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평균 몸무게가 늘었나 했다. 한국 신예 감독들의 몸무게 말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모더레이터로 GV를 진행하며 만난 <소통과 거짓말>의 이승원 감독과 <스틸 플라워>의 박석영 감독을 보면서 그 육중한 체구에 압도당했다. 이번호 특집에서 다뤘다시피, 한국영화의 비범한 미래라 불러도 좋을 감독들이니 영화계를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길 권하는 바이다. <스틸 플라워> GV 당시 “감독님이 전작 <들꽃> GV 때보다 살이 더 찌신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요?”라고 사뭇 진지하게 질문하던 한 관객의 걱정스런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비단 감독들뿐만이 아니다. 2년 전과 비교해 예상치 못한 검진 결과에 당황한 장영엽 기자, 왠지 굴욕적인 기분이 든다며 한사코 위내시경을 받지 못하겠다는 김성훈 기자, 담담한 표정으로 검진을 기다리고 있는 이주현 기자 모두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만 부르지 말고 잡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기길.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견의 기쁨을 누리지만, 유독 올해 신진 한국영화들은 논쟁의 쾌감을 줬다. 앞서 언급한 <소통과 거짓말>과 <스틸 플라워>를 비롯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구조를 선보인 박홍민 감독의 <혼자>, 죽음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붙들고 있는 김진도 감독의 <흔들리는 물결>, 설정과 이미지부터 참신한 권오광 감독의 <돌연변이>, 그리고 공히 성실함과 독창성이 엿보이는 두편의 다큐멘터리 최우영 감독의 <공부의 나라>와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까지, 7편 모두 진득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최근 단편과 장편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일반 개봉’을 염두에 둔, 그러니까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서 ‘안정성’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풍토에서 그 실험성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이번 영화가 당신의 첫 작품이건 두 번째 작품이건 간에, 일단 기어이 완성하고야 마는 그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박홍민 감독은 첫 번째 장편 <물고기>(2011)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이후 무려 4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냈고, 김진도 감독은 빨리 데뷔할 수 있으리라는 도도한 꿈으로부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으며, 박석영 감독은 <들꽃>에서 ‘철꽃’으로 나아가는 동안 카메라 앞의 대상을 ‘이용’하기만 했다는 자괴감에 하루를 1년처럼 끝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특집 중 박석영 감독의 말처럼 나 또한 “영화는 저 스스로 만들어지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품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건 비단 신예 감독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이화정 기자가 <필름시대사랑>으로 만난 장률 감독도 인터뷰에서 “영화는 자기가 사는 대로 담아내는 것”이라 했다. 다들 어디서 그런 담담한 여유가 나오는 걸까. 누군가의 얘기처럼, 감독은 아무나 하나. 역시 감독이란 별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