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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돈 가뭄 속 <올드보이> <툼레이더2>등 하반기 네티즌 펀드 기지개
지난해까지만 해도 <씨네21> 팩스는 “최단시간 내 네티즌 공모가 마감됐다”는 내용의 전갈을 수도 없이 뱉어냈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사의 기획실에서 보낸 이 보도자료는 “접속 홈페이지가 수도 없이 다운됐다”며 “해당 영화에 대한 관객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소식을 으레 적었다. 하지만 ‘신기록 퍼레이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점점 뜸해지더니 연말 이후부터선 아예 종적을 감추었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하여 한때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여겨졌던 네티즌 펀드가 더이상 영화쪽에 신규 공모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개월. 온라인에서 일반 네티즌들의 돈을 모아 영화에 투자하는 네티즌 펀드가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선두에 있는 업체는 심마니엔터펀드에서 분사한 엔터박스(www.enterfund.com)다. <색즉시공>(공모액 1
네티즌 펀드야,너 요즘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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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와 아기바구니>의 18년 뒤, <그리고 18년 후> 들고 온 감독 콜린 세로와 배우 마들렌 베송
결혼이나 가족으로부터 구속받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세 남자가 한 아파트에 모여 산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집 앞에 여자아이가 담긴 바구니 하나가 달랑 놓여 있고, 세 남자 중에 한 사람을 아빠로 지목하며 몇달간 맡아달라는 아이 엄마의 메모가 첨부되어 있다. 아, 이런! 개인주의자 피에르, 자크, 미셸이 마리와 동거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해체되고 새로운 삶의 형태가 부상하는 사회현실을 세밀하고 따뜻하게 포착한 1985년작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는 프랑스 내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며 세자르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의 주목 끝에 미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재미난 프랑스영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8년이 지났다. 콜린 세로 감독은 그때의 세 아빠와 마리의 18년 뒤를 보여주는 속편 <그리고 18
<그리고 18년 후>의 감독 콜린 세로와 배우 마들렌 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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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만, 이 생각이 내 생각이냐<매트릭스>를 처음 봤을 때 ‘저것은 장자의 나비 꿈을 화두로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진짜 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장자가 나비가 되어 나는 꿈을 꾸는 것이냐,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몸뚱이는 아무런 행위도 없이 인공지능 기계들이 지배하는 인큐베이터 속에 수경재배되고 있는 2199년- 인식의 바깥세계가 현실인가 아니면 질량 0의 가상현실 속에서 인생살이 온갖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인식하는 1999년이 현실인가. 어렵다. 장자 할아버지께서도 고민만 하다가 놓아버린 어려운 화두 아니던가.하지만 2199년인가 1999년인가, 혹은 장자인가 나비인가 이렇게 둘 중 하나에 답이 있다면 다행인데 우리 사는 현실은 다른 쪽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으면서 ‘내가 사는 이 현실이 진짜 현실일까’라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미릿속은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카오스 상태가 되어버린다. 혹시 내가 인식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만‥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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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날 밤 우리가 왜 다퉜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대개의 부부싸움이 그렇듯이 싸우다보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말다툼을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공간에서 마음속에 높은 담을 쌓은 채 누군가가 먼저 말 걸어주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화풀이 상대로 고른 텔레비전만 뚫어지게 보다가 혹시 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촉각을 곤두세워봐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말 한마디만 하면 나도 모른 척 넘어갈 텐데, 미안하다고 말할 텐데…. 1분 1초가 흐르는 것조차 셀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가는 시간 앞에 헛기침 한번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가 잠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갑자기 밀려오는 무력감과 허탈감. ‘나는 속상해서 죽을 지경인데 잠이 오나?’ 정말 야속하다.
<봄날은 간다>를 토요일 밤. 하필이면 남편과 싸운 그날 밤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쌩하니 아리다. 특히 상우가 은수에게 했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혼잣말 같은 이 말은 큰소리가
글쎄, 사랑도 변하더라니까,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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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푸라민말고는 낯바닥에 뭘 발라본 적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피부가 좋은가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진 않다. 그냥 안 발라 버릇하니까 안 바르게 되고, 그러다보니 습관으로 정착되지 않았을 뿐이다. 낯바닥에 뭘 바르고 안 바르고는 피부 상태에 달려 있기도 하겠지만,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바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물어보면 반드시 그렇다가 아니라 대체로 그렇다고 대답을 하게 될 텐데, 반드시 그렇다가 아니면 아예 안 해버리는 게 속편하다. 빡빡하게 굴 거 없이 그때그때 상황봐서 바르기도 하고 안 바르기도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기준이 있기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반드시 그렇다를 위해 조성해야 할 핵심적인 여건은 피부 상태도 마음먹기도 아닌 돈과 시간인데, 고작 최상층 표피에 불과한 낯바닥에 그런 걸 때려박을 만큼 넉넉하지도 한가하지도 않다면, 또 더 나아가 속다르고 겉다른 표리부동층, 사기꾼 패거리에 낄 빌미를 스스로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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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날이던가. 나와 소주잔을 기울이던 선배가 환호하는 군중을 보며 말했다. “안 됐군. 그래도 실망하는 데 일년은 걸리겠지.” 내가 대꾸했다. “사람 스타일이 그렇게까지 안 걸릴 것 같아요. 이회창을 따돌렸을 때 김영삼한테 달려가는 거 봤잖아요.”노무현의 스타일. 그게 언제나 나빴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노무현이 극적으로 대통령이 되는 중요한 힘이었다. 역겨운 스타일의 중년 남성들로 가득 찬 한국 제도 정치권에서 노무현의 솔직하고 화끈한 스타일은 사람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저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역겨운 정치도 신선해지리라, 마법처럼.오버의 연속. 그런 걸 두고 ‘입만 벌리면 실패한다’고 하던가. 대통령이 되자 그 스타일은 간단하게 바닥을 드러냈다. 솔직함과 화끈함은 단순함과 오만함으로 밝혀졌다. 하여튼 노무현의 스타일은 갈수록 무너지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갈수록 정처없어져간다.그러나 노무현의 스타일은 여전히 노무현을 돕기도 한다. 노무현의 스타일
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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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와 발맞춰, DVD 시장에서는 <애니매트릭스>가 화제의 정점에 올라있다. 너무나도 잘 알려져있다시피 <애니매트릭스>는 영화의 속편들과 함께 제작된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모은 옴니버스 타이틀로, 극장 개봉 없이 DVD와 비디오로만 발매되었다.애니매트릭스-영화 넘는 애니를 위한 헌사이 타이틀에 담겨져 있는 9편의 단편들은 여러가지 제약상 영화 속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매트릭스 세계의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기본 임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적인 애니메이터들의 화려한 솜씨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는 매력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각 애니메이터들의 세부적인 작업 방식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부록까지 들어있어 오랜만에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하다.그러나 <애니매트릭스> 디브이디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수확물은 전세계 애니메이션계에서 가장 강력한 흐름을 조성하
애니매트릭스 & 큐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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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스타라고 할 만한 인물을 발견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나는 위대한 미국인이기도 한 인물을 발견해냈다.” 존 웨인을 영화 속에 기용하며 그에 대해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한 영화감독은 존 포드가 아니라 라울 월시였다. 사람들은 흔히 존 웨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또 다른 존(포드)의 존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존 웨인이 미국영화의 전설이 된 것은 전설적인 포드의 영화들을 통해서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 이건 아주 자연스런 반응일 것이다. 그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라울 월시는 존 웨인을 ‘발견’해낸 공헌이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를 하지 않았다.월시의 회고에 따르면, 그가 존 웨인을 ‘발견’한 것은 폭스 영화사의 촬영장을 걷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존 웨인은 스튜디오의 소도구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힘차게 일했으며 독특한 걸음걸이를 보여주던 이 젊은이를 본 월시는 그 자리에서 자기 영화
존 웨인은 이렇게 서부에 출현했다,<빅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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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이반의 어린 시절>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기존 출시작(<안드레이 루블로프> <스토커> <솔라리스>)에 더해 <이반의 어린 시절>과 <거울>이 새롭게 보강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독일군의 폭격에 부모님과 친구들을 모두 잃은 소년 이반이 전장에 정찰병으로 투입된다. 분노와 공포로 일그러진 어린 시선에 비친 <이반의 어린 시절>의 전쟁은 살아 있는 괴물 자체이다. 영화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감독 타르코프스키는 시적인 리얼리즘의 프리즘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교수형과 총살에 처해졌던 무수한 이들에게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주고 싶어한다. 타르코프스키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자전적이며 동시에 그가 즐겨 사용하던 기법들과 은유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거울>은 결코 쉬운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텍스트(타르코프스키의 아버지인 시인 아르세니의 시들)와 이미지를 어떻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2종 박스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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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남의 위탁을 받아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을 창조할 수 있나요?” 기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감독 구이도는 말문이 막힌다. 그는 지금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 아내 루이자는 습관적인 그의 외도와 거짓말에 지쳐 이혼을 결심했고, 경박한 정부 카를라는 공개 장소에서 그를 번번이 난처하게 만들며, 자전적인 이야기로 출발했던 신작 영화의 컨셉은 똑똑한 시나리오 작가에 의해 무참하게 난도질당한다. 제작자는 빨리 시나리오를 내놓으라 아우성이고, 기자들은 영화의 의미와 테마를 줄기차게 질문하며, 배우들은 맡은 배역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칭얼거린다. 삶이 파멸로 치닫는 것처럼 보일수록 환상과 추억은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 그를 혼란 속으로 디민다. 정말이지, 이 모든 모호한 존재들에 정확한 얼굴을 부여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었을까?타인의 시선에 포박당한 자, 감독은 ‘영원히 땅으로 내려오라’는 무시무시한 요구에 따라 곤두박질친다. 그는 땅에 발을 디딘 채 타인에게 천상의 비밀을 알려
거장의 고백,<8과 2분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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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리포트> KBS1TV 월 자정<심야스페셜> MBC 월·화·수 자정<스카이라이프>에 다큐멘터리 칼럼을 쓰는 이창재씨를 만났다. 그는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에서 PD로 일하다 미국으로 떠났고, 요즘은 뉴욕의 한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공부를 하고 있다. 마침 월드컵 1주년 기념 행사와 특집 방송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그는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한국이 많이 달라졌다”고, “TV 뉴스(에서 보도하는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들)도 재밌어지고, 사람들의 표정도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그런 그가 보기에, 딱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단다. 지상파에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의 ‘수준’이다. 다큐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 그 부분에만 유독 까다로운 평을 하는가 싶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없어도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볼 수 있다”고 자랑했더니 피식 웃는다. “영양을 잡아먹는 사자를 촬영해서 HD 방송을 한다고 다큐 수준이 높아지나요.” 한국 드라마는 어디 내놓아도
훈계하는 다큐는 지겨워! <한민족리포트>,<심야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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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독립영화관에서는 오랜만에 브라질과 프랑스 단편을 만날 수 있다. 버스정류장을 배경으로 한 <프랑수와즈>(Francoise/ 라파엘 콘데 감독/ 2001년/ 35mm/ 브라질)는 어여쁜 ‘프랑수와즈’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버스를 기다리는 남자 옆에 앉아 어머니가 불러주었던 노래를 부르고, 어릴 적 가고 싶었던 ‘린도이와’를 떠올린다. 그녀를 시를 읊기도 하고, 함께 사는 삼촌과 여행을 떠난 오빠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프랑수와즈는 어딘가 혼란스럽지만 매력적이고, 남자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버스를 기다리는 남자에겐 좋은 말동무이면서, 잊혀져버린 어떤 것을 생각나게 만든다. 하지만 홀연 그녀는 떠나고, 삼촌이 나타나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깨지는 남자의 환상. 그녀를 바라보는 심정은 못내 아쉽지만, 오히려 그녀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싶다.<다음에 내리겠어요>(J’attendrai Le Suivant/ 필립 오렝디 감독/ 2002년
[독립 · 단편영화] <프랑수와즈> <다음에 내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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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ie Brown, 1998년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출연 팸 그리어KBS2 6월28일(토) 밤 10시50분
재키 브라운은 스튜어디스로 일한다. 재키는 무기밀매상이 멕시코에 숨겨운 돈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조건으로 부수입을 올린다. 그런데 어느 날 재키가 체포된다. 혐의는 코카인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 재키 스스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지 못한다. 한편, 수사관 레이는 그녀를 집요하게 심문하고 이 와중에 재키는 일자리를 잃는다. <펄프 픽션>을 만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작. 미국 B급영화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으며 팸 그리어가 출연한다.
[주말TV] 재키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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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u Xiang, 1999년감독 프루트 챈출연 이찬삼 EBS 6월28일(토) 밤 10시
리틀 청은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배달일을 도와주고 있다. 아버지와 배우 브러더 청의 팬인 할머니 등과 살고 있다. 돈을 버는 일은 어린 청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 그리고 외상은 절대 사절이라는 나름의 원칙도 가지고 있다. 청은 식당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온 소녀 팡을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팡에게 배달하는 일을 동업할 것을 제안한다. <메이드 인 홍콩>을 만든 프루트 챈 감독작. 아역배우를 비롯해 비전문 배우임에도 연기가 인상적이다.
[주말TV] 리틀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