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와 나란히 보고 싶은 영화를 모았다. 공장식 축산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다큐멘터리, 동물과의 윤리적 공존을 꿈꾸는 장르영화, <옥자>와 견주어볼 만한 서사와 이미지를 가진 작가영화 등 여섯편이다.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 姫 , 1997

거대한 동물과 한몸이 되어 달리는 소녀 미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누구나 떠올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서사시. <모노노케 히메>를 밀어가는 힘은 원령 공주의 모험이 아니라 문명을 향한 자연의 분노다. 인간의 총탄을 맞은 멧돼지 신(神)은 몸에서 촉수가 뻗어나오는 재앙신으로 변해 마을을 습격하고 주민을 지키려던 소년 아시타카는 그를 막다 팔을 다쳐 몸이 썩어들어가는 부상을 입는데 이 상처는 동시에 가공할 살생의 힘을 소년의 팔에 불어넣는다. 문명이 만들어낸 무기는 살생을 악순환시키고 궁극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더럽히고 죽인다. <옥자>의 1차 클라이맥스에서 성난 동물로부터 미자가 입는 상처는 곧장 아시타카가 입은 저주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에서 시시신의 숲 동물들은 태곳적의 커다란 몸을 간직하고 있다. 큐슈에서 건너온 500살 먹은 멧돼지 옷토 코누시는 인간을 방치했다가는 돼지들이 크기가 작아지고 바보가 돼 고깃덩이로 사냥돼버릴 것이라고 일갈하는데, 실제로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몸집 큰 육상동물이 급격히 멸종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그러더니 21세기 초 루시 미란도는 돈육을 위해 다시 거대 돼지를 발명하고….

<지구의 거주자들> Earthlings, 2005

채식주의 실천을 놓고 망설이던 (기자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을 결단으로 끌어간 다큐멘터리로 참상을 직시할 굳은 각오만 있으면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당신이 지금부터 보려는 이미지는 특이한 케이스가 아닙니다. 식품산업 일반의 표준입니다”라는 경고 자막으로 시작하는 <지구의 거주자들>은 식육산업뿐 아니라 의류산업, 강아지 공장과 펫숍으로 구성된 반려동물산업, 실험, 엔터테인먼트에 이용하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착취 현장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 포함된 도살장 현장의 참상은 그나마 한번에 숨을 끊는 <옥자>의 식육생산 라인을 인도적으로 보이게 만들지도 모른다. 영상의 화질이 거친 대목이 많은 까닭은, 동물보호운동단체가 제공한 (때로는 잠입 촬영된) 비디오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내레이션을 말았고 모비가 사운드트랙을 만들었다.

<푸드 주식회사> Food, Inc., 2008

<옥자>에 등장하는 동물해방전선 멤버 실버(데본 보스틱)는 산업적으로 재배 유통된 토마토도 먹기를 거부한다. <푸드 주식회사>가 그 이유를 알려준다.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토마토는 햇살 반짝이는 광고 이미지와 달리 초록색일 때 따서 에틸렌가스로 익힌 것이다. “우리는 토마토가 아니라 토마토라는 개념을 먹는다”라고 내레이터가 말한다. <푸드 주식회사>는 식품이 식탁에 오기까지 거치는 체인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를 탐사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식생활 원천에 농장이 아니라 공장이, 그것도 거대 식품기업과 계약한 농축산 노동자와 가축이 비윤리적인 처우를 감수하는 공장이 버티고 있음을 많은 미국인에게 알렸고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 정부의 진실 은폐 기도도 영화의 고발 내역에 포함돼 있다. <뉴욕타임스>의 마놀라 다지스는 리뷰에서 그 해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수사를 바치기도 했다.

<화이트 갓> White God, 2014

201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헝가리의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이 공개한 <화이트 갓>은 전해 9월 이웃 나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떠돌이개 6만 마리가 학살 당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픽션으로 보인다. 많은 평자들이 잡종개에 세금을 물려 거리로 내몰고 결국 제거하는 영화의 내용을, 유럽의 노숙자와 이민, 지하계급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잔학의 알레고리로 읽었다. 그러나 알레고리까지 갈 것도 없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떠돌이 동물과 그들의 생존권을 논하는 영화로 관람해도 무리가 없다. 비교선상에 오른 영화로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과 <스파르타쿠스>가 있다. 냉철한 연기로 칸에서 황금개상을 받은 주인공 하겐을 비롯해 조연, 단역으로 실제 개를 캐스팅한 아날로그 스펙터클은 디지털 크리처의 그것과 다른 박력을 발휘한다. 자기가 죽인 동족을 바라보며 멈칫하는 얼굴, 개들의 몹 신을 활용한 명상적 코다가 일품이다. 좋은 개 영화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에 두 마리 이상의 개가 주인 없이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있느냐는 물음이 있는데 <화이트 갓>은 그 테스트를 통과하고도 남는다. <화이트 갓>의 동물 배우 트레이너는, 영화가 제목을 따온 호러 <화이트 도그>에서 같은 일을 한 개 훈련사의 2세라고 한다.

<마이 리틀 자이언트> The BFG, 2016

<옥자>의 평에서 자주 거론되는 영화는, 스필버그의 ＜E.T.＞와 <슈가랜드 특급>이다. 그러나 <마이 리틀 자이언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로알드 달이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해 ＜E.T.＞의 멜리사 매티슨이 각색한 이 영화는, 우선 어린 소녀와 거대한 디지털 캐릭터가 짝패를 이뤄 두 세계를 넘나들며 식인 거인을 막는 이야기다. 소피는 미자처럼 부모가 없지만 고아의 처지를 특별히 결핍으로 여기지 않는 아이다. 주인공 거인은 식인하는 동족이 ‘베지테러블’이라고 표현하는 킁킁오이로 만든 녹색 주스만 먹어서 따돌림을 당한다. 그는 모두의 식인을 막지 못하더라도 뭔가는 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소피를 보호하고 인간 아이들의 꿈을 사수한다. 거인이 책임감을 갖는 까닭은 동물과 식물, 인간의 꿈이 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기 때문이다. 미자도 옥자의 말을 이해하기에 더욱 사랑한다. 유치해질 위험을 감수한 방귀와 배설물 코미디도 <옥자>와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동화에 기초한 <마이 리틀 자이언트>에는 주인공들을 돕는 친절한 권력이 있고 <옥자>에는 없다.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이야기 매듭이 버킹엄궁 티파티의 설득으로 풀리는 반면 <옥자>는 공장을 배경으로 비즈니스 담판을 지어야 한다.

＜판타스틱 Mr. 폭스＞ Fantastic Mr. Fox, 2009

웨스 앤더슨 감독은 개와 고양이에게 수난을 가져다주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로얄 테넌바움> <문라이즈 킹덤>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에서는 개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고양이가 변을 당했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는 앤더슨 감독이 악명을 씻은 영화로서 인간에게 영역을 잠식당하고 먹이를 사냥했을 뿐인데 도둑 소리를 듣는 동물들의 반격을 그린다. 감독의 패션을 쏙 빼닮은 황토색 코듀로이 정장을 갖춰입은 여우 폭스씨(조지 클루니)는 축산 부농들과의 결전에서 외친다. “네 트랙터가 우리집을 부숴놓고 네놈들이 내 가족을 사냥했어! 네 쥐는 내 아내를 모욕하고 넌 내 꼬리를 총으로 날려버렸지!” 자신감을 얻은 폭스씨와 일행이 검은 늑대와 우연히 마주쳐 파이팅을 교환하는 장면은 특히 가슴 벅차다. 현재 웨스 앤더슨은 한 소년이 개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스톱모션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을 내년 개봉을 목표로 연출 중이다. 틸다 스윈튼과 스칼렛 요한슨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