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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 영웅은 누구인가
안현진(LA 통신원) 2016-03-21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잭 스나이더 감독이 말하는 DC 코믹스 히어로들의 귀환

배트맨과 슈퍼맨이 한 스크린에서 조우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현실로 다가온다. 오는 3월24일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이야기다.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슈퍼맨(헨리 카빌)은 순식간에 영웅이 되고, 오랫동안 메트로폴리스의 자경단으로 활동해온 배트맨(벤 애플렉)은 슈퍼맨과 대척점에 서게 된다. 메트로폴리스의 대중은 새롭게 떠오르는 슈퍼히어로 슈퍼맨과 오랫동안 고담을 지켜온 배트맨을 두고 누가 이 세상에 더 맞는 영웅인지에 대한 논쟁을 시작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개봉을 한달여 앞둔 2월의 어느 날,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자리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을 만났다. 공개된 영상이라고는 2분이 채 되지 않는 스크리닝이 전부였지만 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들려주는 감독 덕분에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여섯개 키워드로 미리 살펴봤다.

VS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의 영문 오리지널 타이틀은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다. 대결을 의미하는 VS 대신에 자리잡은 v.의 의미는 무엇일까? 잭 스나이더는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VS 대신에 v.을 넣은 이유로, “슈퍼맨과 배트맨의 관계를 단순히 대결로 정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트레일러에서도 공개된 것처럼 배트맨, 슈퍼맨 그리고 원더우먼(갤 가돗)이 메트로폴리스를 침공한 외계의 생물체를 무찌르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장면이 있어, 이들의 관계가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됐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배트맨과 슈퍼맨 사이의 긴장이 영화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충돌과 같다. 시스템을 따르려는 자와 시스템 밖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자가 부딪힌다. 영화의 재미는 전혀 다른 두개의 불꽃을 쫓는 데 있는데, 그 둘이 결국에 어떻게 될지 관객이 궁금해하길 바란다.”

벤 애플렉의 배트맨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배트맨 역할로 벤 애플렉이 캐스팅될 줄은 배우 본인은 물론 팬들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데어데블> 이후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연기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벤 애플렉은, 잭 스나이더의 일순위 캐스팅이었다. 잭 스나이더는 처음부터 나이 든, 그리고 거대한 체구의 배트맨을 원했다. “영화 속의 배트맨은 슈퍼히어로가 된 지 20년쯤 되는 인물이다. 새내기인 슈퍼맨을 걱정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름도 있고 희끗한 흰머리가 어색하지 않은 배우를 원했다. 그리고 나의 배트맨은 체구가 커야 했다. 벤은 부츠를 신으면 키가 198cm다. 이 정도면 거인이라고 해도 억지가 아니다. 헨리는 185cm다. 배트맨은 슈퍼파워가 없으므로 슈퍼맨보다는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는 돼야 팝컬처의 아이콘 옆에 서 기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잭 스나이더가 분명히 하고 싶었던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천 베일이 만들어낸 어두운 배트맨과의 차별이었다. “내가 만든 세계에는 크리스천 베일의 배트맨이 존재하지 않는다. 크리스토퍼가 만들어낸 세계에서는 에일리언이란 있을 수 없고,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수도 없다.”

DC 코믹스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이정표

<배트맨 대 슈퍼맨>은 워너브러더스와 DC 코믹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와 같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한 화면에 등장시키는 것은 물론, 영화 역사상 최초로 원더우먼을 실사화했다. 또한 플래쉬(에즈라 밀러)와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을 스크린으로 불러내 앞으로 펼쳐질 DC 코믹스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단초로 삼았다. 워너브러더스와 DC 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 2017년 <원더우먼> <저스티스 리그: 파트1>, 2018년 <아쿠아맨> 등 향후 라인업을 발표함으로써 앞으로 스크린에서 펼쳐질 저스티스 리그를 예고한 바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어벤져스> 프랜차이즈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확장하고 있는 경쟁자를 따라잡으려는 공격적인 전략의 서곡이 될 것이다.

배트모빌

지금까지 ‘배트맨’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옮긴 감독은 모두 4명이다. 팀 버튼, 조엘 슈마허, 크리스토퍼 놀란, 그리고 잭 스나이더다. 첫 두 감독이 배트모빌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였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스타일과 가짓수를 더했다. 잭 스나이더는 이제까지 선보였던 배트모빌 중에서 가장 발전된 스펙을 자랑한다. 접이식 기관총 한쌍이 장착된 장갑차로 디자인된 스나이더의 배트모빌은 순간 스피드가 시속 329km에 이르며, 스텔스 기능이 있어 추적이 불가능하다. 장갑차에 설치된 기관총 한쌍을 두고 무고한 살상을 피하려는 배트맨의 철학과는 엇나가는 설정이라고 반발하는 팬들도 있지만, 영화에서 어떻게 활약할지 기다려보자는 것이 중론이다.

75년 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원더우먼

<배트맨 대 슈퍼맨>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팬보이들에게는 특별한 영화가 될 것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한 스크린에서 만나는 최초의 영화인 데 더해 원더우먼 캐릭터를 실사로 보는 첫 번째 영화이기 때문이다. 원더우먼을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워너브러더스는 아이반 라이트먼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를 계획하기도 했으니, 20년 전부터 원더우먼의 영화화에 대한 밑그림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잭 스나이더는 “이제 와 돌아보니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원더우먼이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을 드러낼 건지를 크리스 테리오(각본가)와 함께 이야기했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와 ‘왜’를 상상해내는 것이다.”

이렇듯 어렵게 만나게 된 원더우먼 역할로 캐스팅된 행운의 주인공은 이스라엘 출신의 배우 갤 가돗이다. 출연한 영화 중에서 알려진 역할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단역이 전부인 갤 가돗의 캐스팅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가녀린 체구의 그녀가 원더우먼의 여전사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팬들의 원성이 컸다. 하지만 그녀가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바이커이며, 출연하는 영화에서 모든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연기했다는 점은 원더우먼으로서 그의 자질을 확인시켰다. 잭 스나이더는 원더우먼의 캐스팅 과정을 “엄격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오디션을 거쳤고 상대배우와의 케미를 보기 위해 벤 애플렉도 오디션에 동원됐다. 갤 가돗은 “건장한 벤 옆에서 장면을 장악한 유일한 여배우”였다.

렉스 루터와 알프레드

잭 스나이더와 크리스 테리오는 원래 렉스 루터가 아닌 다른 배역을 위해 제시 아이젠버그와 만났다. 하지만 그 만남 뒤에 아이젠버그를 렉스 루터 역할로 캐스팅하기로 결정했다. “누구나 렉스 루터가 될 수 있었다. 여기서 어떤 누구의 이름을 말해도 우리의 레이더에서 포착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시는 예상 밖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가진 현대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면모가 이 영화의 렉스 루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드 역은 영국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에게 돌아갔다. 이전의 영화들에서 보여진 배트맨과 알프레드의 유사 부자관계는 여전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관객이 그동안 본 적이 없는 젊은 알프레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이 밖에도 마이클 섀넌, 에이미 애덤스, 다이앤 레인, 로렌스 피시번 등이 <맨 오브 스틸>에서 연기한 역할들로 다시 돌아온다. 새롭게 추가된 역할 중에 눈에 띄는 것은 홀리 헌터가 연기한 미국 상원의원 핀치인데, 잭 스나이더는 이 역할을 오롯이 홀리 헌터를 위해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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