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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 배우 조민수와 래퍼 치타라는 낯설고도 신선한 조합

‘블루’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 중인 순덕(김은영)은 어느 날 엄마(조민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한다.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한편으론 불같은 성질을 지닌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순덕에게 다짜고짜 화를 낸다. 다름 아닌 막내 유리(최지수)가 엄마의 가겟세를 갖고 달아났다는 것. 심드렁하던 순덕은 자신의 비상금마저 동생 유리에게 털렸다는 것을 알게 되자 엄마와 함께 동생을 찾으러나선다. 두 모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모녀는 파출소와 고시원, 학교와 타투숍 등을 온종일 오가지만 유리가 남기고 간 희미한 흔적만 발견할 뿐이다. 한편 순덕을 짝사랑하는 동네 친구 정복(테리스 브라운)이 합류해 함께 유리를 뒤쫓는다. 그리고 그날 밤, 순덕은 유리의 사진 속에 있던 의문의 사내 마이클(이수광)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듣는다.

<초미의 관심사>는 가족드라마인 동시에 로드무비로서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서로를 미워하고 탓하는 듯 보이면서도 뒤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티격태격 모녀’는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몇 가지 차별점이 영화를 색다르게 만들었다. 우선 ‘배우 조민수와 래퍼 치타(김은영)’라는 낯설고도 신선한 조합이다. “내게도 조민수 선배에게도 센 이미지가 있었다”라는 김은영의 말처럼 언뜻 보기에 비슷한 느낌을 공유하는 듯한 두 배우는 적절한 강약 조절을 통해 복잡한 감정으로 뒤얽힌 모녀의 다채로운 모습을 표현했다. 모녀를 연결하는 ‘음악’ 또한 주요하게 활용되며 영화에 색을 더했다. 영화의 O.S.T를 직접 작곡, 작사하며 뮤지션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준 김은영은 극중 블루로서 노래하는 장면 또한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특히 <Need Your Love>라는 곡은 영화에서 엄마와 관련된 모종의 사연이 담긴 곡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며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로드무비는 통상 여행의 목적지나 목표 그 자체보단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사건을 통해 달라지는 인물들의 내면과 정서에 방점을 찍는다. <초미의 관심사>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보단 엄마와 순덕, 두 인물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유리를 찾아나서는 여정은 엄마와 순덕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하며 상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과정이며, 곧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만드는 경로다. 엄마는 매혹적으로 노래하는 순덕에게서 가능할 수도 있었던 자신의 또 다른 삶을 떠올리며, 순덕 또한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언어와 행동과 표정에서 자신의 자취를 느낀다.

모녀의 막내 찾기 추격전의 주요 공간은 이태원이다. 편견과 차별이 없는 곳으로서 이태원이 떠올랐다던 남연우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에는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영어엔 서툴고 한국어엔 능숙한 흑인 청년을 시작으로, 싱글맘, 동성 커플, 트랜스젠더와 드래그 퍼포머(주로 자신을 드래그 퀸이라 칭하는 연기자) 등이 모녀의 여정에 합류해 이들을 돕는다. 이같은 캐릭터들의 속성에 다소 도식적으로 의지한 듯한 인상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일상적 풍경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선 나름 흥미로운 시도로도 느껴진다. “편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데 흥미를 갖게 돼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다”며 소감을 밝힌 남연우 감독은 영화 <가시꽃>(2012)을 통해 제1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이기도 하다. 최근엔 tvN 드라마 <방법>에 출연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배우로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 때문에 직접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단편 <그 밤의 술맛>(2014)과 장편 <분장>(2016)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남연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인 <초미의 관심사>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받았다.

CHECK POINT

감독이자 배우, 배우이자 가수

<초미의 관심사>의 남연우 감독은 감독 겸 배우이며, 주인공 순덕 역의 김은영은 배우 겸 가수다. 여러 재능을 가진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열애를 인정한 연인이기도 하다. 남연우 감독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장편 데뷔작 <분장>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하지 않았다.

파쿠르

‘파쿠르’는 안전장치 없이 인간 고유의 신체능력으로 장애물을 활용해 이동하는 개인 훈련이다. 중고교 시절 비보잉을 했던 남연우 감독은 추격 장면에 파쿠르를 삽입해 독특한 유머 감각을 선보였다. 극중 배낭여행자 역할을 맡은 파쿠르 트레이서 제레미 카펜터가 모녀의 추격전을 도울 때 구사하는 파쿠르 기술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이태원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 무대이자 지난해 1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이태원>의 배경이기도 한 이태원이 이 영화의 주요 공간이다. “개성이 확고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누가 등장해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태원은 영화에 있어 상징적인 곳”이라는 남연우 감독의 말처럼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지닌 특유의 멋과 분위기가 영화에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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