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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로 닥친 제75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당초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까. 미국 영화관계자들이 우려한 대로 사담 후세인 축출을 명분으로 이라크전쟁이 발발했다. 윌 스미스가 23일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릴 오스카상 시상식 불참을 선언하고 주관방송사 ABC도 중계여부를 확정짓지 못해 지구촌 최대 영화축제가 자칫 맥빠진 행사가 될 위기에 몰렸다.<알리> 타이틀롤로 지난 해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흑인 래퍼 겸 영화배우 스미스는 관계자를 통해 "세계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내키지않는다"며 시상자 자격의 초청장을 반납했고 <과거없는 남자>(The Man Without a Past)로 외국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도 이라크전쟁에 항의해 불참 의사를 밝혔다.시상식 주관처인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AMPAS)의 공식 입장은 행사강행이다. 지난 1969년 이후 로스앤젤레스를 강타한 홍수 등으로 세차례 연기된 적은 있지만 단
[이라크戰] 오스카상 시상식 개최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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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싫어한다고 고백하는 건 쉽지 않다. 무지하고 품위없고 몰상식하다고 매도될까봐 두려워서다. 거짓말을 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나서서 떠들어댈 생각은 없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선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겉멋들리고 잘난 척하고 위선적인 사람이란 구설수에 오르기 싫기 때문이다. 오페라가 대중예술이던 구소련의 예를 보면, 클래식 음악이 인간의 본성과는 원래 맞지 않는 존재인 것 같지는 않다. 많은 한국인이 클래식에 대해 솔직할 수 없는 것의 원흉은 아무래도 음악 수업인 것 같다.학교 수업이란 게 다 그렇지만 음악과 미술과 체육 시간은 특히 괴로웠다. 잘 부르고 잘 그리고 잘 달리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늘 그랬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악보를 볼 줄 모르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고, 감상 시간이면 무조건 음악을 틀어주고 졸면 때렸다. 최악은, 모두의 눈과 귀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리코더도 불고 오르간도 쳐야 했던 기말고사였다. 라디오나
클래식 음악과 화해하기,<렛츠 브라보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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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칸영화제를 긴장시켰던 가스파 노에 감독의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이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영화 자체가 스캔들이었을 정도로 끔찍한 살인과 강간장면이 담겨 있어 영화를 보던 관객이 기절해 실려나가기도 했다. 워낙 영화가 거친 탓에 다른 매체에는 그다지 노출되지 않았지만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연인 사이인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이 주연을 맡아 리얼한 연기를 펼친 점도 화제가 됐다. 홈페이지에는 두 배우의 국내 팬사이트를 링크시켜놓는 친절함을 발휘했다. 예고편에는 트레일러 외에 TV스팟, 뮤직비디오 등이 있는데 특히 뮤직비디오는 삽입곡인 베토벤 <교향곡 7번>과 함께 영화의 주요 장면을 더 길게 보여준다. 2분짜리 동영상만으로도 어지러운 카메라워크와 충격적인 영상미가 잘 드러나 어떤 영화일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4번 메뉴 Asshole Club에서, 제작과정은 2번 메뉴 Hot Is
거친 영상,스캔들 <돌이킬 수 없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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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스파이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자란 보통 사람들 중에, CIA의 요원이 되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적진에 침투해서 최첨단 장비로 그들을 교란시키고, 특급정보를 캐내거나 악한을 처단하는 자신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처럼 멋있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멀리 있는 CIA뿐만 아니라 가까이 있는 국가정보원(과거 중앙정보부 혹은 국가안전기획부)의 부정적인 면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스파이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은 여실히 깨져갔다. 때마침 멋있게 묘사되기만 하던 할리우드영화 속의 스파이들도, 점차 현실적으로 변해갔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 중에서는 <스파이 게임> <썸 오브 올 피어스>가 CIA 요원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아직도 스파이에 대한 막연한 미련을 못 버린 이들에게, 미국의 CIA는 여전히 꿈의 직장쯤으로 생각될 법하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돈을 사랑한 스파이,실제 CIA 내부의 이중 스파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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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에 음악이 있다3년 전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곡가 간노 요코의 도쿄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O.S.T 발매 기념 콘서트였다. 그 자리에는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도 와 있었는데, 이들에게 들은 공동작업 방법은 의외였다. 그토록 잘 어우러진 영상과 음악이 사실은 한두번의 미팅만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감독이 곡이 들어갈 장면과 분위기에 대해 설명하면, 작곡가는 아, 그래요? 하고 돌아와서 ‘마음대로’ 만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끔은 영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다나.물론 말이야 쉽게 했지만, 상상력을 발휘해서 곡을 만드는 사람이나 거기에 어울리도록 영상을 편집하고 연출하는 사람, 모두 만만치 않은 힘을 들였을 게 틀림없다. 다만 놀랐던 것은 아무리 호흡을 오래 맞춰온 사이라지만, 서로의 상상력이나 의외성에 기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도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이 <카우보이 비밥>의 영상을 뮤직비디
선제작 후선곡의 뮤직비디오 <관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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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26일부터 31일까지 교토시 주재 갤러리 ‘기타노’에서 “반전의지의 교감과 확장”을 기조로 한 고경일의 풍자만화전시회 ‘서울만보전(漫步展)’이 열린다. 현재 상명대학 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경일은 이전에도 정신대 문제 등의 내용으로 전시회를 개최해 일본 내에서도 화제를 모았었다. 이번 전시회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핵 위기에 대응하는 도발적 행위에 대한 냉정한 기록이며, 동시에 풍자만화가 갖는 파급력과 힘을 보여주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주최쪽은 밝히고 있다. 또한 이 행사에서는 박재동 화백을 비롯하여 <부산일보>의 손문상, <경향신문>의 김용민, <내일신문>의 김경수, 전 <중부일보> 화백 윤기헌 등의 작품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며, ‘미국과 일본 만화의 보수 우익적 성향과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강연회도 열릴 예정이다. 부대행사로 즉석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서 판매하는 코너와 29일에는 작가와 ‘관람자와의 대화’도 열릴
[만화계 화제] 반전(反戰) 풍자만화전시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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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풍경, 혹은 그냥 스쳐가는 것들진보하는 작가를 만나는 일은 독자에게 큰 행복이다. ‘변병준의 작은 만화’인 <달려라! 봉구야>를 세번 읽고 내린 결론이다. 먼저 간략한 독후감을 소개한다. 첫 번째 읽고 나서는 심심했다. 초기 단편에서 보여준 유머도 없고, <프린세스 안나>에서 보여준 지독한 자폐감도 없는 그저 착하고 착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나에게 무덤덤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 읽고 나서 한컷을 그리기 위한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 읽혀졌다. 특히 세밀하게 묘사된 서울 도심의 풍광은 다른 만화에서 그 예를 찾기 힘든 정성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살아 있는 배경은 몇개의 자료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선 취재의 결과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읽고 나서 나는 이 심심하기 그지없는 만화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냈다. 그리고 변병준이라는 만화가가 덜어냄, 보여주지 않음, 생략
변병준의 <달려라! 봉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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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아트하우스는 오는 28-31일 서울 광화문의 일주아트하우스 아트큐브에서 '실험영화제Ⅰ'을 개최한다. 'super-8㎜'라는 부제로 열리는 영화제는 필름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super-8㎜ 필름으로 작업한 실험영화를 통해 아날로그 매체의 감수성과 형식미를 살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상영작은 <아래에 있어 더 행복해>(존 팔머)를 비롯 5개국 26명의 감독 39작품으로 오후 5시, 6시30분, 8시 등 하루 세 차례 상영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일주아트하우스는 이번 영화제를 포함 올해 모두 4회의 실험영화제를 열 계획이다. 문의 ☎(02)2002-7777 인터넷www.iljuarthouse.org (서울=연합뉴스)
일주아트하우스 실험영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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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 킬러 불량 티처의 고군분투 오지 탈출기"라는 제작사 마케팅 팀의 홍보문구만큼 이 영화를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듯하다. 28일 개봉하는 <선생 김봉두>(제작 좋은 영화)는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등으로 이미 코미디 연기만큼은 '기본은 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차승원의 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영화다.적당히 비열하고 반성도 할 줄 알고 때로는 애들 사이에 섞여 마냥 즐거워할 줄도 아는 이 매력적인 선생님역을 그만큼 잘해낼 배우도 드물 듯. 영화의 단점은 차승원이 주는 웃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한 기둥 줄거리에서 크게 벋어나지 않아 심심하고 '나쁜 선생'이 '좋은 선생님'이 되는 계기도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후반부에서 주는 감동이 부담스러운 것은 이런 이유.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봉두(차승원)는 교육에는 별 뜻이 없고 돈 봉투만 좋아하는 문제 선생. 화이트 보드에
[새 영화] <선생 김봉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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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감독의 단편영화 <나들이>가 오는 5월 1∼6일 독일에서 개최될 제49회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의 해외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나들이>는 지난해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동백대상을 차지한 수작으로 집을 구하기 위해 나들이를 나선 만삭의 딸과 어머니의 대화를 담고 있다. 아동청소년경쟁부문에서는 크리스마스날 교회에 초대받은 동자승의 이야기를 그린 박관호 감독의 <나무아미타불 Christmas>가 초청작 목록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에 <나들이>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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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슈미트>가 대배우 잭 니콜슨의 영화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한번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게 될 것인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가 창조해낸 슈미트라는 인물은 오래 기억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확인이 필요한 사실 하나는, 감독 알렉산더 페인의 정확한 연출력 없이 잭 니콜슨의 슈미트 되기는 가능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어바웃 슈미트>는 배우 잭 니콜슨에 대한 ‘확인’의 기쁨과 감독 알렉산더 페인에 대한 ‘발견’의 기쁨을 동시에 선사해준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의 첫 대면은 2년 전쯤 비디오로 출시된 <일렉션>(election)을 통해서 우연히 이루어졌다. <일렉션>은 한 야심만만한 10대 소녀의 성장기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문체는 주인공인 트레이시(리즈 위더스푼)의 당돌함만큼이나 장난스러운 재기로 흘러넘친다. 그러나 그 경쾌한 문체의 이면에는 신랄한 풍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트레이시가 보여주는 출세
<어바웃 슈미트>에서 발견되는 페인 감독의 개성과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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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힘에 크게 기대고 있는 로드무비 <어바웃 슈미트>는 소설 원작이 따로 있는데, 요즘 방식으로 각색을 거쳤다. 스토리를 많이 바꾸는 건 물론이고, 대사를 그대로 옮겨오는 경우도 드물다. 지난 뉴욕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알렉산터 페인의 이 영화는 이것은 아주 인상적일 만큼 황량한 느낌의 코미디로서, 곳곳에 사회에 대한 풍자를 얽어넣고 있다. 페인의 전작들인 <시티즌 루스>와 <일렉션>과 마찬가지로, 감독의 고향인 네브래스카의 밋밋한 일상을 배경으로 삼은 인물탐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페인은 우선 작품의 무대를 옮겨왔다. 그리고는 루이스 베글리의 96년작인 원작소설의 기본 상황에서 뼈대(예순몇살쯤 된 주인공이 은퇴를 강제당하는데 그의 아내가 죽고 자식은 맘에 안 드는 사내와 결혼하려 들고)만 겨우 남겨둔 채, 감독은 기본재료를 가지고 대단한 변형을 시도한다.
베글리의 슈미트는 하버드 출신의 뉴욕 변호사로서 도시적이고 부유했던 데 반해 잭
일상을 배경으로 한 사회풍자 <어바웃 슈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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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작하니, 인생 끝이군“연애는 인간이 육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겪는 고통에 대한 유일한 보상이다.” 누가 한 말인지 기억에 없지만 나는 이 대목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한다. 아마도 ‘팡세’ 같은 에세이를 뜻도 모르고 주워섬기던 시절에 구구단 외우듯이 습득한 문장 같은데, 술자리서 꽤나 자주 써먹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한번은 자칭 여성공포증이 있다는 친구에게 공포증을 치료한답시고 드라큘라에게 십자가를 들이밀듯 이 말을 인용한 적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말을 써먹는 것이 께름칙해졌다. 아무래도 이 말이 평생 경직된 모범생으로 산 노인의 탄식이거나 분방하게 청춘을 보낸 탕아가 말년에 뱉어낸 자기 위안의 독백 같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쪽이거나 나는 이 말을 인용할 군번은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이 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찌그러진 육체의 시선에만 포착되는 삶에 대한 그럴듯한 통찰 때문이 아니라 그 바닥에 깔린 공정거래의 의지 때문이다. 내가 지금 지
건달,<어바웃 슈미트>를 보고 노인의 탄식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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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그 다난한 고난과 부침들을 겪어오면서 “한국영화 회생의 기미라도!”를 간절히 염원했던 영화인들의 통성어린 기도와 소망들은 여하한의 노력과 자본의 수혜로 응답받았을 때 조금 더 겸손하고 초심이었어야 했다. 투자위축과 부대여건의 악화가 이어져 위기의 감지가 느껴지기 시작한 오늘에 와서 소회를 피력한다면….“한국영화의 부흥”, “르네상스의 도래” 운운하며 토하던 기염들은 간데없고 이제 모두 쉬쉬하며 한국영화의 전망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얼마나 짧게 누린 영화인가? 위선도, 위악도 없다! 정직하고 진실하기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자본이라는 이름이 그 이면으로는 얼마나 또 냉혹하고 비정하던가? 결코 모르지도 망각하지도 않았건만 결과는 이렇듯 우리를 옥죄여 오고 있다. 거대 메이저사끼리 합치느니 마느니 대항마가 나와야 하느니 마느니 이도저도 여의치 않을 때 대세를 이룬 쪽을 향해 ‘불구가 되어도 상관없다. 무릎이 작살나도록 실로 담대하고 박력있게 끓어버려야 한다’느니…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