾼이다. 그것도 야심만만하고 난폭한 장사꾼이다. 하지만, 소개된 그의 작품들과 그의 언행에서, 우리는 그가 할리우드라는 흥행광들의 전쟁터에서 지켜낸 게 생존뿐만 아니라 영화의 자존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테면 그가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중 하나는 시사실에서 걸려오는 휴대폰 받아가며 영화를 보지만 8달러를 내고 극장 앞에 줄을 서본 경험은 없는 스튜디오 경영인들이다. 루딘이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디 아워스>는 물론이고, <로얄 테넌바움>이나 <원더 보이즈>에 손을 대긴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영화가 앞으로도 관객의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충무로에 스콧 루딘 같은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충무로는 조엘
스콧 루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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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슈퍼히어로 <데어데블> <헐크> <엑스맨> 그들은 왜 우리를 흥분시킬까“환상적이다. 이 이상 크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최고경영자 앨런 립슨의 이야기는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리라. 2000년 <엑스맨>과 지난해 <스파이더 맨>에 이어 최근 자사 캐릭터인 <데어데블>이 엄청난 관객몰이에 성공했지만, 마블엔 앞으로도 더 ‘좋아질’ 일이 많다. <엑스맨2>와 <헐크>가 올 초여름 시즌 출정을 위해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 <맨-씽>, 2004년 <판타스틱 포> <고스트 라이더> 등 마블의 또 다른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스크린 위로 차례로 올라갈 예정이며, 앞으로도 많은 마블의 영웅들이 만화책의 사각틀을 벗어나 영사기의 빛 속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4
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