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tory
대학선배와 사귀고 있는 신아(김서형)는 “평생 한 사람하고만 해야 한다면 좀 그렇잖아. 그런데 한번에 한명씩”이라면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자유연애주의자다. 병원에서 일하는 호스피스 동기(김성수)의 연애관은 뚜렷하지 않다. 그런 그들이 우연히 만나 첫날 격정적인 정사를 나눈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두 사람, 조심스런 재회가 이뤄지고 사랑을 고백하더니 동거를 시작한다.
■ Review
섹스에 인격이 있을까? 몸을 재발견하려는 90년대 이후의 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고전 문구를 재해석하지 않더라도, 이제 몸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할 무엇이라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몸끼리 만나 몸의 주인이 어떤 영혼의 소유자인지 개의치 않고 곧바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면, 그 ‘대화’를 존중할 만한 인격의 만남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서 섹스는 비로소 독립된
`맛있는 섹스`에는 고통의 대가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
독립영화 전문지 <독립영화> 17호가 발간됐다. 특집기사인 ‘6개의 낱말로 풀어보는 독립영화’는 신용카드, 술, 영화제 등의 키워드에 대한 독립영화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 이송희일 감독의 ‘신용카드가 날 삼켰을 때’, 송혜진 감독의 ‘연애’, 이마리오 감독의 ‘서류로 다큐멘터리 제작비 마련하기’ 등이 흥미롭다(문의: 02-334-3166).
<독립영화> 17호 발간
-
■ Story
경남고의 문제아 태일(차태현)은 학교 생물선생님 영달(유동근)의 딸 일매(손예진)와 결혼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녀석이다.어느 날 영달은 이런 태일의 혈기를 거꾸로 이용할 잔꾀를 떠올린다. 자신의 딸만큼 공부를 잘하면 결혼하게 해주겠다는.태일은 영달의 말만 믿고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다.드디어 결혼하게 됐다고 좋아하는 태일,하지만 영달은 다시 일매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구한다.순진한 태일은 영달의 뜻에 따라 대학 4년간 남자들의 손길로부터 일매를 지키지만 마침내 사법고시 1차시험에 합격한 그날,일매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태일이가 아니에요”라는 말이다.
■ Review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주인공 태일은 ‘엽기적인 그놈’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일편단심 청년 차태현의 새로운 버전인 이 녀석은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영한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씹어먹는다.수
‘조화’ 와 ‘절제’의 망각,<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
229분짜리 무삭제판 출시1984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가 미국에서 개봉된 뒤 유럽 편집본이 알려지기 전까지 1년 동안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쏟아지는 혹평에 절망에 빠졌다. 139분짜리로 공개된 이 작품을 ‘그해 최악’으로 뽑았던 한 평론가는 229분짜리를 보고 나선 <원스 어폰…>을 ‘80년대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고 하니 그 차이를 짐작할 만하다.한국에서도 139분짜리로 개봉됐던 이 영화가 20년 만에 229분짜리 무삭제판으로 내달 4일 비디오와 디브이디로 출시(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된다. 중간에 210여 분짜리 비디오가 나오긴 했지만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회화보다 더 깊은 색감을 담고 있는 이 영화의 화질을 제대로 구현하기엔 무리였다. 디브이디엔 해외평론가의 코멘터리와 레오네, 제임스 우즈 등의 인터뷰가 포함된 짧은 다큐멘터리도 실렸다. 2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갱스터 무비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장대
<원스 어폰 어 타임‥>20년만에 무삭제판
-
-
이런건 안해본 건데‥ 현실 사이사이에 상상이 끼어든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윤곽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최근 이 영화의 시놉시스와 연출의도를 영화진흥위원회에 내, 올해 예술영화 지원작 가운데 하나로 선정받았다. 지난 2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개요를 들려줬다.
<오! 수정>의 키워드가 ‘기억’이고 <생활의 발견>이 ‘모방’이라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키워드는 회상·꿈·상상 등 사고로 재현되는 세계이다. 그걸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그 세계와 현실의 연관성을 살펴들어가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홍 감독은 그 세계와 현실세계의 괴리나 모순에 주목하기보다 각자가 독자성을 가지고 흘러가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변화를 예상하게 하는 지점이다.
-<생활의 발견>처럼 시간순서대로 쫓아갈 건가?
=시간순으로 직선적으로 진행된다. 그 사이사이에 회상, 상상, 꿈이 끼어든다.
새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구상한 홍상수 감독
-
휴가철이 시작되는 6월말로 접어들면 프랑스 전역의 상점들은 일제히 ‘세일’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행인을 유혹한다. 이렇게 일년에 두번, 여름과 겨울에 펼쳐지는 전통적인 대규모 세일에서 최소한의 지출로 좋은 물건을 건져보려는 알뜰 시민의 발걸음은 더욱 부산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진열대가 세일상품으로 넘쳐나는데 극장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22일부터 열리고 있는 ‘영화 잔치’(La Fete du cinema)는 프랑스 극장들의 정기 대 바겐세일인 셈이다.매년 6월 넷째주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사흘간 입장료를 대폭 할인해 주는 이 행사는, 맨처음 관람할 때의 입장료만 약 8~9유로의 정상가격으로 내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전국 5천여 상영관에 걸린 모든 영화를 한편당 1.5유로(2천원)에 볼 수 있도록 한다. 사흘간 부지런히 극장들을 누비면 평소보다 4배 정도 할인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동안 밀린 영화들을 마음껏 폭식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
바캉스철 프랑스 극장 대바겐 세일
-
SBS '접속! 무비월드'가 휴일 낮 점심시간에 영화 속 낯 뜨거운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 낮 12시10분에 방송된 '접속 무비월드'는 에로비디오 감독 출신인 봉만대 감독이 만든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등을 소개하면서 영화 속에 나오는 노골적인 정사 장면 등을 방송했다. 물론 남녀 주인공의 중요부위는 가린 상태였으나 영화에 등장하는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화면을 거침없이 내보냈다. 인터넷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온 가족이 모여앉아 점심을 먹는 시간에 던져진 낯 뜨거운 장면에 불쾌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저 같은 경우 엄마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같이 보고 있었는데 굉장히 민망하더라구요. 영화를 소개해주실 때 한번 더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정주리), "가족끼리 모여 TV 보고 있을 시간에 신작, 구작 에로영화 소개에…, 그것도 베드신만 골라 소개해주는 친절함을…, SBS다운 영화 소개였네요"(한승은)조만간 개봉될 영화를 소개하는 프
SBS ‘접속!무비월드’ 선정성 빈축
-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이 개봉 열흘만에 전국 198만을 동원하며 2주 연속 박스오피스 흥행 정상을 달렸다. <장화, 홍련>의 전국관객 누계는 같은 기간 <매트릭스>(244만명), <동갑내기 과외하기>(211만명)보다는 못하지만 지난해 최고의 흥행작 <가문의 영광>(194만)과 올 최고 히트작 <살인의 추억>(138만)에 앞서는 수치이다.배급사 청어람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봉한 <장화, 홍련>은 21-22일 주말 서울에서 17만5천714명을 동원 2주 연속 주말 흥행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주 15만1천800명보다 오히려 2만4천여명 많은 숫자로 스크린 수도 서울 52개, 전국 200개에서 각각 63개, 215개로 대폭 늘어났다. <장화, 홍련>의 '롱런'이 가능할지는 기대작 <미녀삼총사:맥시멈 스피드>가 개봉하는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2위는 디즈니와
<장화, 홍련> 열흘만에 200만 관객
-
미국에 오스카가 있다면 독일에는 롤라가 있다. 롤라는 독일영화상(도이치필름프라이스)의 트로피로 날렵한 나신을 도금판으로 감아 살짝 가리고 있다. 독일영화상은 1951년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출범했으며 지금까지 독일 정부가 주관해오고 있다. 심사기준은 작품의 대중성과 관계없이 예술성에 두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관객의 기호와는 따로 노는, 고리타분한 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관객과 심사위원들의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했으니, 그 공은 볼프강 베커 감독의 <굿바이, 레닌!>에 있다.
지난 6월6일 거행된 제53회 시상식에서 가장 빈번하게 호명된 이름은 레닌이었다. 그리고 총 35억원에 달하는 상금의 대부분을 챙긴 작품도 바로 <굿바이, 레닌!>이었다. 이 작품에 수여된 트로피는 총 9개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다니엘 브륄), 남우조연상(플로리안 루카스), 개인예술상(페터 아담: 편집), 음악상, 미술상(이상 본선부문)을 비롯해 인기작품상과
[베를린] 레닌, 당신이 최고야!
-
할리우드를 위한 공정치 못한 게임의 법칙다시 스크린쿼터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낯익은 논쟁, 같은 시나리오, 평행선을 달리는 인식의 차이는 단순명료한 해법을 오히려 복잡한 퍼즐판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이 익숙한 논쟁판은 사실여부 확인의 혼선 속에서 영화의 수혜자이자 창조자인 다중을 이용하는 동시에 정보 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소수 자본가를 뒤에 감춘 채 벌어진다. 심지어 쿼터축소 내지 폐지에 관한 심각한 언급을 인용하는 오보 해프닝까지 거듭돼 오해와 왜곡의 게임판으로 변질하기조차 한다(며칠 전 <문화일보>에 보도된 청와대 정책실장의 쿼터축소 필요성은 곧 오보로 밝혀졌다. 지난 4월25일 <내외경제신문>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쿼터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기사화하자 곧 공정위는 이 사실을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건 <X파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쿼터 없애기 시나리오판이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누군가가 밝힐 수 없는 어
[특별기고] 또다시 불거진 스크린쿼터 축소 논쟁의 본질 - 유지나
-
헐크의 화를 돋우는 건 영화 속 악당만이 아니다. <와호장룡>의 성공으로 작가주의 블록버스터 대열에 동참하게 된 리안 감독의 <헐크>(미국 개봉 6월20일, 국내 개봉 7월4일)가 개봉 직전부터 사나운 ‘입담’에 시달리고 있다. 첫 시사를 2주 정도 앞두고 가편집본이 인터넷에 유출된 ‘사고’가 시작이었다. 가편집본이 인터넷을 통해 나돌아다니게 된 운명은 <스파이더 맨>이나 <니모를 찾아서>도 겪은 일이지만, 문제는 악성 리뷰다.
미완성본을 돌려본 네티즌들이 영화에 대한 가십을 다루는 웹사이트 ‘에인트 잇 쿨 뉴스’에 불만족스런 리뷰를 잔뜩 올렸다.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한 헐크가 표적이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관객이 헐크가 사실적이라고 믿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그런데 이 프린트는 그게 그렇지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
<헐크>에 1억5천만달러로 추정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유니버설이 가만있을 리 없다. CG 작업이 끝나지 않은
가편집본 인터넷 유출 뒤 악성 리뷰에 시달리는 <헐크>
-
절대 반지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충무로가 때아닌 반지 전쟁으로 어수선하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수입한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외화 배급을 시네마서비스에 일임하지 않고, 배급 대행사를 통해 직접 관할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올 겨울 개봉예정인 <반지의 제왕3>의 배급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반기 라인업과 시장점유율을 좌우할 이 작품은 CJ, 쇼박스, 시네마서비스 중 한곳을 둥지로 택할 전망이다.지난 3년간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수입영화에 대한 선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시네마서비스가 이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한국영화 제작과 투자에만 매진하겠다는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반면 뉴라인, 미라맥스 등 미국의 준메이저 영화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파라마운트 등 메이저 영화사와도 거래를 트기 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로서는 외화 수입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 올해 개봉해야 하는 외화만도 <반지의 제왕3>를 비롯, 타란티노의 <킬
절대반지를 잡아랏!
-
지난해 2월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는 아돌프 히틀러를 풍자한 찰리 채플린(1899∼1977)의 <위대한 독재자>가 상영됐다.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의 폐막도 대공황시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꼬집은 채플린의 또다른 대표작 <모던 타임즈>가 장식했다. 이들 작품이 각각 1940년과 1933년에 만들어진 것을 떠올리면 그의 감수성과 통찰력이 두 세대를 뛰어넘고도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워너홈비디오코리아는 채플린의 대표작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제작한 DVD를 `찰리 채플린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8월에 선보인다. 이를 위해 프랑스의 MK2사의 기술자들은 `흡사 시스틴 성당의 벽화를 복원하는 것처럼' 편당 10만 장이 넘는 화면하나하나를 원판대로 되살려냈다.<위대한 독재자>와 <모던 타임즈>를 비롯해 <골드 러쉬>(25년), <라임 라이트>(52년) 등 4편이 먼저 출시되며 <키드>(21년), &l
채플린의 감동 디지털 기술로 살아나
-
영화 <살인의 추억> 뒤켠, 화성 피해자 가족 착잡영화 <살인의 추억>이 지난 20일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지만, 정작 주인공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화려함’의 뒤안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1990년 11월 13살에 살해된 9차 피해자인 김아무개양의 아버지는 “딸도 묻었고 내 인생도 묻었다”면서, <살인의 추억>이 고통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대해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말문을 닫았다.피해자 가족들 상당수는 사건 발생 뒤 아예 외지로 떠나버리는 등 종적이 묘연한 상태이다. 그 중 88년 7차 사건 피해자인 안아무개씨 가족은 호적등본조차 없이 사라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91년의 10차 사건 때 숨진 권아무개씨의 남편은 살인을 저지른 뒤 이듬해인 92년3월 충남 공주의 치료감호소에서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치매 증세가 있었던 권씨 남편은 아내가 죽은 뒤 증세가 심해져서 살인까지 저지르고 치료감호처
대박 빚은 ‘추억’, 고통 덧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