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내부자들> 2014 <관능의 법칙> 2012 <원더풀 라디오> 2011 <최종병기 활> <마마>
드라마 2014 <비밀의 문> <기황후> 2013 <결혼의 여신> <특수사건 전담반: TEN2> <구가의 서> <구암 허준> <돈의 화신> <마의> <감자별> <별에서 온 그대> <잘 키운 딸 하나> <메디컬 탑팀> 2012 <닥터 진> 2011 <무사 백동수> 2010 <산부인과>
연극 2012 <연애가중계> 2011 <충주시대> <오셀로> <뮤지컬 햄릿> 2010 <파티컬 클럽 십이야> <삼월이 오면> 2008 <룸넘버 13> <와인할매> 2007 <두근두근> 2005 <펑키펑키> 2004 <반쪽이전> 2000 <악몽>
“인터뷰는 처음이라 영광”이라는 배우 조우진은 필기할 준비가 된 모범생처럼 앞에 수첩과 펜을 두고, 약간은 긴장한 듯한 자세로 첫 운을 뗐다. <내부자들>에서 섬뜩한 에너지로 스크린을 압도했던 오 회장(김홍파)의 오른팔 조 상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조 상무는 여느 조직의 상무 같은 얼굴과 자연스러운 사투리로, ‘여 하나 썰고. 거기 말고 여 썰으라고’ 안상구(이병헌)의 팔을 자를 것을 건조하게 지시한다. 일상적인 일을 하듯 태연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중성은 기묘한 위압감을 발산한다. 이병헌은 “<내부자들>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얼굴”로 조우진을 지목하며, “제대로 역할을 해냈다”고 상찬하기도 했다. 그는 배우 이병헌과 맞붙는 중압감에서도 자유로운 것처럼 보였다. “베테랑 배우들과 연기를 하다 보니 긴장할 틈도 없었다”는 그다. “연기에 완전히 몰입해 안상구로서 떨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니, 나도 조 상무가 되어 웃음이 피식 나는 거다. 연기는 리액션이라고, 나도 선배들의 훌륭한 연기에 엮여가며 합을 잘 맞출 수 있었다.”
사실 최초에 그가 오디션을 본 역할은 조 상무의 수하 역이었다. 첫 오디션을 보고난 후, 조감독은 최종 오디션을 ‘조 상무’로 볼 것을 권유했다. “낙점됐다는 전화를 받고선 제가요? 싶었지. (웃음)” 많은 후보들 가운데 우민호 감독이 그를 조 상무로 밀어붙인 까닭은 “평범하고 낯선 얼굴로 섬뜩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레퍼런스를 찾는 그는 일장적인 모습이라 더 무서운 캐릭터를 위해 실제인물 두명을 참조했다. 과거 생계를 위해 공장에 다닐 때 무서워했던 품질보증부 부장을 떠올렸고, 학교 선배인 대기업 상무에게는 직접 찾아가 일주일간 회사에 함께 출근하며 상무로서의 생활을 관찰했다.
그렇게 ‘조 상무’를 완성시킨 그는, 어릴 적부터 누굴 흉내 내는 데는 타고난 싹이었다. 5살 때 처음 <E.T.>(1982)를 본 그는 “주인공 헨리 토마스가 ET를 향해 뛰어가는 연기를 따라하면서 형과 누나들을 즐겁게 해주곤 했다”고 회상한다. 그때부터 영화와 연기에 대한 동경을 품은 그는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해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형편은 녹록지 않았고, 연극판으로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연극과 뮤지컬을 했다. 그리고 서서히 드라마와 영화로 영역을 확장해갔다. <관능의 법칙>에서는 서늘한 조 상무와는 정반대의, 지질하고 궁상맞은 최 PD 역을 해 호흡을 맞춘 배우 엄정화에게 “역할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기도 했다. 양극단의 연기도 매번 실제 모습처럼 소화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금껏 16년간 연기를 한 건 나를 찾는 여행이었다.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며 인생의 레퍼런스를 쌓아왔고, 연기를 하면서 그 카드를 하나씩 꺼내 캐릭터에 맞게 극대화하는 거다.”
긴 무명 시절을 거쳐 <내부자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그는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끝없는 동경”이 세월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어떤 역할을 욕심내기보단 뭐든 해보겠다는 의지가 절실하다. 나중에 새로운 목표가 생겨도 이 마음가짐은 놓치지 않고 가려 한다. 기본에 충실하고, 하나씩 덧대듯 계속 나이테를 만들어가고 싶다.” 16년간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온 그가 앞으로 피워낼 꽃과 열매들이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조우진이 인터뷰 중 적어내려간 메모들. 근래 보기 드문 원고지형 수첩이다. 평소에도 메모하는 걸 좋아하고 “활자중독”이라는 그는 “<키노> 시절부터 영화 잡지를 탐독했고, 지금도 <씨네21>을 정기구독하는” 시네필이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분석과 문학적 수사를 곁들이는 화법에서도 그의 시네필적인 면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