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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배우 브루노 간츠, 향년 77살로 별세
김현수 2019-02-25

천사의 자리로 돌아가다

독일 영화·연극계의 별이 졌다. <베를린 천사의 시>(1993)의 천사에서부터 <다운폴>(2004)의 히틀러까지 선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감독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스위스 배우 브루노 간츠가 지난 2월 16일 취리히 자택에서 향년 77살로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오스트리아 잘츠브루크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무렵 대장암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독일 영화와 연극계에서 50년 넘게 활동했으며, 생전에 베르너 헤어초크, 빔 벤더스, 에릭 로메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등과 교류하며 여러 편의 영어권 영화에 출연하며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1976년 에릭 로메르 감독의 <O후작 부인>(1976)에서 명성을 얻은 뒤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빔 벤더스 감독의 <미국인 친구>(1977)에서 데니스 호퍼와 함께 킬러로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후 1987년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천사 역을 맡아 널리 알려졌고, 속편인 <멀고도 가까운>(1993)에도 같은 역할로 출연했다. 그가 2004년 출연한 영화 <다운폴>의 히틀러 역은 명장면을 낳았는데 <가디언> 평론가 롭 매키는 그의 연기를 일컬어 “역대 가장 설득력 있는 히틀러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지난 2월 17일 폐막한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 행사에서 사회자로 나섰던 배우 앙케 엥켈케가 잠시 그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는 추모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의 유작은 2월 21일 국내 개봉을 앞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 <살인마 잭의 집>. 그는 이 영화에서 살인마 잭을 지옥으로 이끄는 안내자 버지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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