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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감> 이재인 - 누구의 딸도 아닌, 재인
이화정 사진 최성열 2018-08-23

철이 없는 삼촌과 너무 일찍 커버린 조카. 아빠의 죽음으로 한집에 살게 된 둘의 불안한 나날들. <어른도감>은 겉은 ‘웃기지만’ 속은 한없이 외로운 두 사람의 버디무비다. 첫 주연작. 이제 막 아역을 벗어던진 배우 이재인은 삼촌 역의 엄태구와 밀리지 않는 호흡으로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촬영했는데, 이제 중학교 2학년. 영화에서보다 부쩍 키가 자란 이재인을 만났다.

“아역이나 누구 딸 역할은 하기 싫다고 하더라.” <어른도감>의 김인선 감독은 이재인 배우와의 첫 만남에서, ‘배우 이재인’의 강단을 보았다고 한다. “아역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인데, 단독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 <어른도감>에 욕심이 났다”는 배우 이재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정심(손숙)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에서는 배두나의 아역으로 출연하는 등 출연작이 여럿이지만 극을 오롯이 이끌어나가는 주연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회견에서 질문도 받고 기사도 나고, 지금까지와 달리 신기한 기분이 들더라. (웃음)”

이재인은 <어른도감>에서 아빠의 죽음 이후, 자신을 보호해주겠다며 접근하는 의심스러운 사기꾼 삼촌 재민(엄태구)과 함께 살며, 그의 사기에 가담하는 14살 소녀 경언을 연기한다. 태구는 경언을 ‘딸’이라고 해 동정심을 유발하며 혼자 사는 약사(서정연)의 등을 치는 데 이용하려는 것. 함께 행동하면서도 경언은 재민의 철없는 행동에 “어른 맞아요?”라고 단박에 응수하는,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빨리 어른이 됐지만, 누구보다 마음은 외로운 소녀다. 혼자 있으면 무서울 거라며 접근하는 재민에게 ‘안 무섭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집 나간 엄마를 보러 가겠냐는 질문에 ‘됐거든요’ 하며 방어막을 친다. 이재인이 구사하는 똑 부러지는 말투와 단단한 표정이 그렇게 닫힌 경언의 마음을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해준다.

특히 상대배우인 엄태구와 동등하게 호흡을 주고받는 당찬 연기가 인상적이다. “<밀정> 때부터 알고 있었다. 처음 만났는데 엄태구 배우가 너무 어색해하기에 먼저 가서 악수를 청했다. (웃음) 진지한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는 배우더라”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김인선 감독 역시 이재인이 현장에서 아이스브레이커로 활약했다고 전한다. 물론 생면부지의 삼촌과 소통하게 되는 지점도 이재인에게는 쉽지 않은 감정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가 ‘피를 나눈 혈육’이라는 점이더라. 둘 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멀어져 외로운 사람들이어서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것 같다.” 이재인은 경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감독과 대화를 많이 했다고 한다. “감독님과 상의를 해 경언의 캐릭터에 디테일을 더해갔다. 경언처럼 까칠한 편은 아니지만, 내 원래 성격도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웃음)” 촬영 한달 반 동안은 지방의 집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했다. “영화 촬영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웃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중학생의 감정을 잘 모르니 그 표현이 어렵더라.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는 변화가 클 텐데 어떨까 많이 고민했다.”

개봉을 앞둔 지금 14살 경언보다 한살 많은 중학교 2학년이 된 이재인. 배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영화 같았다(웃음)”고 말한다. “어릴 땐 지금과 달리 좀 귀엽게 생겼었다. 어머니가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는데,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출연하면 어떻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1회 출연 섭외가 고정이 됐다. 그때가 7살이었다. 5살 때까지 <뽀롱뽀롱 뽀로로>를 보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이재인은 이제 더 좋은 연기자를 꿈꾼다. “연기를 해보니 그렇더라. 눈물 연기도 어렵고, 오디션에 떨어질 때도 힘들고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어른도감>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의 최종 오디션에 떨어진 후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작품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더라.” <인셉션>(2010)의 마리옹 코티야르의 눈물 연기에 “보는 내가 다 슬퍼졌다”는 이재인은 본인 역시 그렇게 마음을 눈빛으로 전달하는 연기를 해내고 싶다. “롱런해야죠!”라는 그는 벌써 차기작으로 <사바하>와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부분 남자주인공들이 선두로 나서곤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여배우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우리도 훌륭한 여자배우들이 많으므로 그렇게 활약했으면 하고 나도 그 흐름에 일조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영화 2017 <서바이벌 가이드> 2017 <장례난민> 2017 <어른도감> 2017 <아이 캔 스피크> 2016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2014 <우는 남자> 2013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3 <미나문방구> TV 2017 <센스8> 시즌2 2015 <센스8>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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