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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 스틱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을 때에 약간 실망한 기분이 드는 것은 별로인가요. 눈 아래에 바르면 눈물이 나는 촬영용 소품인데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약간 립스틱 형태로 생겼네요. 바쁜 현장에서 눈물을 빨리 끌어내기 위해 쓰는 물건일 테지만 아름답게 눈물만 톡 떨어지는 장면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사용할 것 같아요. 우는 얼굴조차 예뻐야 한다는 현실에 이거 참 팍팍해서 눈물이라도 날 것 같네요. 하긴 슬플 때면 아무리 표정을 풀려고 노력해도 눈 주변 근육과 주름이 쥐어짜지며 참 못생겨집니다. 또르르 눈물 신은 어떤 상황에 대한 냉정함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미학일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구겨지는 얼굴을 어떤 식으로든 숨기고 맺힌 눈물만 옜다 던져주고 싶을 테니까요.
신생아 시절, 그러니까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약 몇년간의 세월 동안 저는 거의 온종일 소리를 지르듯이 울어서 엄마를 무척 괴롭혔다고 합니다. 주변의 가족, 친구들도 악마처럼
[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티어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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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레이의 <그들은 밤에 산다>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고 도망친 보위는 집으로 돌아와 키치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한다. 그 시계는 범행을 치르기 전 은행 답사를 하기 위해 골동품점에서 구입한 것이다. 보위가 키치에게 능청스럽게 묻는다. “지금 몇시지?” 키치는 답한다. “모르겠어. 이 집에는 시간을 맞출 다른 시계가 없어.” 보위가 다시 묻는다. “손목시계 시간은 몇신데?” “2시5분 전.” “그럼 얼추 맞네.”
레이의 영화에서 연인들은 시간을 갖지 않는다. 시간은 시계를 가진 자의 것이 아니라, 적어도 멀쩡한 시계 하나 이상을 가진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빈 손목에 채워진 손목시계 하나뿐일 때, 시간은 ‘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연인 사이의 상징적 약속이 된다. 시계를 받아든 키치는 수배자가 된 보위를 따라 야반도주에 나선다. 레이의 영화는 곧 도주해야 할 연인의 운명을 예고하기 위해 일단 그들을 시간적으로 고립시킨다. 연인은 사회적 시간에서 이탈해 도주자
[비평] 연인과 싱크의 문제, 김예솔비 평론가의 <여행과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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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 것. 우리가 상실한 것을 망각하지 말 것.’ 언젠가부터 일본 동시대 영화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 거대한 캠페인의 지층 하부에는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불가침의 콘크리트가 자리하고 있다. 캠페인의 주창자인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의 후반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운전기사 미사키(미우라 도코)를 끌어안으며 했던 말.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를 계속 기억해. 어떤 형태로든 그게 계속되지’는 외화면의 전세계 관객들과 하마구치 이후의 영화감독들에게 이물 없이 각인되었다. 사자(死者)들을 위무하는 제의의 영화. 이는 사회적 책무와 시대적 윤리의식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예술영화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일본 감독들의 고유한 특권이자 누려 마땅한 성취일 것이다. 이가라시 고헤이의 전작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은 이러한 캠페인에 흠집을 내는 반가운 변수이다. 6살의 타카라는 어시장으로 출근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낯선 길을 나선다. 장
[비평] 유실물 센터로서의 영화, 문주화 평론가의 <슈퍼 해피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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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사로잡는 포스터, 소유욕을 부추기는 굿즈, 컨셉이 명확한 이벤트… 개봉 준비를 마친 영화가 관객을 만나기 위해 내놓는 모든 콘텐츠가 홍보·마케팅의 산물이다. 올해의 영화 뒤에는 올해의 홍보·마케팅이 있는 셈이다. 작품의 첫인상을 좌우할 뿐 아니라 N차 관람을 유도하는 기획이 2025년에도 즐비했다. 극장을 잠시 시끌벅적하게, 영화를 다시 이야깃거리로 만들어준 아이디어들의 목록을 펼치며 물어본다. 무엇이 관객의 걸음을 스크린 앞으로 이끌었을까?
올해의 흥행 공약 - <좀비딸>의 <Soda Pop> 챌린지
2025년 한국영화 흥행 1위는 563만 누적 관객수를 쌓은 <좀비딸>이다. 한해의 최고 기록으로는 못내 아쉬운 숫자지만, <좀비딸>은 여름 극장가에서 관객의 선택을 받아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22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얻었다. 마침내 300만명 흥행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되었을 때, 배우들도 화끈하게 팔을 걷어붙였다
[특집] 굿즈부터 이벤트까지 - 2025년 영화계가 관객을 끌어모은 기억할 만한 극장 밖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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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의 부재, 기획형 상업영화의 연이은 실패 등 올해 한국영화의 부진은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한 일본영화의 약진과 비교되곤 한다. 한국영화계의 침체는 이견 없는 결과다. 그러나 상업영화 성적 중심의 표면적 분석만으로는 저변의 변화와 돌파구를 가늠하기 어렵다. 흥행작의 관객수가 1천만명 전후를 맴돌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500만명 안팎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신작을 꾸준히 챙겨보는 이들의 수가 반 가까이 줄었다고 거칠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독립예술영화 시장엔 괄목할 만한 변동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아트하우스의 몰락이 예견되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예술영화 시장은 활기를 띠며 수년째 관객몰이 중이다. 그보다 덜할지언정 한국 독립영화 역시 다양성을 확보한 작품과 함께 2024년과 2025년은 다른 관객 양상을 보였다.
독립영화부터 살펴보자. 매년 달라진 경향을 짚기 어려울 만큼 독립영화는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그럼에도 올해는
[특집] 독립예술영화의 저변 확대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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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드물게도 봉준호와 박찬욱 두 거장 감독이 모두 작품을 공개한 이례적인 해였지만, 이들도 극장가 침체의 파도를 피해갈 수는 <미키 17><세계의 주인>없었다. 에드워드 애슈턴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풍자적인 노동·계급·차별의 관점이 녹아들며 호기심을 이끌었다. 할리우드 파업 등으로 개봉이 두 차례 연기됐기에 <미키 17>에 대한 전세계적 기대와 관심은 계속해 올랐다. 심지어 대선 레이스 중 도널드 트럼프가 경미한 총상을 입은 사건이 마샬(마크 러펄로)의 처지와 겹치면서 전세계적 우경화와 독재자를 지목한다는 분석도 두루 받았다(당시 탄핵 정국에 접어든 한국은 더더욱 작품을 기민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흥행 속도는 가파르게 더뎌지면서 국내 누적 관객수 301만명을 기록했다. 최종적으로 7천만달러(약 1038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었다. 대한민
[특집] 거장의 귀환, 중견감독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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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 다음으로 이목을 끈 장르는 국산 코미디다. 한국영화 누적 관객수 톱5 중 <야당>과 <어쩔수가없다>를 제외한 세편이 정통 코미디로 분류된다. 인기 웹툰을 각색한 <좀비딸>, 5년 만의 속편으로 돌아온 <히트맨2>, 조폭 코미디 계보를 잇는 <보스>가 각각 563만, 254만, 243만 관객을 모았다. 세 작품은 각각 여름 성수기, 설 연휴, 추석 연휴를 맞아 개봉했다. 극장이 북적이는 시즌에 경쟁작들을 제치고 선택받은 것이다.
특히 <엑시트> <파일럿>으로 대중적 호감을 적립해온 배우 조정석이 <인질>로 준수한 연출력을 선보인 필감성 감독과 협업한 <좀비딸>은 <전지적 독자 시점>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등의 대작들 틈에서 손익분기점의 2배가 넘는 스코어를 수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선전한 <범죄도시> 시리즈나
[특집] 그나마 웃었다, 국산 코미디와 외화 호러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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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해외영화 박스오피스 1, 2, 3위가 모두 애니메이션이었던 이래로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12월23일 기준). 2025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박스오피스 1위 <주토피아 2>, 2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5위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톱5의 과반수를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세 작품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봉한 <주토피아 2>는 개봉 14일차에 400만명을 모객하며 최단 기간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올해 유일하게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원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뿐히 뛰어넘고 전 세대로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압도적 존재감을 입증한 재패니메이션 IP 또한 고공 행진했다. 개봉 당일 오전까지 사전예매량 90만장을 넘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누적 관객수 568만명을 달성하며 여름 시장의 가시적인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영화산업에서 재패니메
[특집] (해외) 애니메이션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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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는 정치적이다.”(Tout film est politique) 장뤼크 고다르의 전언은 2025년에도 전 세계 영화 시장을 격발한다. 스크린이 극장 바깥의 세계를 비추는 창이라면 영화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 현상, 정치를 자연히 화면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올해의 해외영화 1위 폴 토머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3위 라이언 쿠글러의 <씨너스: 죄인들>, 5위 자파르 파나히의 <그저 사고였을 뿐>은 모두 정치적 신념이 생존의 의제가 된 시대의 저항 방식을 장르영화의 외피 아래에서 모색한다. 1930년대 미국(<씨너스: 죄인들>)과 2020년대 미국(<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엔 여전히 구조적 인종차별이 만연하고, 동시대 미국과 동시대 이란(<그저 사고였을 뿐>)에선 파시즘적 망령이 헤게모니를 쟁취한 후 약자 시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른다. 이에 시민들은 술집(<
[특집] 올해의 해외영화 6-10위 – 정치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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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 1위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비바 라 레볼루시옹!”(¡Viva la Revolución!) 우경화의 혼돈 속에서 혁명을 부르짖게 만든 최전선의 시네마.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올해의 해외영화 1위에 올랐다. 영화는 “2025년 현재의 정치 현실을 긴급하게 경각하는 충격파”(정재현)로서 폴 토머스 앤더슨이 오랫동안 파헤쳐온 미국 신화의 암부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까발린다. 숀 펜이 캐리커처한 록조 대령과 그가 소속되길 꿈꾸는 백인 엘리트 극우 집단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은 “성기와 총기의 조우로 다시 쓰는 당대의 미국”(이보라)으로서 미국 주류사회에 뿌리내린 백인우월주의의 전형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는 팻(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서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로 대물림되는 혁명 정신과 윌라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은 “나와 나를 낳아준 부모의 역사에 냉소와 조롱을 날릴 수 있는 부끄러운 특권”(문주화)을 길어내고, 퍼피디아(테야나 테
[특집] 2025 올해의 해외영화 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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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5 BEST MOVIE – 해외영화 베스트5
[특집] 2025 BEST MOVIE – 해외영화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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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 <3670> 배우 조유현
“신선함, 그 자체로 영화의 빛.”(이유채) “어느 편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그의 몸짓과 눈빛이 아직도 선연하다.”(최선)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가 <3670>의 조유현에게 돌아가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탈북민이자 퀴어 청년인 철준으로 분한 조유현은 “출신과 지향에 붙잡히기보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성정 자체를 고민한 것이 역력히 느껴지는”(남선우) 신중한 연기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이중의 소수자 프레임에 갇힌 인물을 고유한 성정을 지닌 평범한 개인으로 표현한 정확한 캐릭터 분석력”(홍은미)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 소식을 접한 조유현은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소감을 정리할 시간을 정중히 요청했다. 한 시간 뒤 간단하지만 단단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저의 첫 얼굴이 철준이었다는 것이 저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자 행복이었습니다. 올해의 이 마음
[특집] 올해의 신인 배우 - <3670> 조유현, <세계의 주인> 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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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제작자 - <홍이> <세계의 주인> 김세훈 프로듀서
올해의 제작자는 <홍이><세계의 주인>을 제작한 세모시의 김세훈 프로듀서다. <우리집><애비규환><지옥만세>등 “독립·예술영화 프로듀서로서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사 세모시를 만들어 <홍이><세계의 주인>을 선보인”(정지혜) 김세훈 프로듀서는 2025년 “지켜져야 할 이야기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했”(남선우)다. 두 작품 각각의 제작 방식을 향한 상찬 또한 이어졌다. <홍이>는 “모녀라는 난해한 관계를 완성도 있게 탐구”(이유채)하며 “상업성과 윤리, 주제의식을 균형 있게 견인하는 제작자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준 작품”(이유채)이고, <세계의 주인>은 제작자의 존재가 “윤가은의 생각대로, 목적대로, 목표대로, 상상대로 구현될 수 있었던 기반”(이자연)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학교 장면의 컨
[특집] 올해의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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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남자배우 - <어쩔수가없다> 배우 이병헌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오랜만에 이병헌 배우가 <씨네21>올해의 남자배우로 선정됐다. <어쩔수가없다>로 재회한 두 거장,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의 만남은 2025년 아주 굵직한 궤적을 남겼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 특별공로상 수상,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이병헌의 한해는 <어쩔수가없다>로 가득 찼다. 그는 자신의 가정을 위해 연쇄살인까지 택하는 가장 유만수로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심리를 힘들이지 않고 표정에 드러내는 천의무봉의 연기”(허남웅)를 선보였다. 이병헌의 연기력에 놀라는 일이야 다소 새삼스럽지만, “<어쩔수가없다>가 지닌 리듬과 전개의 상당 부분이 그의 슬랩스틱 코미디, 말맛, 완급 조절의 힘”(정지혜)에서 왔고 기어코 “설득이 안되는 인물을 설득해내는 표정연기”(황진미)에 성공했음을 복기하면 2025년 이병
[특집] 올해의 배우 -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파과> 이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