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는 비틀스의 초창기에서 1969년 1월30일 애플 레코드사 옥상 공연(이것이 비틀스의 마지막 공연이었다)까지의 행적을 연대기순으로 따라간다. <뷰티풀 마인드>(2001)와 <신데렐라 맨>(2005), <러시: 더 라이벌>(2013)로 실존 인물의 전기영화에 일가견을 보여준 론 하워드는 시대의 아이콘이 된 비틀스에 접근함에 있어 섣부른 재현을 포기하고, 대신 실제 기록영상과 채록한 인터뷰를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를 선택한다. 리버풀의 작은 밴드 그룹으로 시작해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과의 만남을 계기로 본격적인 메이저 데뷔를 한 뒤, 영국에 이어 미국에 상륙해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빌보드 차트 1위 기록을 경신하고, 전세계를 떠도는 순회공연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음악을 넘어 문화·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비화한 비틀스의 한 시절을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는 흥겹게 회고한다.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비틀스 역사의 산증인으로 인터뷰에 응했으며, 저널리스트 래리 케인은 비틀스의 미국 투어를 따라가면서 보았던 것을 이야기한다. 그 말고도 다수의 비틀스 관계자와 각계각층 유명인사들의 인터뷰가 당시 비틀스의 엄청난 영향력과 역사적 의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창 시절 비틀마니아였던 시고니 위버와 우피 골드버그는 비틀스 팬덤의 실상과 인종분리 없는 공연을 밀어붙였던 급진성에 대해 증언하며, <하드 데이즈 나이트>(1964)와 <헬프>(1965)의 감독 리처드 레스터는 두편을 함께 한 비틀스와의 영화 작업을 회고한다(다만 이 다큐멘터리는 1967년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죽음, 인도 음악가 라비 샹카르와의 교류 등 후반기의 중요한 사실 몇몇은 다루지 않는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는 그룹이 와해되기 직전까지의 좋은 시절, 이젠 돌아오지 않을 그때의 비틀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헌사로서의 영화이다. 엔딩 크레딧에 포함된 프로듀서 조지 마틴(1926~2016, 비틀스 음반 대부분의 프로듀싱을 맡았다)에 바치는 헌정사가 어느덧 과거의 것이 된 비틀스의 추억에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