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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영화계 내 성폭력 열 번째 대담: 현장 스탭들 - 고지연·안병호·이선영·이현명
이화정 사진 오계옥 2017-01-11

이번으로 10번째다. <씨네21>은 지난 10주간 ‘영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로 촉발된 성평등에 대한 문제인식을 나누고자 하는 의미에서, 영화인들과 여성, 소수자의 인권 침해와 그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대담 자리를 가져왔다. 여성감독, 여성배우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남성 영화인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례들이 공론화되었고, 각자의 위치에서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제안이 이루어졌다. 10번째 대담에서는, 이제 작은 발걸음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었다. 현장의 이선영 촬영감독, 고지연 슈퍼바이저과 함께 촬영 스탭인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이현명 한국영화프로듀서 조합(PGK) 부대표를 한자리에 모은 것도 현장 영화인과 조합의 방안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10번째 대담의 실천방안을 되새기며, 1월16일(월)에는 <씨네21>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니 관심의 끈을 놓지 말길 당부한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질투는 나의 힘> 촬영팀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오피스> <특종: 량첸살인기> 촬영팀에서 일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일 해왔다.

이선영

촬영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18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5기. 장편 <결혼전야>(2013)로 데뷔한 후 <워킹걸>(2014)로 ‘2015년 여성 영화인 축제’에서 촬영감독상을 수상했다. 촬영 작품으로 <거짓말>(2013), <퇴마: 무녀굴>(2015), <커터>(2015) 등이 있다.

고지연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2009) 제작팀으로 영화계에 입문. <건축학개론>(2012), <전국노래자랑>(2012) 외 다수의 작품 제작팀으로 일했으며 <레드카펫>(2013), <황제를 위하여>(2014)에 제작부장으로 참여했다. 현재 <침묵>의 슈퍼바이저, <1987> 제작실장.

이현명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부대표, 제작사 그린피쉬 대표. <시크릿>(2009),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6) 제작. 자카르타 올 로케이션 마셜아츠 액션영화 <타이칸>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에 (주)그린피쉬차이나를 설립하여 만드는 조범진 감독의 3D애니메이션 <락희>를 준비 중이다. 또 송일곤 감독이 연출하는 한국판 SF액션물 <변신>을 기획하고 있다.

-영화계 내 성폭력 이슈 관련 대담이 오늘로 10번째에 이르렀다. 그간 제기된 이슈들과 <씨네21> 대담을 보면서 각자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어떤 결심을 했나.

=이현명_ 지금까지 진행된 대담을 살펴보면서 여성 영화인들이 그 위치에 가기까지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보고 적잖이 놀란 부분도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언어나 행위를 하지 않았나 하고 먼저 자기 검증을 하게 되더라. 대담에 나오면서 고민이 더 컸던 이유다. 현장에서도 남성 스탭들과 상대적으로 더 빨리 친해지는 반면 여성 스탭들과는 그저 ‘좋은 관계’로 끝난 적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늘 한발 더 못 다가간 것 같다.

=고지연_ 앞선 대담을 지켜보면서 고민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그동안 주로 여성 영화인들이 대담에 많이 참석했는데 이번 대담은 남녀가 함께인 데다, 또 이현명 대표와 안병호 위원장 두분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서 책임을 맡은 분들이기도 하다. 고민을 하고 발언을 하는 자리가 있다는 게 흥분된다.

=안병호_ 처음 영화계 내 성폭력이 해시태그로 SNS에서 이슈가 될 때 한 스탭이 이 문제를 이야기하더라. 폭로와 고발이 끊이지 않는데 노조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냐. 처음 든 생각은 ‘부끄럽다’였다.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니 나 역시 그런 문제가 있는 현장에서 방관자였다 싶었다. 노조의 책임자로 이 문제를 절대 방관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지난 대담들을 보면서, 언젠가 <씨네21>에서 나한테 전화를 하겠구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웃음)

=이선영_ 트위터에서 각 분야의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지 않나. 돌이켜보면 과거부터 있었던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고, 변화가 없구나 싶더라. 영화를 만드는 현장이 수직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니 거기서 오는 차별, 약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문제에 대해 나 역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현명_ PGK 창립 때부터 10년째 조합 생활을 하고 있다. 조합원 213명 중 83명이 여성이다. 약 40%가 여성 프로듀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교육이나 성폭력 예방교육이 조합 차원에서 이야기된 적이 없었다. 여성 3명을 포함해 9명의 조합원들이 매달 모여 회의를 하는데. 투자, 개봉과 관련하여 표준계약에 대한 가이드와 각 조합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들, 대외적인 사건들이 워낙 많다. 그러다보니 프로듀서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순위의 뒤쪽에 있게 된다. 이 순위를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지속적인 대담 등을 통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분명 가랑비에 옷 젖는 것 같은 효과가 있을 거다.

“촬영일 하려면 성전환 수술 하고 와야 해요”

-각자의 포지션, 직책에서 느끼는 고충이 있을 것 같다. 그간 영화계에 입문해서 겪었던 혹은 목도했던 성적 불균형의 문제를 되짚어본다면 어떤 점을 가장 크게 지적하고 싶은가.

안병호_ 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촬영팀으로 생활하고 있다. 10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현장에 가니 남자들끼리 모여 하는 농담의 수위가 세더라. 배우들을 보며 카메라 줌을 당겨서 성희롱 발언을 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앞선 대담에서 나오던데, 현장에서 그런 것들을 숱하게 겪었다. 의상팀, 분장팀의 외모 평가를 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정작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는 못했는데, 한번은 다른 스탭이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런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이 좋아하겠냐고 하니, 다들 ‘농담인데 뭘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더라. 당시는 촬영팀 구성에 대해서도 여자는 할 수 없고, 같이 하면 불편한 존재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체력이 있어야하고 힘이 있어야 촬영팀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나도 마른 체형이라 부정적 시선을 샀다. 이른바 ‘남자다워야 하는’ 사람이 촬영팀의 조건이었다. 촬영부를 뽑는 게 아니라 차력할 사람을 뽑는 건가 싶더라. (웃음) 지금처럼 SNS로 문제제기를 하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성폭력’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뿐이지 폭력이었다.

고지연_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25살 때부터 제작 파트에서 쭉 일한 경력이 7~8년이다. 최근엔 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작품 미팅을 몇편 했다. 내 경력 정도면 될 수 있겠다 싶었던 곳도 결론적으로 다 잘 안 됐다. 내가 왜 안 됐나 소개해준 분들에게 여쭤봤더니 ‘작품이 커서 네가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 겪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나 싶어 너무 속상했다. 지난 1080호 여성감독 대담 때 홍지영 감독이 데뷔 때 현장에서 남성적으로 보이려고 커트를 했다고 한 말이 공감이 가더라. 나도 처음 현장에 갔을 때 좀더 남자답게 보여야지 하는 강박이 있었다. 영화과 다닐 때 선배들에게 촬영현장은 여자들이 일하기에는 불리한 곳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서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현장 경험을 쌓을때까지 남자들이 쓰는 말투를 따라 ‘다나까체’를 사용했는데, 그러니 나를 좀 편하게 대해주는 것 같더라.

이선영_ 나는 교육기관에서 학습을 하고 현장 촬영감독으로 진입한 경우다.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다니고 바로 현장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친한 동생이 그러더라. “누나, 촬영하려면 성전환 수술 하고 와야 해요.” 물론 농담 반이었겠지만, 현장에 있어보니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더라. 우리 사회 전반이 그렇지만, 특히 현장은 체계가 군대와 비슷하다. 조명팀만 해도 여성 스탭이 많은 편인데 촬영팀은 남성 위주이고 명령하달 식으로 일이 전달된다. 중간에 여자가 끼면, 그 동생도 골치가 아프게 된다는 거다. 그런 문화에 섞여들기가 힘들어서 다시 영상원에 갔다. 이후 다시 촬영감독으로 현장에 간 건 거의 내가 봐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애를 낳고 집에 있는데 한달 만에 연락이 왔다. 수필름에서 제작한 옴니버스영화 <무서운 이야기>(2012) 중 <앰뷸런스>의 촬영을 했다. 김곡, 김선 감독이 나를 좋게 보고 같이 해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하더라. 한마디로 ‘우긴’ 거다. 산후조리고 뭐고 앞뒤 안 가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금 안 가면 더 기회가 없겠다 하는 절박한 마음이 들더라. 촬영감독을 선정할 때는 경험치가 필요한데 여성감독은 그게 쌓일 기회를 얻는 게 어렵고 진출 자체도 어렵다. 지금도 ‘여자라서 안 돼’라는 이유로 여전히 여성 촬영감독에게는 모험을 걸지 않는다. 이것저것 상황을 따져봤을 때 확실히 여성이라 더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지금은 일이 없어서 1년 정도 쉬고 있는데, 그래도 이제는 막연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다. 그나마 경험치가 늘어서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이현명_ 여성이라고 능력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참여한 작품 중 <용의자>(2013)의 류정은 조감독이 여성이었다. 조감독 스탭 인선은 감독님이 하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원신연 감독이 오랜만에 작품하는데 여성 조감독이 잘 보좌해줄 수 있을까요?” 하고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무려 108회차를 진행해야 하는 액션영화라 거친 현장이었는데, 류정은 조감독이 레디 액션을 못한 게 몸이 아주 아팠던 3번밖에 안 된다.

-최근 스웨덴의 사례가 국제적으로 모델이 될 만한 경우라고 본다. 워낙 사회적으로 성평등 의식과 교육이 강한 분위기인 데다 스웨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 지원에 남녀 감독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파트별로 남녀 비율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은 역시 여성 스탭 수가 절대적으로 약세다. 특히 촬영감독조합은 전체 70여명 중 여성이 단 3명에 불과하다.

안병호_ 촬영뿐 아니라 조감독도 여성은 거의 없다. 의상, 분장, 미술처럼 여성이 남성들에 비해 부침이 덜한 파트를 제외하고는 연출부 스크립터, 제작부 회계같이 여성 스탭들의 할 일이 이미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연출부를 여성이 거의 없이 구성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이들 한다. 경력이 있어야 스탭으로 참여할 기회가 생기는데,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배제되다보면 경력이 쌓이지 않게 되고, 늘 갈 수 있는 분야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고지연_ 그 반대의 경우가 우리 현장이다. 지금 정지우 감독님의 <침묵>을 찍고 있는데, 조감독 여자, 제작부장 두명 역시 여자, 미술팀, 붐 오퍼레이터 막내까지 여성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조감독도 제작부장도 경력이 많지 않은데 다들 같이 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남녀 성비가 잘 섞여 있다.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현장 성비가 이렇게 잘 섞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PD님이 어떻게 이렇게 구성했는지 물어봤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스탭들이라 나랑도 잘 맞겠다 싶었다고 하더라.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이 이제는 생기는구나, 현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안병호_ 그 현장은 진짜 합리적인 구성을 한 경우다. 촬영 스탭 구인, 구직을 하는 포털 밴드가 있다. 900여명 중 불과 7명이 여성이다. 노조 조합원 중 촬영파트가 200여명인데 그 가운데 여성 촬영 스탭이 10명 정도로 5%가 안 된다. 성별 기재란은 없는데 사진으로 추정해보면 그렇다. 예전보다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수적으로는 늘어나는데 경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여전히 낮다. 5년 전쯤부터는 촬영부에 여성이 꼭 있긴 하다. 전 작품을 같이 하고 다음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데, 그래도 여전히 여성이 들어가느냐, 한명이냐 두명이냐는 다들 의식하게 된다. 특히 규모가 큰 작품을 할 때 새로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여성이면 잘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낫지 하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이선영_ 놀랍게도 한국영화계의 어른이라 부를 만한 정일성 촬영감독님의 퍼스트가 여성이었다. 지금 그분은 CF 광고쪽에서 일하신다. 예전에도 촬영팀에 여성은 몇분 있었지만, 많진 않았다. 스탭을 구성할 때나 역시 딱히 여성을 포함해 꾸려보자는 생각은 없었다. 나도 촬영부를 차곡차곡해서 올라온 게 아니라서 촬영부를 구하는 게 녹록지 않은 일이다. 주로 스탭은 퍼스트가 꾸리기도 하고. 저예산영화 <커터>(2015)를 찍었는데 그때 A캠 전원이 여성이었다. 그건 상당히 특수한 경우였다.

안병호_ 예전엔 내가 트라이포트를 들면 여성 스탭도 트라이포트를 들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카메라를 들면 저 친구도 그걸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 촬영팀은 남들과 똑같이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남들처럼 해야지 너만 특별하게 대해주지는 않아’라는 압박이 항상 있고, 그렇게 해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지금은 그 친구가 나랑 똑같은 무게를 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똑같은 기회를 갖는 게 평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지연_ 아는 남자 프로듀서가 그러더라. 여자들은 프로듀서가 되기 힘들다고. 그래서 여성 프로듀서가 이렇게 많은데 그런 말을 왜 하냐고 따졌다. 그분 말로는 지금 손꼽히는 여성 프로듀서들은 본인들이 기획·개발해서 된 거지, 남자 프로듀서들처럼 인맥이나 라인으로 된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 현실적으로 볼 때 자기는 잘 버티면 프로듀서가 될 수 있지만, 나는 아니라고. 그 말에 상처를 크게 받았고,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에도 직책별 자격증이나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버티면 올라가는 커넥션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능력을 인정받는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이선영_ 여성도 힘들고, 같이 일하는 사람도 불편한 구조가 된 건데, 예를 들면 스탭들도 감독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대하는 게 다르다. 이게 참 표현하기가 묘한데, 배타적인 게 분명 있다. 한마디로 공기가 좀 다르다. 여자는 까다롭다, 민감하다고 하는데 남자도 까다롭고 힘든 사람 많다. 물리적 한계는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온다고 생각한다. 트라이포트는 여자건 남자건 다 무겁지 않나. 지금은 다 디지털로 바뀌어서 그게 또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가해자는 계속 남고 피해자는 계속 나온다

-조합의 대표로, 또 현장의 여성 영화인으로 각자 체감하는 바가 다를 텐데. 실제 성평등에 관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거나 조합에 이런 고발 사례들이 접수된 적이 있나. 그럴 경우 어떤 해결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안병호_ 건의 자체가 굉장히 적고,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시도도 부족했다. 가해자는 계속 남고 피해자는 계속 나온다. 특정 감독의 현장이 고약하기로 소문났는데, 그 현장의 여성 영화인이 신문고에 폭언, 폭행 행위들이 몇회차에 걸쳐 계속 있었다고 신고를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기까지 과정도 힘들었을 텐데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당 감독의 사과를 원했지만 결국 감독은 빠지고 제작사가 사과했다. 어찌됐건 영화사 입장에서는 영화를 완성해야 하는 거다. “감독은 나쁜 사람이지만 영화는 만들어야지”라는 말로 설득이 이루어졌다. 영화 나오고 사건은 잊혀지고, 그 감독은 또 다른 영화를 만든다.

고지연_ 현장에 있으면 키스탭들의 말장난이 심한 경우가 많다. 이런 걸 보면서도 안타깝다고만 생각하고 넘기게 된다. 사과뿐이지 실질적인 처벌이 없다. 권력을 가진 투자사가 이 부분에 대해 다이렉트로 처벌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든다거나 해서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안병호_ 하지만 블랙리스트의 경우 잘못될 여지도 있다. 문제가 있는 제작사나 감독을 제명하는 건 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게 건강한 해결책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 문제는 단순히 좋은 감독, 촬영감독을 만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지난 <씨네21> 대담에서도 스탭들보다 프로듀서나 헤드급이 나서줘야 하지 않냐는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런데 표준계약이나 근로계약법이 이루어진 것도 헤드스탭이나 제작사가 주도해서 된 건 아니다. 투자사가 참여하면서 이렇게 퍼지긴 했지만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으려면 내부에서 좀더 움직여야 한다. 같이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고지연_ <걷기왕>(2016)과 같이 영화 들어가기 전에 고사 지내는 게 당연한 것처럼 모든 스탭이 감독부터 막내까지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그걸 서명이나 증명서로 제출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현명_ 영화계에 ‘표준’이라는 말이 들어오면서 열심히 하는데도 지키지 못했을 경우 가해자가 되는 사건사고들이 너무 많다. 영화 한편 하는 것이 이렇게 살얼음판이니 최근엔 PD들도 해외로 눈길을 돌려 도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개의 제작자들은 영화 크랭크인 전부터 2∼3년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촬영하는 3개월여 동안 지켜야 할 게 너무 많다보니 누수가 생긴다. 성교육은 4대보험처럼 노동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제해도 본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면 결국 형식적인 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너무 무리하게 실행하기보다 서서히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안병호_ 돌이켜보면 한국영화가 안 아팠던 때가 있을까. 나는 이 문제들을 계속 주지시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작사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주지가 있어야 한다.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 50명의 스탭들이 모이는데, 완성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야라는 생각으로 희생하게 된다. 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강제적으로라도 실행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계 해시태그에서도 주목해볼 만한 것이,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해서는 실명이 언급되는데 영화계는 그런 게 거의 없다. 사태가 있어도 실명이 언급되지 않는다. 감독조합한테도 아쉽다. 그렇기에 더더욱 처벌이 필요하다. 감독을 굉장한 크리에이터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이런 문제로도 감독이 교체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사람이 들어와야 투자가 되니,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눈 감아주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

이선영_ 공론화하기가 참 어려운 구조다. 소문나면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나 참여한 스탭들도 힘들어지니. 영화 만드는 작업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게 분명 있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찍는 동안은 사생활도 보장 안 되는 구조다. 분명 바꿀 것들이 존재한다. 성폭력을 따로 교육하는 데 대해 거부감이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표준계약에 이 문제도 하나의 조항으로 넣어서 교육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인식 개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안병호_ 영화계도 직장이라는 관념에서 언급을 한다면, 하나의 작품을 매니지먼트하는 회사 차원에서의 인지가 필요하다. 스탭이 “교육해주세요”라고 해서 이루어지면 ‘내가 선의에서 해줄게’가 된다. ‘해줄게’가 되면 교육을 받는 게 시혜가 되는데, 의무이자 함께해야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최근 노조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한 것도 단순히 영화를 좋은 정신으로 만들겠다는 당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좋은 상품을 만드는 좋은 직장이 되려면 엄수해야 할 것들을 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서였다. 처음은, 노조인 우리가 먼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필요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끼리만 하면 흐지부지될 테니 다 함께하자 하고 공표를 한 거다. 소수가 모이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대부분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나쁘다는 인지는 있지만, 제3자인 내가 말해도 되나 하는 주저함이 아직도 있다. 다음 교육 때는 현장에 맞는 대처 방안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어가 한 작품에 존재하지 않도록

-사소한 부분이라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현장에서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지연_ 언어 순화가 절실하다. 한번은 회계 파트를 맡았는데, 프리 프로덕션 때 나만 여자고 다 남자 스탭이었다. 회계의 특성상 단독으로 일해야 집중이 된다면서 내 책상을 구석으로 따로 빼주었는데, 바로 옆자리에서 야한 농담을 너무 많이 하더라. 듣고 싶지 않으니 더 열심히 작업에만 몰두했다. 스탭 중 한명이 “지연이도 있는데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쟤는 집중하면 아무것도 못 들어”라며 자기들끼리 내 이야기를 하더라. 이번에 <침묵>에 참여 하면서 조감독, 현장 진행 제작부장이 여성이다보니 사람들이 서로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언성을 높일 일도 있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서로 한번 참고 말하는 게 보인다. 남자들끼리 있을 때 심한 농담이나 언어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와 달랐다. 성비가 섞이다보니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보이더라.

안병호_ 이게 참 아이러니하다. 서로 말을 쉽게 한다는 건 가족이 된다는 걸 전제하는 일이다. 형, 동생 하면서 반말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친밀한 현장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 와중에 하는 농담이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걸, 해가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하는 작은 손짓 하나가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사자가 듣지 않은 농담이라도 문제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어렵게 말하는 게 필요하다. 하다못해 ‘존댓말하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 게 아닐까. 서로 다 형제고 가족이고 형인 입장에서 쉽게 말하고 농담하고 그게 용인되는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게 필요하다. 현장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다. 가족처럼 일할 수는 있지만 가족이라 정의하기에는 이미 영화산업이 너무 커졌다. 영화는 흥행 수익을 논하고 있는데 뭔가 일이 생겼을때, 형이 잘못했으니 술 한잔하면서 풀자,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들면 안 된다.

고지연_ 성적인 농담, 성희롱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막내를 거쳐 직책 있는 자리로 올라가게 되면 권력이 생기게 되고 악순환이 된다. 그렇게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헤드급으로 가니, ‘영화계에서는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분위기를 바꾸어 그들에게 불이익을 줄 필요가 분명 있다. 덧붙여서 숙소 문제도 말하고 싶다. 지방 촬영을 할 때 숙소 카운터에 있는데, 내가 거기 있는 줄 모르고 어떤 남자 스탭이 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스탭의 방 키를 달라고 하는 걸 들었다. 몰래 그 방에 들어가려고 한 거다. 지방 촬영, 모텔 숙소생활이 주는 환경적인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이현명_ 지방 촬영 때 숙소의 방은 스탭들에게 회의 공간이 된다. 회의룸을 따로 대여하면 대여료가 발생하니 그걸 아끼려고 그러는 거다. 그러나 이런 방 문화가 주는 폐해가 있다면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당장 회의 공간을 따로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문제는 큰 사안일 수도 있지만, 결국 현장은 작업 기간 동안 어떻게 그 구조를 디자인하느냐 하는 작은 결정이 모여 그것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수직과 수평,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어가 한 작품에 존재하지 않도록 작은 것들에서부터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ー최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촬영 당시, 마리아 슈나이더와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을 강행한 지점에 대해 언급한 인터뷰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현장도 예외일 수 없는데, 각자 참여한 작품들을 돌아볼 때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안병호_ 그 기사를 보면서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에 촬영부로 참여한 작품에서 키스 신이 있었다. 나는 간단한 입맞춤 정도라고 알았는데 슛 들어가고 남자배우가 상대배우에게 딥키스를 했다. 그때 여자배우가 돌아서서 짓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하얗게 질려 있는데, 이 현장을 벗어날 수도 없는 거다. 감독이 배우를 다그치고, 합의되지 않은 것도 현장에서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분위기였다. 신인배우였는데 그러다 결국 이 배우가 현장에 적응을 못하고 연기 못하는 배우로 낙인이 찍혔다. 그런 경우는 감독이 디렉팅에 자신이 없어서 현장이라는 묵인하에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닌가. 예산이 적은 영화일수록 강압적인 상황도 많은데, 이 영화를 찍기만 하면 해외 영화제 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무마하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지나온 길을 생각하면, 배우에게 이 부분은 알아서 해봐라. 대단한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밀어붙이는 분위기가 많다. 스케줄대로 찍고 개봉하는 것이 이제는 감독에게도 요구되는 게 현실이다. 감독의 역량에 다 맡기는 건 이제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나왔으면 한다.

고지연_ <황제를 위하여>(2014)에 참여했을 때 수위가 높은 베드신이 두번 있었다. 첫 번째 베드신 찍을 때 충분히 인지하고 왔음에도 이태임 배우가 막상 하려니 어려워하더라. 감독님의 디렉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감독님이 계속 설명하고 충분하게 대화를 하셨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줄 테니 진정하고 촬영하자고 하셨다. 촬영이 딜레이되었는데 배우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선영_ 나는 그건 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현장에 온 상황에서 설득을 하면 폭력적인 거다. 배우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고 배우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감독뿐 아니라 스탭들도, 배우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면 “아니, 이런 영화인 줄 몰랐어” 하고 여배우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반성이 되는 게 나도 노출 수위가 높은 장면을 찍을 때 미리 이야기를 안 하고 현장에서 찍은 경우가 있었다. 이미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합의되지 않은 키스 장면 같은 것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안병호_ <연애의 목적>(2005) 때 노출 신을 찍는데 연출팀의 여성 스탭이 들어가고 나머지 스탭은 다 나갔다. 배우를 배려한다고 한 결정이었는데, 그때 다수의 스탭들은 그 상황을 배우의 ‘골질’로 복기한다. 시나리오에 있는 건데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스탭을 밖으로 내모나 이렇게 생각한 거다. 이것도 인식의 문제일 수 있는데. 저 사람도 나도 일을 하는 거지 않나 그런 생각이 퍼졌던 것 같다.

이선영_ 배우도 스탭도 영화 한편을 완성하기 위해 때로 소모품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면 스탭들이 자존감도 떨어지게 된다. 서로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하고 그만한 대가를 받고 일해야 결국 이 일에 충실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길을 포기하게 되고 이직률이 높아지고. 결국 영화계에서도 경험 있는 인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이현명_ 감독과 합의가 되더라도 콘티 진행 과정에서 예상보다 노출 수위가 높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배우 입장에서는 못한다고 할 수 없게 된다. 그럴 때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프로듀서나 매니지먼트 대표가 중재 역할을 하게 되는데, 쉽지가 않다. 아직까지 노출 관련 문제로 접수를 받은 적은 없지만, 조합 차원에서는 사례가 접수되면 조정위원회를 통해서 후속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선영_ <간신>(2014)에 B캠으로 참여했는데, 레즈비언 정사 신 찍을 때가 생각난다. 임지연씨는 대역이 있었지만, 촬영을 하다보니 수위 자체가 높아서 배우가 힘들어했고, 잠시 중단하고서 감독님과 오랜 대화를 나눴다. 합의한 상태에서 진행해도 그런 변수가 생길 정도이니, 이건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안병호_ IPTV용 영화를 진행했는데, 일본 감독이 연출했다. 한국의 경우 현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디렉팅을 하지 않는 반면, 일본 감독은 자기 몸을 움직여 정확한 동작을 보여주더라. 일본인이라 말이 안 통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디렉션을 보고 모두가 정확하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현장은 그런 소통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게 아닐까. 결국 사전에 구체적인 디렉션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불편한 논의 계속 이어져야

-구체적으로 작은 실천 방안이라도 마련되었으면 하는 의미로 시작한 대담이었다. 앞으로의 결정과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된다.

고지연_ 대담에 나오기로 하면서 ‘변화가 있으려면 진통이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생각나더라.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도, 이런 대담 자리가 있어서 우리가 말로 표현하고 실천하려는 마음을 가지면서부터다. 공론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교육으로 마인드가 바뀌었으면 한다.

이현명_ 시나리오를 수정하다보면 앞부분을 1도 틀면 뒷부분이 360도 달라진다. 그걸 예측하면서 수정하게 된다. <씨네21>이 지금 그 1도를 트는 작업을 하고 있고, 결국 최종 목표는 360도 트는 거다. 그 1도를 트는 데 있어서 PGK도 어떤 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PGK 입장에서 대표단과 운영위원과 함께 성평등에 관해서 논의하고 대화를 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영화인들이 작품에만 에너지를 쓸 수 있게 조합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선영_ 내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가 불편하고 힘들다. 피해자가 됐건 가해자가 됐건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장에서 카메라를 쥐고 있으니 나 역시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해왔을지 모른다. 배우에게도, 촬영부를 대할 때도 조심해야겠다. 분명한 건 이런 불편한 논의를 좀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잘못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어쨌든 영화를 만든다는 목표만 가지고 희생하는 게 아니라 남성이든 여성이든 스탭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일할 필요가 있고 그런 분위기의 현장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안병호_ 오랜 영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지난 100년간 영화만 생각했고 5년 동안 노동을 생각했고, 이제 막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사가 100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인간이 가져야 할 것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거다. 개개인의 나쁜 인성으로만 국한시키면 해결책이 없다. 좋은 스탭 만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나쁜 사람 만나서 성폭력이 발생하는게 아니다. 구조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단체별로 끊임없이 이 문제를 공유하고 논의해야 한다.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다시 강조하고 싶다. 함께 바뀌는 게 필요하다. 같이 일하는 동료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조금씩이라도 변화해야 한다. 협회에서는 어떻게 스탭들과 친해질까 늘 고민하는데,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주고 ‘12시간 일하자’ 스티커도 나눠주었다. 이제 성폭력 관련 문구로 만든 스티커도 나눠주려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