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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츄핑 앞에서는 아이와 어른 모두 평등하다. <사랑의 하츄핑>의 인기를 이끈 주요인은 유아동은 물론 성인층까지 수요의 저변을 넓힌 표적화 전략에 있다. 원천 IP인 TV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은 4~8살의 코어 타깃을 노리고 만들었으나 영화와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의 전략은 달랐다는 게 SAMG엔터테인먼트(<캐치! 티니핑> <사랑의 하츄핑> 제작사, 이하 SAMG엔터) IR/PR 관계자의 설명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캐치! 티니핑>을 안 본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만큼 타깃 연령층에 한계가 있던” IP였지만,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졸던 어른들까지 몰입시킬 수 있는 전방위적 가족영화”를 목표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겨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터치를 더한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에도 적용됐다.
<사랑의 하츄핑&
하츄핑은 어떻게 어른도 울리는 IP가 되었핑, <캐치! 티니핑>에서 확장된 <사랑의 하츄핑>의 IP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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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츄~”라고 하며 귀여운 소리를 내는 작디작은 캐릭터 ‘하츄핑’이 국산 유아동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흥을 견인하고 있다.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든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지난해 극장가에서 120만 관객을 이끌며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12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더불어 최근엔 영화 <사랑의 하츄핑>을 뮤지컬로 변환한 동명의 공연이 여러 화제를 부르며 순항 중이다. 특히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총감독을 맡으며 영화의 환상적인 순간이 마술적으로 극대화되는 무대를 자랑하고 있다. <사랑의 하츄핑> 굿즈를 온몸에 걸친 수많은 아이의 웃음소리 속, <사랑의 하츄핑> 뮤지컬을 체험하고 온 <씨네21>은 <캐치! 티니핑> 시리즈가 IP를 확장해온 전략을 간략히 분석했다. 이어서 일루셔니스트
[기획] ‘하츄핑! 우린 영원히 함께야 츄!’, 뮤지컬로 태어난 <사랑의 하츄핑> 분석,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총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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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이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여우조연상, 주제가상을 가져간 <에밀리아 페레즈>는 지난 1년 내내 어떤 의미에서든 ‘화제작’이었다. 영화를 향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에밀리아 페레즈>가 3월1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품을 보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세 갈래의 길을 소개한다.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하고, 안무의 목표 또한 분명하게
뮤지컬영화인 <에밀리아 페레즈>를 춤, 노래와 떼놓고 상상하긴 어렵다. 하지만 안무가 다미앵 잘레가 처음 대본을 받아들었을 땐 “춤 장면에 대한 언급도 없고 음악적 요소도 분명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때문에 다미앵 잘레는 안무가와의 협업이 처음이었던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누며 조율했다. 다미앵 잘레는 춤이 인물들의 대사를 단순히 설명적으로 옮기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고, 캐릭터와 배우들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춤에 반영시켰다
눈을 끄는 노래와 안무… 그러나 - 3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에밀리아 페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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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교황을 뽑는 전세계 추기경들의 모임)를 통해 선출된 신임 교황은 눈물의 방으로 명명된 제의(祭衣)실로 이동해 교황을 상징하는 복장인 흰색 수단을 갖추어 입는다. <콘클라베>에서 콘클라베를 앞두고 로렌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과 벨리니 추기경(스탠리 투치)이 새로운 교황이 입게 될 수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바로 눈물의 방이다. 철제 옷걸이에 크기별로 걸려 있는 교황의 흰 수단을 두고 로렌스는 벨리니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한 23세는 덩치가 너무 커서 제일 큰 수단도 안 맞았어요. 결국 등쪽 솔기를 뜯어야 했지.” 이 대사가 <콘클라베>가 품은 주제 의식을 관통한다. 우선 대사를 통해 언급되는 교황 요한 23세에게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제261대 교황인 요한 23세는 재위 시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최를 비롯해 20세기 후반의 가톨릭교회가 개방적, 탈권위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가톨릭교회의 역사에서 중요한 교황 중 한명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신부의 눈으로 보는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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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엘런 디제너러스
7년 만에 오스카 호스트를 맡은 엘런 디제너러스는 2014년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소셜미디어 역사에 길이 남을 사진을 찍었다. 디제너러스는 메릴 스트리프가 가진 최다 노미네이션 기록을 ‘최다 리트윗 수’로 다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둘의 셀피에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등 톱스타가 가세했다. 이날 트위터(현재 X)에 올린 셀피는 30분 만에 역대 최고 리트윗을 받은 사진이 됐다. 이 리트윗 수의 아성은 2017년에서야 깨졌다. /정재현
2015 퍼트리샤 아켓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이후드>는 여섯 부문의 후보 지명을 받았지만 퍼트리샤 아켓의 여우조연상만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켓의 수상 소감만은 상의 가치 이상으로 값졌다. 아켓은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성실한 납세자이자 시민이며 아이 어머니인 여성 여러분, 우리는 언제나 다른 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왔습니다. 이젠 우리가 여성의 임금 평등과 동등한 권리를 미국에서
영광 혹은 아쉬움, 21세기 아카데미 시상식 화제의 순간 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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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카사블랑카> <대부> <대부2>….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아카데미를 휩쓴 20세기가 오스카 최후의 화양연화 같지만 21세기의 아카데미도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2001년부터 2025년까지 아카데미에서 역사를 쓴 수상자/작을 정리해보았다.
2001 마샤 게이 하든
‘아카데미의 이변’ 목록에 늘 오르는 수상 결과. 마샤 게이 하든은 <폴락>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당시 하든과 경쟁한 배우는 주디 덴치, 줄리 월터스, 프랜시스 맥도먼드, 케이트 허드슨. 네 배우가 각각 미국배우조합상(SAG), 영국아카데미상(BAFTA), 크리틱스 초이스, 골든글로브를 나눠 수상했고 하든은 오스카를 제외한 어떤 시상식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예측 5순위였던 그의 이름이 불리자 하든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외쳤다. “짜릿하네요!”(What a thrill!) /정재현
2002 핼
영광 혹은 아쉬움, 21세기 아카데미 시상식 화제의 순간 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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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은 <오즈의 마법사>의 수정주의 뮤지컬인 <위키드>가 열었다. 음악 <Over the Rainbow>는 영화가 허락하는 낭만의 보존을 꿈꾸는 할리우드의 본질을 전하는 동시에 신시아 이리보를 통해 멀홀랜드 드라이브 아래 모인 다양한 일원들의 결속을 부드럽게 표현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석권한 사건과 함께 변화의 신호탄을 맞이한 오스카다. 1929년 첫 시상식 이래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을 수상한 결과는 어떤 방향으로든 할리우드 중심주의의 역사를 돌아보게 했다. 그로부터 약 5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전통을 딛고 변화를 추구하는 기조엔 변함이 없다. 마땅히 반갑지만 여전히 느리고 때로는 의심스러운 움직임 속에서, 오스카의 근과거와 현재를 짚어보았다.
오스카엔 너무도 어려운 그것, 다양성
지난 5년간 오스카가 가장 민감하게 대응해온
무지개를 향한 험난한 여정,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복기하며 2020년 이후 축적된 경향과 난관을 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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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부터 지금까지 오스카는 영화적 업적에 대한 뛰어난 성취를 인정해왔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웹사이트에 적힌 소개 글이다. 올해로 총 97번의 시상식을 개최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개최 국가인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영화상이다. <씨네21>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 개막 전 트로피의 향방을 예측하고 시상식의 결과를 총평하는 기사를 꾸준히 발행해왔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의 영향력과 화제성이 이전과 달라지는 시점에서 지금 오스카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진단해볼 필요를 느낀다. <기생충>의 오스카 석권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아카데미 시상식이 2020년대에 보여온 경향과 한계를 분석해보았다. 또한 21세기에 개최된 아카데미 시상식이 남긴 25개의 유의미한 기록도 다시 돌아봤다. 올해 오스카 시즌에 화제를 모은 두 작품 <콘클라베>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도 동봉한다. 언제나 말고 많고 탈도 많은 오스카
[특집] 2020년대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싼 이야기들, 2025년의 화제작 <콘클라베> <에밀리아 페레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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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네 커플이 있다. 1주년 기념일 여행길에 납치된 병태(이태재)와 지나(천희주), 현실에서 고통받는 최애 BJ(최민지)를 구하고 싶은 현수(차보성)와 이상해진 그가 답답한 예지(지연주), 고가의 생일 선물을 원하는 남친 스윙어(김환)와 그를 위해 급전을 마련하려는 여친 수미(수현), 반드시 완성해야 할 그림이 있는 예술가 성우(정이헌)와 홀로 외로이 길을 떠도는 지은(김예은)까지. 이들에게는 연애가 때론 피를 부르는 고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커플지옥>은 극한에서 사랑을 시험받는 연인들에 관한 호러 옴니버스다. 한명만 살아남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민낯이 까발려지거나(<커플링>), 환상을 빌려 위계적 관계를 처단하는(<매직 포션 21>) 등 다양한 관계 실험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 실험들은 대체로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 극 중 커플들은 어색하며 특히 전체 여성 캐릭터는 동일 인물처럼 보인다. 그로 인해 호러영화다운 긴장감도 형성되지 못한다.
[리뷰] 커플처럼 보이는 게 더 시급하다, <커플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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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행성에는 한때 은하계를 지배했던 고대문명 이리디안의 정수가 깃든 볼트가 숨겨져 있다. 현상금 사냥꾼과 대기업 등 여러 세력이 그 볼트를 차지하고자 난전을 벌인다. 판도라 출신 현상금 사냥꾼인 릴리스(케이트 블란쳇)는 어느 날 대기업 회장인 아틀라스(에드가르 라미레스)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괴한에게 납치당한 딸 티나(아리아나 그린블랫)를 구해 달라는 것. 릴리스는 로봇 클랩트랩(잭 블랙)의 도움으로 판도라에서 티나를 만나지만 음모에 휘말리고 만다. <보더랜드>는 동명 게임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저예산 고어영화로 유명한 일라이 로스가 메가폰을 쥐었다. 대규모 예산과 케이트 블란쳇, 제이미 리 커티스, 잭 블랙 등 쟁쟁한 배우진이 붙었지만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가 아쉽다. 분장과 CG, 액션신이 전체적으로 엉성하며 허점투성이인 각본과 연출도 몰입을 방해한다.
[리뷰] 그 어떤 연기도 살아남기가 불가능한 진정한 영화의 황무지, <보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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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 무리의 차기 리더 프레디(일라이 스윈델스)는 평소에 핑크 푸들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간다. 그는 작은 데다가 별나기까지 한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을 사람이 그를 악당으로 오해한다. 프레디는 홧김에 달과 연결된 정령 바위에 가서 푸념을 마구 쏟아낸다. 그때 달에 있던 아기 정령 무푸가 지구에 불시착한다. 프레디는 무푸를 달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마녀 맥스(제니퍼 선더스)를 찾으러 간다. <200% 울프: 최강 푸들이 될 거야!>는 <100% 울프: 푸들이 될 순 없어>의 속편으로 전작의 감독 알렉스 슈타더만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답게 어린이 관객에게 최적화된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CGI는 무난한 편이며 슬랩스틱과 유머가 적당하게 어우러진 코믹한 연출과 무푸의 귀여운 캐릭터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만 후반 전개가 산만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뷰] 귀여움으로도 감싸기 어려운 산만함, <200% 울프: 최강 푸들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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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모든>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등 이야기를 고운 빛의 형태로 담았던 미야케 쇼 감독의 기록물이 공개된다. 2018년 야마구치 아트센터(YCAM)는 야마구치 DNA 도감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워크숍의 목적은 지역에 자리한 식물이나 미생물을 채취하여 도감을 만드는 것. 지역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워크숍 참가자인 우메(이토 호노하나)는 다른 두 친구 타케(구리바야시 다이스케), 슌(야스미쓰 류타로)와 함께 새로운 종을 발견하기 위해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중간 어딘가에 있는 <와일드 투어>는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싱그러운 풀잎처럼 어린 세대의 얼굴을 말갛게 비춘다. 숲에서 발견되길 기다리는 식물은 아마도 이제 막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세 친구의 얼굴을 닮아 있을 것 같다. 흔들리는 카메라워킹이 의외로 웃음 포인트.
[리뷰] 정말 봄이 오려나? 마음이 간지럽잖아!, <와일드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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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탄생의 순간부터 예정된 운명이다. 윤재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숨>은 이 만고불변의 순간을 탐구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한다.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장례지도사 유재철, 고독사와 범죄 현장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김새별, 고령의 몸을 이끌고 파지를 줍는 문인산씨가 그 주인공이다. 수많은 시신을 염했던 장례지도사는 직접 손으로 느낀 감각을 고백한다. 쓸쓸한 고독사의 현장을 청소하는 유품정리사는 고인이 남긴 삶의 흔적을 반추한다. 한편 육신의 쇠락을 체감하는 노인은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그려본다. 영화는 죽음의 세 가지 시제를 경험하는 세 사람의 인터뷰를 교차하며 사멸의 시간을 가늠하려 한다. 그러나 영화 구조가 죽음에 무력한 생자(生子)의 역설처럼 피상적인 현상을 나열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긴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상영작이다.
[리뷰] 죽음 앞에 무지한 생자는 슬피 표면을 훑게 된다,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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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제는 조선의 군대마저 해산시키며 침략을 본격화한다. 지식인들은 일제의 폭정에 맞서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설립하지만, 항거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뜻을 모으는 데 실패한다. 망국의 기로에 선 정도(최민우)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중국 길림에 자급자족 공동체 ‘호조’를 건설한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정도가 믿고 의지하던 안창호(장정식)의 체포 소식으로 난항을 겪는다. <호조>는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해석 손정도의 삶을 되돌아보는 뮤지컬 사극이다. 장정식과 최민우 등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었다. 하지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분장과 자연광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촬영 방식은 비장한 서사에 걸맞은 몰입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빈약한 전개가 장점을 가리며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상투도 없는 곱슬머리에 갓을 씌운다 한들, <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