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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 2부에 등장하는 해영(이설)이 가진 밝음은 100%를 넘는다. 민(권유리)이 일하는 특수 청소 업체에 합류한 첫날부터 낯가림 없이 한팀이 되고 한집 생활을 하게 됐을 땐 애교 많은 막내딸처럼 군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해영이 내뿜는 에너지는 주변을 따뜻이 데우기보다는 서늘하게 만드는 쪽이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해영은 민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정말 착한 척 위장하고 있는 걸까? 앞선 1부의 기이한 소녀 소현(기소유)이 자라서 누가 됐는지를 찾는 2부에서 이설은 인물의 텐션을 능란하게 조절해가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데뷔 이래 보통 사람과 극단적 캐릭터를 고루 맡으며 양쪽의 능력을 동시에 길러온 그의 저력이 <침범>에 이르러 빛을 발한다.
- 문학잡지 <릿터>에 책을 좋아하는 배우로 소개된 바 있다. 그만큼 <침범> 시나리오에 대한 감상이 궁
[인터뷰] 좋아하는 마음 가득히, <침범> 배우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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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의 2부를 책임지는 김민(권유리)은 걸어가는 그를 돌려세워 우리가 아는 그 권유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만큼 낯설다. 배우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는 온데간데없고 음울한 아우라를 풍긴다. 늘 고여 있던 웃음기도 싹 빠졌다.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막막함, 다시 말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그 자신을 좁은 방에 웅크리게 했다. 그런 민에게 경계 없이 치고 들고 들어오는 해영(이설)은 위협적인 존재다. 해영과 부딪치면서 민의 적막한 인생에 소음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파도치는 인물의 내면이 선명히 떠오른 권유리의 얼굴은 놀라움을 안기며 앞으로의 그에게 신선한 기대를 품게 한다.
- 직전 영화 <돌핀>의 나영에 이어 <침범>의 민도 대중적으로 익숙한 ‘유쾌한 권유리’와는 거리가 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나.
김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컸다. 사연도 많고 기구한 인생을 살
[인터뷰] 욕심껏 과감하게, <침범> 배우 권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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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 그동안 출연한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를 다 합하면 30편이 넘는 배우 곽선영의 스크린 데뷔작은 뜻밖에도 3월12일 개봉한 <침범>이다. “주변에서 하도 얘기해 이제는 모두가 <침범>이 내 첫 영화라는 걸 안다”라며 수줍게 웃다가 이내 영화 후기를 묻는 골똘한 표정에선 초심자의 긴장이 엇비쳤다. 곽선영은 쉽지 않은 첫길을 선택했다. <침범>에서 그가 분한 수영 강사 영은은 또래와 다른 행동을 일삼는 7살 딸 소현(기소유)의 엄마다. 아이가 사고를 쳤다는 전화를 언제 또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 지 오래된 듯 보이는 영은의 첫 얼굴에서부터 곽선영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첫 영화 현장이 어떻게 남아 있나.
특유의 무드가 있는 것 같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됐으나 경험상 드라마 현장은 굉장히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면 영화 현장은 호흡이 길다고 느꼈다. 비교적 극에 대해서 오래
[인터뷰] 공감으로부터, <침범> 배우 곽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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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일 개봉작 <침범>의 세 여자는 파괴적인 침입자에 의해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있다. 과거 1부의 엄마 영은(곽선영)이 통제하기 힘든 어린 딸 소현(기소유) 때문에 시름하고 있다면 현재 2부의 민(권유리)과 해영(이설)은 서로가 칼이 된다. 주도권을 놓친 채 살아가는 인생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침범>은 각각의 관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커버 촬영을 위해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은 영화 분위기에 맞춰 입은 블랙 의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말보다 앞서 나간 두팔 벌린 포옹과 따뜻한 눈빛에서 세 여성배우 사이에 피어난 도타운 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침범>의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선 넘는 우정, <침범>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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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비채 펴냄
필립 로스의 전작을 쉬이 읽은 독자가 아니라면 <샤일록 작전>을 펼치는 데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벽돌책으로 보이는 두께에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메타픽션적인 작품이라는 소개는 난해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립 로스의 명료한 문장은 소설이 난해할 틈을 주지 않으며, 바로 이 거대한 이야기의 소용돌이를 향해 돌진하는 데 소설의 문이 열리자마자 우리는 주인공 ‘필립 로스’씨가 직면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필립 로스이다. 물론 작가는 ‘이 소설은 허구’라고 하면서 법적인 이유로 여러 사실이 변형되었다고 밝히기도 한다. 실제로 책에는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열린 나치 강제수용소 교도관의 재판 내용을 그대로 적은 기록도 등장한다.
주인공 필립 로스는 어느 날 친척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는다. 이스라엘에서 필립 로스를 사칭하는 인물이 강연을 하고 방송 인터뷰를 하는 등 정치 활동을
씨네21 추천도서 - <샤일록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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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수린의 네 번째 소설집. <눈부신 안부> <여름의 빌라>를 즐겁게 읽은 독자에게 봄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봄밤의 모든 것>이라는 살가운 제목이다. 첫 번째 수록작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일흔이 넘은 여성이다.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평생교육원에서 이것저것을 배우며 소일한다. 혼자 사는 그녀의 처지를 다른 사람들은 동정하곤 하지만 사실 꽤나 홀가분하게 잘 지내는 중이다. 가정을 꾸린 딸에게 전화를 걸지만 딸은 대체로 냉담하게 응대하며, 딸의 짤막한 답을 듣고 섭섭함을 느끼며 “콱 죽고 싶어”지는 일도 있다. 어느 날 사위가 아이들을 위해 집에 들였던 앵무새를 데려와 맡기고 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앵무새 돌보기가 제법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것에도 뛰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이, 말 한마디에도 콱 가라앉고 쓰러지는 마음이 다시 설렘에 눈을 뜬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 프랑스어
씨네21 추천도서 - <봄밤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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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지음 엘릭시르 펴냄
남해의 작은 섬인 구루섬의 별장에서 초능력자 검증 모임 ‘구루회’가 열린다. 도시전설을 비롯한 각종 소문을 연구하는 임채호 회장이 사실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3회를 맞는 이 모임에 탐정 김재건이 참석한다. 정신력으로 물건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스테파니, 투시를 할 수 있는 김태연,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전찬호 등 여섯 사람이 한데 모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능력을 증명해 보이면 상금 1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임 회장은 모은 보물 중 가장 값어치 있는 것도 내주겠다는 것이다. 김재건은 이 모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부터 생각했다. 여기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박하루 작가의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은 ‘탐정 김재건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시리즈 첫 번째인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는 2018년 제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으며,
씨네21 추천도서 -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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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지음 창비 펴냄
원래 속도에는 ‘물체의 빠르기’라는 의미만 있지 그 자체가 빠르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 느린 것 역시 속도인데 지금 세상에서 속도란 그저 빠른 것만을 표현하는 것 같다. 효율, 유용성과 경제성만이 바람직함의 척도와 같은 세상에서 윤성희의 소설을 읽는 일은 일상의 체감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유튜브에는 영상을 꾸욱 누르면 2배속으로 빨라지는 기능이 있다. 2시간짜리 영화를 10분으로 축약해놓은 영상조차 2배속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빠름의 경쟁 속에서 <느리게 가는 마음>의 인물들은 하릴없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고, 동네를 쏘다니며 금속탐지기로 땅 밑에 누군가 묻어두었을 타임캡슐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싶은 무용한 인물들의 여행에 동행하다보면 어느새 그 일원이 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이 느리디느린 세계에 함께 머물고 싶어진다.
<타임캡슐>의 진형의 유튜브 채널명은 ‘어설픈 코난
씨네21 추천도서 - <느리게 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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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 윤성희 지음 창비 펴냄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 박하루 지음 엘릭시르 펴냄
<봄밤의 모든 것> - 백수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샤일록 작전> -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비채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3월의 책 - 봄밤엔 책을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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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수준으로 더울 거라는 뉴스를 봤다. 아니, ‘뜨거울’ 거라고 해야 할까. 몇년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지구온난화의 시대가 끝났으며 ‘지구 열탕화’ (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성토한 바 있다. 아스팔트가 내뿜는 펄펄 끓는 열기를 견디며 길을 걷다 보면 사막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행성적 단위의 대규모 멸종 이후를 묘사하는 <매드맥스> 시리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미래는 영화를 매개로 이미 현재에 편재한다- 혹은 반대로 영화가 미래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영매이거나. 기후물(Climate Fiction, Cli-fi)은 이같은 현재와 미래의 상호피드백 관계를 토대로 최근 급격히 번성 중인 SF의 한 하위 장르다. 이 용어는 댄 블룸이 2011년 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던 어느 소설의 홍보를 위해 처음 고안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후물은 “불타거나, 물에 잠기거나, 죽어가는” 지구 환경 속에서 소수의 인간들이 살아남으려
[이연숙(리타)의 장르의 감정] 기후물(Cli-fi)이라는 허구 또는 미래,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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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좋아한 지 정말 오래됐고, 여전히 푹 빠져 있는 음식이다. 수제 햄버거 맛집을 찾아가는 걸 즐긴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걸 주변 사람들도 알다 보니 햄버거 기프티콘이나 관련 굿즈를 선물로 받기도 한다.
축구
최근에 다시 푹 빠진 운동이다. 어린 시절 장래 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축구선수라고 적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만두고 나서는 꽤 오랜 시간 멀리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시작한 뒤로는 축구로 스트레스를 풀 만큼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 아마 2025년 이종현의 인생에서 축구도 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원숭이 키링
우연히 원숭이가 나오는 영상들을 본 뒤부터 원숭이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에 빠져버렸다! 자연스럽게 원숭이 키링에도 관심이 생겼고, 원숭이 키링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고 만다. 요즘 들고 다니는 가방에도 원숭이 키링이 항상 달려 있다.
디지몬 어드벤처
쉴 때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데 최근에 <디지몬 어드벤처> 시리
[LIST] 이종현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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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벌거벗은 내 모습을 보여주었어. 그러자 남자들은 벌벌 떨었어.
내가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던 것이지.
-마누엘 푸이그, <천사의 음부> 중에서
그들은 내 성기에 깊은 경외감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보통의 성기와는 달랐으니 더 강력할 수밖에 없겠지!
-키라 트리아, <파워, 오르가슴, 그리고 심리호르몬 연구실> 중에서
<콘클라베>는 이전에 교황 선거에 대해 다룬 영화(<두 교황>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등)가 교황 선거 자체를 주요 제재로 그리기보다는 몇몇 주요 등장인물의 심리를 그리기 위한 배경으로 다룬 것과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한다. 영화는 세계 최대 종교 종파의 수장을 뽑는 비밀 행사를 엿보는 듯한 호사가적 즐거움을 정면으로 제공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일반 대중은 교황 선거 기간에 굳게 잠긴 문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가
[비평] 닫힌 문 뒤에서 반복되는 것,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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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실로 명언에 가깝다고 늘 생각하는 속담이다. 한길이 평균적인 사람 키에 해당하니 열길이면 15m가 넘는 깊이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 해도 그 정도 깊이면 그냥 수면 위에서 들여다본다고 알 수는 없다. 물 안으로 들어가보거나 그 물길을 수십년은 노 저어 본 경험이 있어야 알 법하다. 쉽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 속은 더 어렵다. 자연과학이 알아내고자 하는 게 ‘열길 물속’이라면 ‘한길 사람 속’은 심리학의 몫이다. 심리학은 한편으로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의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학적 통찰에 의지한다. 사회과학이 그 중간에 위치해 있어서 인지 대체로 심리학은 사회과학에 속하는 걸로 간주된다. 최근 뇌과학이 거두고 있는 엄청난 성과에서 보듯 사회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의 저울추는 인문학적 통찰보다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훨씬 더 기울어 있다. ‘열길 물속’을 알아내는 수단에 의존하여 ‘한길 사람 속’도 알아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뇌를 들여다볼
[정준희의 클로징] 미디어와 대중(2) - 그들은 정말로 대중적 취향이 뭔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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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는 채워져야 한다. 교황 선종 이후 콘클라베가 시작되자 시스티나성당 안은 오직 선거의 중력만이 팽배하게 작동하는 닫힌 우주가 된다. 이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기도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은 결코 교황이 될 수 없다고 믿는 주인공까지도 어느새 욕망하게 한다. 추기경의 내면도 중력 법칙에서 예외는 아닌 것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본능적으로 언어, 인종, 문화적 배경의 적절한 공모점을 식탁으로 삼고 선거의 판세를 읽는 명민한 몇몇 주도자들에 의해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는 분위기는 점차 팽팽해진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조성된 콘클라베의 비밀성은 이렇게 외려 밀봉된 권력투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영화 <콘클라베>의 역량도 여기에 있다. 현실의 정치적 의제를 벼려내 사유하는 작품이기보다 콘클라베를 무대 삼아 집단적 믿음의 역학을 시험대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 집단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올바르다는 대내외적 자부심을 공유하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점도 역설을 더한다
[김소미의 편애의 말들] 비밀의 햇볕, <콘클라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