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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 7인④] <살아남은 아이> 신동석 감독 - 우리의 애도는 어때야 하는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살아남은 아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영화로 읽힐 것이다. 익사 사고로 죽은 소년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그런 연상과 짐작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살아남은 아이>는 신동석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다. “20대 초반에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연달아 경험했다. 이유 없이 우울하고 화가 나고 슬픈 날이 많았다. ‘술이나 한잔하며 털어내라’는 가벼운 위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상투적 위로는 도리어 불편했다. 한동안 감정의 기복을 겪었다.” 신동석 감독은 “지나고 보니 그게 일종의 애도의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도 반영됐다. 글을 쓰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죽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되기 일쑤였다. <살아남은 아이> 또한 그렇게 운을 뗀 영화였다.

물에 빠져 아들이 죽었다. 아들은 친구를 구하고 의사자가 됐다. 아버지 성철(최무성)과 어머니 미숙(김여진)은 의사자가 된 아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한다. 성철은 아들이 구한 ‘살아남은 아이’ 기현(성유빈)을 돌보기 시작하고, 물놀이 사고 이후 방황하던 기현은 성철과 미숙 부부에게 유사아들 같은 존재가 된다. <살아남은 아이>는 애도와 용서에 관한 영화다. 아들의 죽음을 아름답게 애도하려 했던 부부의 이야기는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면서 용서에 관한 이야기로 전환된다. 용서를 구하는 대상인 기현과 용서의 주체가 되는 성철, 미숙은 모두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고통받는 인물들이다.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떠안긴다. 그 책임이 영화에선 용서고, 신동석 감독에겐 영화를 만드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동석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짓지 않았다. 하지만 “의식을 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창작자로서 무의식적으로 비극적 참사에 영향을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 중에는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나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를 얘기하는 작품들이 꽤 있는 것 같다”는 말도 전했다. 신동석 감독은 딱 이만큼의 대답으로 영화와 세월호를 연관 짓는 질문에 선을 그었다. 이런 조심스러운 반응은 한편으로 치유와 용서라는 단어가 결코 가볍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감독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복수는 쉽지만 용서는 어렵다. 영화는 그 용서에 이르는 험난한 과정을 조심스레 따라간다. 특정 인물의 시점이나 입장을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고 객관적 시선으로 사건을 조망하면서 인물의 심리에 밀착하는 태도는 영화가 스스로 심판관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보인다. 영화의 태도는 조심스럽지만 영화 자체는 긴장으로 팽팽하다. 그 긴장을 떠받치는 건 “각자 다른 고통을 느끼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고통에 대처하는” 세 인물과 그 관계다. “초고를 쓴 이후부터 캐스팅하길 원했던 세 배우”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의 역할 또한 컸다. 감독의 마음을 그대로 읽고 표현해준 세 배우 덕에 촬영장은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신동석 감독은 “만약 이 영화에 상이 허락된다면 세 배우에게 상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세 인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긴장감, 특히 성철이 기현에게 보이는 태도에선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이 연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들>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소년에게 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목수 올리비에의 시선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영화다. 개인의 윤리를 시험하는 이야기나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의 스타일에서도 다르덴 형제 영화의 영향력이 비친다. 신동석 감독은 “데이비드 핀처, 마틴 스코시즈, 제인 캠피온 등 좋아하는 감독들이 많은데, 다르덴 형제도 그런 감독들 중 하나”라 말했다. 반복된 카메라 리허설과 철저한 배우 리허설로 탄생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와 달리 본인은 사전 리허설을 집요하게 할 수 있을 만큼의 현장 여건을 갖출 수 없었다고도 했다. “만약 다르덴 영화와 비슷하게 느껴졌다면 고마워해야겠지만 우리는 집요하게 리허설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촬영감독에게 부탁한 건 카메라가 인물의 친구 같은 위치에 서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보통의 영화보다 인물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되 인물이 너무 힘들어할 땐 한 발짝 뒤에서 그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느낌으로 찍길 바랐다.”

“몰랐던 감정, 복잡한 심리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주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더불어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 신동석 감독의 첫 장편 <살아남은 아이>도 그러하지만, 2005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물결이 일다>(2004)와 제5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최우수상과 촬영상 수상작인 <가희와 BH>(2006) 역시 심리와 정서가 강조되는 신동석 감독의 단편들이었다. “소설과 영화에는 관심도 없었던 공대생”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영화가 바로 마틴 스코시즈의 <택시 드라이버>(1976)였다. “몰랐던 감정을 알고 싶고 낯선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결국 그를 영화로 이끌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예술사 과정에 입학해서도 “남들보다 영화를 모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했다. 영화를 알아가는 과정은 곧 세상을, 관계를, 인간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몰랐던 걸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영화를 통해 내 감정도 더 잘 알게 되고 상대의 감정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런 내가 좋았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 말이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사람을 만들었다. (웃음)”

<살아남은 아이> 시놉시스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 성철(최무성)과 미숙(김여진)은 6개월 전 고등학생 아들 은찬을 잃었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중 은찬은 친구 기현(성유빈)을 구하고 숨졌다. 성철은 사고 이후 기현이 학교를 그만두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기현에게 인테리어 기술을 가르친다. 아들이 살린 목숨이 아니라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존재로 기현을 대했던 미숙도 차츰 소년에게 마음을 연다. 그렇게 은찬의 빈자리를 기현이 채워갈 때쯤, 기현의 입을 통해 물놀이 사고에 얽힌 진실이 폭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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