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작업을 위해 인도를 찾은 작곡가 앙투안(장 뒤자르댕). 프랑스 대사인 남편과 함께 인도에 온 안나(엘자 질버스테인). 대사관 만찬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된 둘은 서로에게 단번에 빠져든다. 며칠 후, 임신을 바라는 안나는 인도의 영적 지도자 아마를 만나러 가는 순례길에 오른다. 심각한 두통에 시달리던 앙투안도 여정에 동참한다. 둘은 여행의 끝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터놓는다.
<사랑이 이끄는 대로>는 인도의 바라나시를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로드무비다. 남자의 태도는 시종일관 너무 가볍고 여자는 너무 진지하다. 영화의 재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가 함께하면서 빚어지는 코믹한 상황과 재치 넘치는 대사들에서 비롯된다. 영화 속에는 로맨스에 얽힌 다양한 사연이 담기는데 하나같이 낭만과 우연으로 점철된 것들이다. 그 사례들을 통해 감독은 ‘사랑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를 찬양하지만 본능대로만 움직이는 인물들의 선택을 모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남과 여> <러브 스토리>에서 음악을 담당해온 프랑시스 레이의 영화음악은 순례길의 풍광과 어우러져 풍부한 감흥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유쾌한 순간에도 같은 톤의 음악이 계속돼 과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가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다. 이 부분은 다큐멘터리적으로 삽입돼 더 높은 몰입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저 일상에 다름없는 인도인들의 생활을 내내 아름답다고 추어올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도 사회에 대한 감독의 깊이 있는 시선을 읽어내기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