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 개막하는 `2002 전주국제영화제` 개최설명회, 디지털영화 프로젝트 공개오는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열리는 `2002 전주국제영화제`의 본격적인 밑그림이 나왔다.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2월27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영화제 개최설명회 및 디지털 삼인삼색 제작발표회를 겸한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제의 전반적인 프로그램과 매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해온 디지털영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예년의 전북대 문화관 대신 대규모 공연장인 소리의 전당을 주상영관으로, 덕진예술회관, 고사동 극장가 일부 상영관에서 치러질 세 번째 전주영화제에서 만날 영화는 모두 30여개국에서 온 190여편. 1회부터 이어온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 아시아 독립영화라는 지향을 바탕으로 이번 영화제가 내세운 주제는 ‘전쟁과 영화’다. 최근의 9·11 뉴욕 테러까지 국지적, 국제적 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 영화계가 변화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영화란 무엇인가 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문을 연 서동진 프로그래머는, “세상을 인식하는 틀과 전망으로서의 영화를 둘러싼 물음에 새로운 질문을 추가하면서” 대안 영화를 찾아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현재의 영화’새로운 작가들과의 만남메인 프로그램 중 아시아 독립영화의 흐름과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선을 소개하는 ‘아시아 독립영화포럼’에서는 왕 챠오 감독의 <안양의 고아>, 리위 감독의 <물고기와 코끼리> 등 중국사회의 현실에서 차츰 개개인의 삶으로 파고드는 중국 6세대 감독들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이 상영된다. 정체된 대만영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대만의 신예 샤오 야추안의 <미러 이미지> 등 15편 정도가 상영될 예정. ‘N비전’이 대중적인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디지털의 개입’으로 명칭을 바꾼 디지털영화 부문에서는, 그동안 분분했던 디지털의 기술적 형식에 대한 논의를 넘어 디지털영화의 새로운 미학적, 사회적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을 담은 영화를 찾아간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한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사라진다는 설정과 극중 영화촬영팀의 작업과정을 포개놓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이크 피기스의 두 번째 디지털 프로젝트 <호텔>, 한 남자의 꿈과 내면을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그려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장편 디지털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 36회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수상한 폴란드의 중견감독 로버트 글린스키의 <안녕, 테레스카> 등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 경쟁으로 치러지는 ‘아시아독립영화포럼’과 ‘디지털의 개입’의 수상작에는 각각 1만달러와 5천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시네마스케이프’에서 이름을 바꾼 ‘현재의 영화’에서는 세계 영화의 변화하는 풍경을 보여주되, “현실로의 귀환이라 할 만한 영화의 경향, 현실의 변화를 갈망하는 새로운 작가들의 영화”에 좀더 주목한다.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돈을 위해 게이바에서 하룻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새로운 사랑에 눈뜨는 고학생의 이야기인 관금붕의 <란 위> 등이 기성 작가들의 화제작이라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불법 체류자를 다룬 애드리안 이스라엘 케타노의 <볼리비아>, 빈 외곽 시골마을에 모여든 인간군상의 폭력과 섹스에 얽힌 욕망의 하루를 담은 울리히 세이들의 <개같은 날> 등 낯선 작가들의 시선이 고루 포함돼 있다. 그 밖에 한국영화 최근작 혹은 미공개작을 주축으로 한 ‘한국영화의 흐름’, 올해부터 비경쟁으로 전환된 단편영화 부문 ‘한국 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 등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오마주 및 회고전파졸리니와 미 독립영화계 화제작들메인 프로그램 이상으로 공들인 흔적인 역력한 것은, ‘섹션 2002’의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와 오마주 및 회고전이다. 다큐멘터리 비엔날레와 번갈아 열리는 애니메이션 비엔날레는,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인 전승일 감독이 프로그램 구성을 맡았다. 셀, 컷아웃 등 갖가지 기법 실험과 함께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 벨기에 애니메이션의 거장 ‘라울 세르베 특별전’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 강대국들의 신무기 실험으로 돌연변이가 되고 마는 약소국 사람들의 비극을 그린 <오퍼레이션 X-70>, 탐욕스럽고 포악한 여신 하르피야를 구하면서 파국에 휘말리는 남자의 이야기 <하르피야> 등 폭력적인 권위와 편견, 전쟁에 대한 날선 우화를 만날 수 있다. ‘실험 애니메이션, 어제와 오늘’에서는 오스카 피싱거, 렌 라이 등 1920∼30년대에 애니메이션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탐사한 작가들이 소개된다. 그 밖에 전쟁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전쟁과 애니메이션’,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거장 페도르 키투르크와 인형 애니메이션의 강국 체코 애니메이션 특선, 일본 독립단편 애니메이션 및 한국 인디 애니메이션 스페셜까지, 익숙한 시계를 벗어난 세계 각국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독창적인 언어를 재발견할 수 있다. 오마주에서는 전후 이탈리아 사회의 변혁을 꿈꾸며 부르주아 사회의 속물성과 금기의 속살을 파헤친 급진적인 좌파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68년작 <테오라마>부터 <데카메론> <아라비안 나이트>, 75년작 <살로 소돔의 120일> 등 6∼7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 90년대 미국 독립영화계의 전방에서 대담하고 논쟁적인 작품들을 제작해온 여성 프로듀서 크리스틴 버천과 킬러 필름즈의 영화를 모은 회고전은 미국 독립영화의 연대기를 짧게나마 돌아볼 기회. <벨벳 골드마인>으로 알려진 토드 헤인즈의 전작인 <포이즌>과 <세이프>,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의 감독 토드 솔론즈의 <해피니스> <스토리텔링> 같은 최근작 등 지난 10년간 미국 독립영화계를 이끌어온 젊은 감독들의 화제작 다수가 포함되며, 영화제에 맞춰 내한할 버천과 더불어 독립영화의 생존방식에 대한 고민을 나눌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 밖에 <오발탄>부터 <짝코>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다룬 한국영화를 돌아보는 한국영화회고전, 영화제에서 소외되기 쉬운 어린이 관객을 위한 대안영화를 고민한 ‘어린이 영화궁전’, 젊은 관객과 영화광들을 위한 심야상영이 준비돼 있다.한편 해마다 영화적 개성이 각기 다른 세명의 감독들의 디지털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완성 뒤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하도록 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올해 중국의 왕샤오솨이, 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한국의 문승욱 감독이 이어간다. ‘전쟁 그 이후’를 주제로, 동일한 전쟁을 각기 다른 입장에서 거쳐온 아시아 지역의 세 감독이 각자 어떠한 기억과 상상력을 풀어놓을지는, 전주영화제가 열리는 늦봄에 확인할 수 있다.글 황혜림 blauex@hani.co.kr·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사진설명>
지난 2월27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의 `2002 전주국제영화제`개최설명회가 있었다. 9.11 테러를 계기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전쟁과 영화`로 정해졌다.▶ 세 번째 디지털 삼인삼색, 감독과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