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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이 <동갑내기 과외하기> 비디오를 빌려왔다고 보자고 한다. 굳이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보자고 한다. “워낙 구하기 어려운 비디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몇번이나 비디오가게에 갔다가 모두 대여 중이라 허탕쳤는데 자기 친구가 운좋게도 마침 반납하는 비디오를 만나 빌려왔다고 해서 친구들끼리 돌려보는 중이라는 제법 긴 입수경위를 듣고 보니 그렇게 귀한 비디오를 나도 한번 꼭 보고 싶다는 의욕이 동했다. 전국 400만의 영화라면 최소한 그 관객동원력에 대한 경외심으로라도 봐야겠지. 게다가 공짜로 빌렸다잖아?다 알다시피, 이건 고등학교에서 ‘짱’인 남학생과 가난한 여대생이 과외학생과 선생으로 만나서 지지고 볶다가 마침내 연인이 되는 얘기다.영화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이미 나는 이것이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짜리 딸 둘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영화로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5분에 한번꼴로 주인공 여자가 성희롱당하고 수치심을
사회가 협조를 안 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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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어느 날 야훼로부터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을 받는다. 100살이 넘은 노파의 몸에서 아이가 태어나게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다시 거두어가는 것은 또 무슨 변덕이란 말인가? 하지만 아브라함은 신의 명령에 순종한다. 제 손을 잡고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아비에게 아들이 묻는다. “아버지, 근데 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지요?” 아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산에 오른 아브라함은 아들을 제단에 올려놓고 칼을 높이 치켜든다. 순간 하늘에서 신의 음성이 들려와 그를 만류한다. 정말로 산 사람을 제물로 받으려 한 게 아니라, 그저 그의 믿음을 시험하려 했다는 것이다.성경에 나오는 이 일화는 사람을 바치는 인신공희가 짐승을 바치는 희생양 제의로 바뀌는 시대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아브라함을 제지한 야훼는 그에게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한다. 그때 아브라함의 눈에 저쪽에 있는 가시덤불에 양이 한 마리 걸려 버둥거리는
바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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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완전정복>을 촬영 중인 배우 장혁이 지난 5월14일 제작발표회장에서 한달 동안 연습한 탭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실력 한번 보여달라는 한 기자의 즉석 주문으로 선보인 것. 처음에는 “스승님이 마룻바닥 아닌 데서 췄다가는 평생 휠체어 타고 다녀야 한다고 하셨다”는 ‘핑계’로 거절했지만, 김성수 감독이 “나도 장혁의 실력이 궁금하다”고 거들자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장장 3분에 걸쳐 소리도 없는 카펫 위에서 발을 열심히 굴러 박수를 받았다고. 동사무소 여직원 나영주(이나영)의 영어 마스터 고투기 <영어완전정복>에서 장혁은 그녀가 다니는 영어학원의 바람둥이 문수 역을 맡고 있다.
[사람들] 쉘 위 탭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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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상영 중인 <성질 죽이기>에 ‘성질 다스리기’ 프로그램 전문 치료사로 출연한 잭 니콜슨이 정작 ‘제 성질은 못 죽여’ 망신을 당할 뻔했다. 그는 NBA 농구팀 LA레이커스의 홈경기를 거의 놓치지 않고 관람할 만큼 열성팬. 지난번 샌 안토니오 스퍼스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LA레이커스의 샤킬 오닐이 세 번째 파울로 심판에게 불려가자 너무 흥분한 잭 니콜슨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심판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 자리에 앉으려고 얼마나 돈을 많이 냈는지 알아? 당신이 나한테 앉아라 마라 할 수 있어?” 아마, 남 성질 죽이는 방법으로도 제 성질은 못 죽이는 법인가보다.
[사람들] 성질 죽이기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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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맨>의 토비 맥과이어가 하마터면 거미 마스크를 벗을 뻔했다. 그가 속편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에서 주연 자리를 내놓을 뻔한 사연은 이렇다. <어메이징…>을 촬영하던 어느 날 그는 특수효과팀으로부터 8시간짜리 추가촬영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직전 촬영을 마친 <시비스킷>에서 허리를 삐끗한 그는 “몸이 안 좋으니 스케줄을 조정해주면 좋겠다”고 전했지만 프로듀서와 감독 샘 레이미는 맥과이어의 담당의사를 따로 만나 그의 건강상태에 대해 들었고, 결국 그를 배제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맥과이어의 촬영분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도니 다코>의 제이크 길렌할을 새 스파이더 맨으로 낙점했다.사태가 이렇게 진전되자 맥과이어 또한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시비스킷>의 제작사인 유니버설의 사장이자 맥과이어 여자친구의 아버지인 론 메이어가 나섰다. 그는 맥과이어를 설득하면서 <어메이징…>의 제작사 콜럼비
[사람들] 거미인간, 거미줄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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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랜덜 덕 김(Randall Duk Kim, 59)은 40여년을 무대 위에서 보낸 베테랑 연극배우다. 셰익스피어와 체호프부터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헤머스타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수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대부분의 연극배우들처럼 브로드웨이 관계자가 아니고는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개봉으로 바뀔 것이다.오는 5월2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리로디드>에서 김씨는 ‘매트릭스’의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진 비중있는 조연, ‘키메이커’를 연기했다. 그는 <…리로디드>를 촬영하며 몇달 동안 함께 촬영했던 동료 배우들에게 크게 감동받았다고 말한다. “사실 키아누 리브스와 로렌스 피시번을 유명인으로만 생각했죠. 하지만 함께 일을 하면서 그런 선입견을 버리게 됐습니다. 리브스나 피시번은 일반 배우의 자세로 촬영에 임했고, 엑스트라들에게도 신경을 써
<매트릭스>의 코리안 파워,랜덜 덕 김 <매트릭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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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별> 시나리오가 나올 당시, 장현일 감독은 세트 제작비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올 로케로 촬영을 마칠 예정이었다. 시나리오상 산속에 자리한 전화국 중계소야 팔도를 뒤지면 한적하고 조금 낭만적이기까지 한 적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카메라 동선도 크지 않은 장면들이니 적당한 장소만 찾으면 현장에서 모든 촬영 스케줄을 감내할 수 있을 거라던 감독의 기대는 프리 프로덕션 1단계인 헌팅에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강원도에서 시작된 산행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를 아우르다 결국 소백산 연화봉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겨우 한달뿐인 준비기간을 헌팅에만 쏟아부은 셈이었다.감독의 예상을 깨고, 산속 중계소는 호텔을 방불케 할 만큼 호화롭기 그지없었고, 낭만을 논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웅장했다. 게다가 전화국 중계소만 달랑 있는 경우는 드물고 각종 유선방송 중계국과 군사기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기 일쑤였다. 소백산에 자리한 전화국 중계소를 찾아낸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된 건 아
별은 관객의 시선에,서인석 <별>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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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의 주연배우를 몽땅 공개 오디션에서 뽑은 이두용 감독은 아마도 황신정이 나타났을 때 무릎을 쳤을 것이다. ‘바로 저 얼굴이야!’라고. 눈이 구슬처럼 똥그래 보이는 인조 미인들과 달리 조선시대 미인도풍에 가까운 갸름한 이목구비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슬픔을 머금은 깨끗한 여성” 영희를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그러나 황신정은 선입견에 바탕을 둔 몇 가지 예측을 배반했다. 우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가를 자랑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영어와 중국어가 수준급이고, 스포츠는 볼링이 애버리지 140에 수영은 접영까지, 스노보드는 점프를 할 수 있으며 테니스도 잘 친다고 했다. 승마와 골프 또한 특기 목록에 적혀 있다. 짐작하듯이 한국의 교육제도는 스물세살의 대학 4학년생을 이런 식으로 키워내기 어렵다. 황신정은 외국에서 사업을 한 여장부 엄마 덕분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싱가포르와 뉴질랜드에서 보냈다. “소외된 느낌 갖지 않으려고 영어 이외에 중국어와
예쁜 욕망,<아리랑> 배우 황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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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댑테이션>의 주인공은 두명의 쌍둥이 형제다. 형 찰리 카우프만은 뛰어난 창의력을 타고났지만 외모를 비관해 우울하고 자기강박적이다. 동생 도널드 카우프만은 이와 대조적으로 똑같은 외모임에도 낙관적이며, 천재가 아닌 대신 소박한 행복의 비결을 아는 인물이다. 풍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두 캐릭터는 탁월한 통찰력을 지닌 <어댑테이션>의 실제 작가 찰리 카우프만의 재능뿐 아니라 각본만으로 표현될 수 없는 디테일을 창조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의 1인 2역 연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덕분에 관객에겐 한 배우가 소화한 두 인물의 윤곽이 분명했다. 정작 배우 자신은 혼란을 겪었을지라도.
“가끔씩은 정말 좌절스러웠다. 두 형제 중에 내가 지금 어느 쪽을 연기해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소리를 꽥 지른 적도 있다.” 현장에서 찰리가 도널드에게, 도널드가 찰리에게 던지는 대사를 실제로 상대해준 건 그의 친동생이거나, 테니스공이었다. “역을 바꿔서 연기할 때는 상대역
어두운 역할이 편안해요,<어댑테이션>의 니콜라스 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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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화성으로 간 사나이’와 ‘지구에 남은 여자’라서 그럴까. 신하균과 김희선은 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있지만 각자 다른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질성은, 어디가서나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김희선의 태도와 어떤 여배우들과 동석하든지 사춘기 소년처럼 얼굴을 붉히는 신하균의 수줍은 천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명색이 ‘멜로영화’를 찍은 커플치고는 조금 의외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어떤 상대배우에게라도 ‘오빠’라는 호칭을 스스럼없이 붙여왔던 김희선이 3살 많은 신하균을 매번 “신하균씨”라고 부르는 모습에서는 ‘그저 즐겁게 작업한 친한 오빠’보다는 ‘배우 대 배우’로서의 묘한 경쟁심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카메라 셔터소리에 맞춰 척척 포즈를 잡아내는 김희선의 뒤편에서 그 모습을 미동없이 바라보는 신하균. 평생 한 여자를 바라만보다 결국 사랑을 얻지 못한 채 스스로를 버려야 했던 남자와, 그 사랑의 깊이와
화성 남자 지구 여자,신하균+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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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이 영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 감독 이준익)로 국내 영화계에 돌아온다. <세이예스> 이후 2년여만의 충무로 복귀지만 주무대인 코미디 영화만 보면 관객들은 97년 <할렐루야> 이후 6년만에 그의 코믹 연기를 보게되는 셈.
<황산벌>은 1천300여년 전 신라, 고구려, 백제 등 삼국이 지금처럼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 아래 황산벌 전투를 뒤집어보는 역사 코미디. 전라도 장수 계백역을 맡아 사투리 연기에 도전하는 그는 정진영(김유신), 오지명(의자왕), 김선아(계백 처), 이원종(연개소문) 등과 호흡을 맞춘다.
20일 영화의 제작발표회가 열린 충남 부여에서 만난 박중훈은 "전략이나 계략은 뒤떨어지지만 충성스럽고 우직하면서도 뚝심있는 역할"이라고 계백역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촬영을 시작한 후 이유없이 몸이 안 좋아지다가 촬영장에 들어오면 멀쩡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계백역에 흠뻑 빠져있다는 얘기. 게다가 관
[인터뷰] <황산벌>의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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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막을 올린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백운학 감독의 <튜브>가 20일(현지시간) 현재 일본을 포함한 8개국에 200만 달러의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튜브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 <튜브>의 일본 내 배급권을 사들인 회사는 3대 메이저의 하나로 꼽히는 쇼치쿠로 내년에 대규모 극장 체인을 통해 일본 전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일본의 메이저배급사가 한국영화 판권을 직접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쇼치쿠의 구매담당자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조금도 뒤지지 않을 만큼 구성이 탄탄하고 속도감이 대단하며 흥행 코드가 잘 살아 있다"면서 영화를 본 지 4일 만에 전격 결정을 내렸다.21일 열릴 <튜브>의 마지막 시사회에서는 미국의 콜럼비아 트라이스타를 비롯해 유럽의 유명 배급사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판매고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6월 5일 개봉 예정인 <튜브>는 김석훈ㆍ박상민ㆍ배두나 주연의 액션 영화로 지하철에서 인
<튜브> 칸영화제서 200만 달러 판매고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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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조의 눈>이 영국의 투자제작사 '스파이스 팩토리'와 공동 제작 '딜 메모'를 체결한다고 제작사 제니스엔터테인먼트가 21일 오전 전했다. <왕조의 눈>은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침입해 외규장각의 도서를 훔치려는 한국 젊은이 네명의 활약을 그리는 액션 첩보물로 제작비 150만 달러(180억원) 규모의 대작. 파리, 런던, 서울 등에서 촬영되며 감독은 칸영화제 폐막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다.
제니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21일 오후 3시(현지시각) 칸 필름마켓에서 스파이스 팩토리와 공동계약 딜 메모를 작성할 계획이며 자세한 내용와 본계약 체결 일정은 메모 작성과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왕조의 눈>은 2003년 시나리오 개발, 2004년 여름 촬영을 거쳐 2005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왕조의 눈> 영국과 공동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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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아트하우스는 오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일주아트하우스 아트큐브에서 올해 두번째 실험영화제로 스탠 브래키지 추모전을 개최한다. 지난 3월 9일 70세의 나이로 별세한 미국의 영화감독 스탠 브래키지는 18살에 <인터림> 선보인 이후 <독 스타 맨> 등 40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16㎜ 프레임 위에 직접 채색을 하거나 이물질을 붙이기도 하고 칼로 필름을 긁는 등 실험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빛으로 쓴 시'란 부제가 달린 이번 추모전에서는 장편 <독 스타 맨>을 비롯해 <나를 위한 노래>, <베이비 무빙>, <남겨진 것들에 대해>, <손길이 닿으면> 등의 대표작이 오후 5시, 6시 30분, 8시에 하루 세 차례씩 상영된다. ☎(02)2002-7777 (서울=연합뉴스)
일주아트하우스의 스탠 브래키지 추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