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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놀리아>로 잘 알려진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2002년작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의 음악은 매우 흥미롭다. 황홀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에 범죄영화적 요소를 살짝 섞어넣고 있다. 전체적으로 펀치를 마신 얼떨떨함을 즐거우면서도 시니컬하게 유지하는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사람은 존 브라이언(Jon Brion).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재능있고 기이한 뮤지션으로 정평나 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센스있는 코믹함과 묘한 비꼬기 등에 걸맞은 음악을 하고 있다.‘다재다능하다’는 말이 무척 잘 어울리는 그는 폴 토머스 앤더슨과는 이미 <하드 에잇>(1996), <매그놀리아>(1999)에서 호흡을 같이했다. 그는 영화음악가로서는 아직 신참이지만 미국 팝/록계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일급 프로듀서로 분류된다. 그가 프로듀스했거나 함께한 뮤지션들만 봐도 그렇다. 피오나 애플, 에이미 만
귀여운 닭살,<펀치 드렁크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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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밴드 블러의 신보 <Think Tank>는 꽤 요란한 먼지바람을 몰고 등장했다. 이윽고 표현 그대로 ‘먼지가 가라앉자’ 눈 비비던 사람들의 시야에 드러난 것은 네명의 식구 중 하나가 집을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가정불화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13년 넘게 함께한 식구인데 누군들 그 빈자리에 속이 쓰리지 않겠는가. 당사자들은 물론 보는 사람마저도.그러나 그렇다고 왜 감상적이어야 하는가. 말인즉 이 <Think Tank> 앨범이 위와 같은 멤버 불화건에 의해 필요 이상으로 그늘 지워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 앨범은 밴드의 정황상 언필칭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이 보컬리스트 데이먼 알반 외 기타 멤버들과의 의견 불일치를 참지 못해 밖으로 나가버린’ 일종의 이정표적 작품으로 설명될 운명이겠으나, 내용상의 사운드마저 일부 멤버의 성공적 외도 고릴라즈(Gorillaz, 그간 블러가 눈물겹게 누차 시도했던 미국 공략 사업의 빚을 그 몇배로
균열이 낳은 즐거움, EMI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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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란 게 원래 놀자고 하는 거지만 마음 편하게 그야말로 ‘놀’ 수 있는 게임보다는 그렇지 않은 게임이 더 많다. <라이덴>이나 <식신의 성> 같은 슈팅 게임을 하자니 정확한 상황 판단과 빠른 반사신경과 과감한 행동력이 필요하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나 <철권> 같은 대전 액션 게임은 여기에 상대의 심리를 읽고 순간순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추가로 요구된다. 복잡한 기술들을 배우고 익힐 꾸준함 역시 필요하다. <마리오> 같은 액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역시 비슷한 능력이 요구된다.현실 공간이건 사이버 공간이건 운동신경쪽과는 거리가 멀다면 대신 머리를 쓰는 게임을 하면 된다. <삼국지>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같은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도 이쪽 과지만, 역시 골치 썩이는 게임의 대표 주자는 <미스트>를 필두로 하는 어드벤처 게임들이다.
무한 컨티뉴의 유혹,<파이널 판타지>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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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 문화에서 인터넷 소설은 중요한 키워드다. 고등학생이 쓴 인터넷 소설들이 최근 연이어 출판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가는 귀여니(본명 이윤세). 현재 200개가 넘는 팬카페를 거느린 최고 인기 작가 귀여니의 홈페이지(www.guiyeoni.com)에 가면 <그 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 출판된 소설과 연재 중인 글을 읽을 수 있다. 또 다른 소설 <테디보이>는 은반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고생의 작품으로, 다음카페 반지귀신(cafe.daum.net/eunbangi)이 팬사이트 겸 공식홈페이지다. 이들 소설은 <퇴마록> 같은 예전 PC통신 소설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통신대화체를 자유롭게 구사해 맞춤법을 무시하는 건 물론이고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말 그대로 ‘10대가 쓴 10대들을 위한 연애소설’이라는 것. 몇년 전 귀여니가 처음으로 소설을 올리기
[인터넷 뉴스] 온,오프라인 휩쓰는 인터넷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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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매트릭스>의 세계에 기꺼이 빠져들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와중에도, 한쪽에서는 그에 저항하는 혹은 순응하면서도 외도를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류라는 것이 있으면, 그에 대한 반발은 어느 상황에서나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비주류를 이끌고 있는 많은 할리우드영화 중에서도, <터미네이터3>는 가히 발군이라고 할 만하다. 하긴 대표적인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인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언제부터 비주류가 되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말은 없는 것도 사실. 하지만 분명 제임스 카메론이 빠진 <터미네이터3>가 <매트릭스>의 다음 자리를 노리는 도전자의 처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헐크> <미녀 삼총사2> 등에 비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그런데 새로운 <터미네이터3>의 개봉을 앞두고 색다른 논란이 시작되어, 할리우드와 인터넷을 강타
DVD의 최후의 날? 처음으로 출시되는 HD-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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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도공간>(수입 유니라인코리아)의 홍보사 올댓시네마는 장국영(張國榮)에게 쓴 한국 팬들의 편지를 모아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에 전달하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은 지난달 1일 장국영이 투신자살한 곳으로 이 호텔의 입구는 홍콩팬들로부터 모인 편지와 조화가 그를 추모하기 위해 장식되어 있다. 이벤트에 참여할 팬들은 다음달 7일까지 자신이 작성한 편지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2가 1-151 3층 올댓시네마 앞으로 보내면 된다.
장국영의 유작 <이도공간>은 죽은 자의 혼령을 보는 여인과 그를 치료하면서 자신마저 혼령의 공포로 빠져 버린 정신과 의사 사이의 사랑과 중국 전통의 초자연 현상을 다룬 심리 공포물로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서울=연합뉴스)
<이도공간> 장국영에게 편지쓰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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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의원의 스크린쿼터 축소 주장과 방미 중 김진표 부총리의 '영화업계 설득' 발언에 이어 미국이 20일 WTO 서비스분야 한미 양자협상에서 시청각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면서 스크린쿼터제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 일고 있다.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은 지난 9일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한 "한미투자협정(BIT)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발언.이후 최근 대통령 방미중인 13일 한미 경제계 오찬 자리에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스크린쿼터 문제는 영화업계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 영화업계가 한국영화를 좀더 많이 수입한다면 한국 정부가 영화업계를 설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영화단체들의 반발을 샀다.게다가 20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서비스분야에 관한 한ㆍ미 양자협상에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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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가 이상하게 꼬이는 날이 있다. 우산을 안 가져왔더니 비가 온다든지 택시 타고 부랴부랴 학교 갔더니 휴강이더라는 경험은 그래도 약과다. 종로에서 뺨 맞았는데 한강에서 몇대 더 맞으면 그야말로 눈물이 핑 돌 지경이 된다.그런데 이 정도는 잽도 안 되는 기구한 인생이 있다. R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만든 <I love picnic>은 저주를 받았다고밖에 생각 안 되는 기구한 팔자의 북극곰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북극에서만 살던 백곰 빼꼼이는 모처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첫날의 행선지는 전설의 바위로 유명한 이스트섬. 날도 화창하고 위풍당당한 바위는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가 언덕에 오르려고만 하면 바윗덩어리가 굴러 내려온다. 다가섰다 도망가기를 몇번. 결국 그는 거대한 바위에 깔리고 만다.둘쨋날, 이번에는 바닷가다. 더위에 지친 빼꼼이는 수영을 하려고 한다. 푸른 물에 야자수…. 아, 이제 저 물에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가 물에 가까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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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5권 발간비행기와 바다를 무서워하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 치아키와 음악에 대한 남다른 센스를 빼고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여자 노다메의 러브스토리(?) <노다메 칸타빌레> 5권(니노미야 도모코 지음/ 대원씨아이 펴냄/ 3500원)이 나왔다. 축제 행사에서 가장 오케스트라를 하기로 결정하고 들떠 있던 S오케스트라는, 치아키가 거장 슈트레제만과 함께 A오케스트라에서 할 협연을 위해 가장 오케스트라에는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S오케스트라는 배신감을 감추지 못한다. 치아키와 노다메 콤비뿐 아니라 이 둘을 둘러싼 미르히(슈트레제만), 미노, 마스미 등 예측불허의 괴짜 캐릭터들이 빛난다. 작가의 말대로 괴짜 순정 코믹만화의 성격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만화다.<원피스> 27권 발간<원피스> 27권(오다 에이치로 지음/ 대원씨아이 펴냄/ 3500원)이 나왔다. ‘하늘 섬’으로 간 루피 일행은 불법
[만화계 뉴스] <노다메 칸타빌레> 5권 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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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타올라라,힘껏깡패에게 발목을 다쳐 육상을 그만둔 날라리 고등학생, 모아이 석상을 닮은 싸움꾼과 고자질쟁이 왕따, 초등학생 때부터 설사 때문에 스타일을 구겨온 남학생과 그 약점을 잡고 놀려대는 여학생, 학교 최고의 왕따이면서 클럽 최고의 베이시스트…. 이 살짝 어긋난 인물들이 요네하라 히데유키 단편집 <가라쿠타>(시공사 펴냄)의 주인공들이다. 너무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다. 사실 그 점이 의외다. <풀 어헤드 코코>라는 기상천외한 해양모험판타지를 그린 만화가의 작품이라면 좀더 별스러워야 하지 않았을까?다섯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표제작의 제목 ‘가라쿠타’(ガラクタ)는 ‘잡동사니, 한물간 것’을 뜻한다. 중학교 때는 잘 나가던 육상선수였으나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발목을 다친 요시야가 낡은 스쿠터를 타고 버겁게 언덕길을 올라간다. ‘이제 퇴물이야, 달리지 못한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아직 달릴 수 있어요’라고 소리도 질러보지만, 정작 그는 달리지
요네하라 히데유키 단편집 <가라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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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에서 ‘열두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묘한 공감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 오만하게도 나 역시 이미 내가 다 자랐다고 생각했던 열두살이 존재했었다. 유치원 사진에서도 홀로 머리가 튀어나왔을 정도로 키가 컸고 남다르게 발육상태가 좋았던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어른스럽다고 스스로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빨리 자랐다고 해서 결코 기뻐할 필요는 없었다. 십여년이 지난 뒤 키와 몸무게의 숫자는 불었을지언정 오히려 나의 정서와 사고는 여전히 사춘기 소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윽고 엄청난 절망감이 엄습해왔다.
<뷰티풀 걸>은 이런 내게 제법 충격을 가한 영화였다. 아니, 영화 자체라기보다 어느덧 <레옹>의 마틸다에서 벗어나 사랑스런 열세살 소녀가 된 ‘마티’(내털리 포트먼)에 반했다고 해야 옳겠다. 고향을 떠나 뉴욕의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윌리(티모
이제야 알겠네, <뷰티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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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벌레를 보고 ‘끼야악’ 하는 소리를 지르거나 쥐를 보고 얼굴이 파래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벌레를 눌러 죽이지는(‘빠지직’ 하는 질감이 싫다) 않지만 책 같은 것에 파란 박스테이프를 양면으로 붙여 그 벌레 위로 ‘터억’ 하고 책을 던져서 ‘이힛 죽였다’ 하곤 한다. 그리곤 방치한다. 테이프에 붙은 동료 시체를 보고 벌레들이 긴장하겠지…. 줄곧 나에게 벌레박멸 퇴치용 책이 되었던 건 <보물섬>이었고 지금은 영화잡지들(^ ^;)이다. 한번은 한참 TV에서 ‘나도 발명가’풍의 프로를 할 때 동생들과 책에 테이프를 양면으로 붙여서 ‘당신마저 할 수 있는 벌레퇴치 발명품’이라고 우기면서 나가보자 하며 정말 잠시 망설이기까지 했다.같이 작업하는 친구들과 작업실로 지내던 곳이 전세 계약이 끝나 요즘은 모두 월세로 바꾸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새로운 전셋집을 찾기 시작했다. 회비제로 작업실을 운영하는 우리로선 월세는 부담이므로(사실 회비도 잘 안 걷힌다… 다들 돈이 없다) 우리가
바퀴들아,우리 지하를 떠나거라∼ <죠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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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진흥사업 지원부문을 살펴보면 무려 25개 분야에 걸쳐서 진행된다. 이쯤 되면 영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문에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 영진위의 주먹구구식 진흥사업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며 영화진흥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속내를 비집고 들어가보면 답답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전히 나눠먹기 혹은 눈치보기식의 폼새를 걱정해야 하는 정책 아닌 정책의 무원칙이 이면에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이라 함은 장단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단계적으로 실행해가면 그것에 따른 성과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모든 분야를 다 헤집어볼 수는 없지만, 영진위의 예술영화 진흥정책이 왜 성공할 수 없는지는 꼭 말하고 싶다.영진위의 국내진흥사업 중 ‘저예산 예술영화 제작지원’ 부문이 있다. 순제작비 12억원 이하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지향하는 극장상영용 영화에 한해 50% 내에서 최고 4억원까지 지원을 받
예술영화의 진흥정책은 전액지원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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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쎌 웨폰>이 멜 깁슨의 경력에 전환점이 됐던 것처럼 <나쁜 녀석들>은 윌 스미스를 영화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1995년 아직 TV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머물렀던 윌 스미스는 <나쁜 녀석들>이 성공한 뒤 <맨 인 블랙>을 거쳐 블록버스터의 운명을 좌우하는 배우가 됐다. 물론 <나쁜 녀석들>이 키운 자식이 윌 스미스만은 아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표주자인 마이클 베이는 이후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으로 이어지는 흥행대작을 탄생시켰고 <나쁜 녀석들>의 떠버리 캐릭터로 이름을 알린 마틴 로렌스도 <빅 마마 하우스>를 비롯한 코미디영화로 인기를 이어갔다. 전세계에서 1억4100만달러를 벌어들인 1편의 성공에 비하면 뒤늦은 속편이지만 그간 이들이 무척 바빴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8년 만의 재회가 이해가 간다. 다른 속편과 마찬가지로 <나쁜 녀석들2>도
8년만에 만난 파트너들,해외신작 <나쁜 녀석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