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피닉스레전드필름, 말레이시아 프로디지미디어와 함께 <선생님 일기>(감독 김태식)와 <오빠 김선남>을 제작하기로 했다.”(필름라인 김효정 프로듀서) “중국 영화시장을 탐색하러 왔다. 수익 배분 방식, 선호하는 장르와 이야기를 알아볼 생각이다.”(황기성사단 황기성 사장) “중일전쟁 발발 70주년 기념 블록버스터영화를 중국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KAFA 중국 프리비즈 교육이 중국영화 시스템을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골든몽키스미디어그룹 김부현 대표) 11월9일부터 13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KAFA 중국 프리비즈 교육이 진행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중국 프리비즈 교육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한국영화아카데미가 한국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중국 영화시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강영모, 고길수, 권준형, 김대현, 김부현, 김재호, 김효정, 오미선, 정재승, 조윤정, 황기성 등 감독, 프로듀서, 제작자, 촬영감독 11명이 영진위 중국사무소, 중영그룹, 완다, CJ E&M 차이나, 제작사 C2M 미디어, 러스잉예 등을 둘러보고 현지 관계자들을 만났다. <씨네21>은 4박5일 일정으로 진행된 중국 프리비즈 교육을 따라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 영화산업을 지켜봤다.
챙겨간 황사 마스크는 귀에 걸지도 못했다. 미세먼지 농도 400을 웃돌기로 유명한 베이징 스모그가 모습을 싹 감췄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아펙) 정상회의가 열렸던 지난 11월3일부터 11일까지, 중국 정부는 베이징시를 비롯해 허베이, 산둥성 등 베이징 인근의 공장들에 휴가령을 내렸다. 학교도 일제히 휴교했다. 5부제였던 차량 운행 제한이 홀짝제로 바뀌면서 꽉 막혔던 시내 도로는 뻥뻥 뚫렸다. 덕분에 베이징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렀다. 아펙이 선사한 파란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아펙남’(APEC藍)이 나돌 정도로 시민들은 베이징의 변신을 반겼다. 아펙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이내 원상 복귀됐지만 말이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내린 특별 휴가령이었지만, 중국 영화사들한테는 딴 나라 얘기인 듯했다. ‘Cooperation(협력), WinWin(상생), Develope(개발), Prosperity(번영).’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아펙 슬로건을 앞장서 보여주겠다는 듯, 베이징에 있는 영화사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매일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들은 대륙의 승자가 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중국 영화산업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고 있었다.
금융자본과 인터넷 자본의 유입
중국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망을 보유한 완다(萬達)그룹은 최근 다디(大地), 진이(金逸), 헝디엔(橫店) 세개 원선과 함께 오주(五洲)영화배급사를 설립했다. 원선은 상영관 가맹점에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브랜드와 경영관리를 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전국 상영망을 뜻한다. 다디는 중국의 대표 디지털 원선이다. 진이는 광저우 지역을, 헝디엔은 항저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원선이다. 진이는 완다와 손잡고 아이맥스와 중국 라이선스 계약을 한 멀티플렉스이기도 하다. 각 지역의 대형 원선들이 결합함으로써 오주영화배급사는 전체 스크린 수의 약 45%를 장악하게 됐고, 대륙 최고의 배급력을 갖추게 됐다. 이들의 관심은 비단 대륙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완다는 지난 2012년 미국 2대 멀티플렉스인 AMC를 인수해 북미 지역 5048개 스크린을 확보하기도 했다. 완다의 오주 설립을 두고 경쟁사들은 “스크린을 볼모로 한 독점 체제를 갖추려는 것이 아니냐”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완다를 포함해 위둥 회장의 폴리보나필름(保利博納電影發行有限公司), 왕중군, 왕중뢰 형제가 이끄는 화이브러더스(華誼兄弟), 최근 NEW에 535억원을 투자해 주식 15%를 소유한 중국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 화처, CJ엔터테인먼트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명량>을 4천개 스크린에 개봉할 계획인 차이나필름그룹 등 기존 회사들이 건재한 가운데 금융자본과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중국 영화시장은 더없는 활력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금융투자사 코너스톤캐피털은 지난 10월16일 국내 개봉했던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에 투자했다. 역시 금융투자사 매트릭스파트너스는 작가 한한이 처음으로 감독을 맡은 영화 <기약 없는 만남>(2014)에 투자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30개가 넘는 금융 펀드가 쏟아부은 투자액은 350억위안(약 6조700억원)에 달한다.
아이치이, 요쿠, 러스잉예 같은 대형 인터넷 기업들도 자사의 플랫폼을 무기 삼아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다. 플랫폼에 채워넣을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치이는 지난 7월 제작사 아이치이 모션픽처스를 설립해 매년 중국영화 7편과 해외 합작영화 1편을 제작하겠다고 알렸다. 물론 제작 경험이 부족해 “당장은 기획•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투자로 참여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아이치이가 내놓을 첫 번째 작품은 제작비 50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Gone with the Bullets>다(‘하세편 라인업’을 소개한 박스 기사 참조). 러스잉예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LeTV’를 운영하고 있는 동시에 중국 전역 108개 도시에 1200여개 스크린을 지닌 중국 최대 온•오프라인 플랫폼 회사다. 지난 10월8일 한국에서 개봉한 장이모 감독의 신작 <5일의 마중>과 올해 여름 시장에서 20억위안(3472억원)을 벌어들인 <소시대>(감독 궈징밍) 등을 포함해 매년 약 15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로 성장했다. ‘중국판 유튜브’라 불리는 요쿠투더우(Youku Tudou)는 올해 8월 제작사 허이필름을 차려 매년 8편의 극장 개봉과 인터넷 상영을 목적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금융자본이 중국 영화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을 두고 아이치이 양 시앙후아 부대표는 “인터넷 상영뿐만 아니라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 등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 건 큰 변화”라고 말했다.
당(黨) 우산 아래 성장한 영화산업
금융자본과 인터넷 자본이 앞다퉈 영화산업에 뛰어드는 풍경은 2000년대 초•중반 금융자본이 몰려들었던 한국의 상황과 꽤 흡사하다. 하지만 중국 영화인들은 금맥 찾기에 혈안이 된 거대 자본으로 인해 산업에 부정적인 거품이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론과 선을 긋고 있다. 금융, IT, 관광 등 분야를 막론하고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기업들의 영화산업행 러시는 중국 정부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제11차 5개년 계획(2006~2010) 때 후진타오 전 주석 체제의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을 앞으로의 국가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09년과 2010년 중국 은행과 연계해 낮은 이자율의 영화 제작 및 사업 대출 상품을 마련해 국영 영화사와 민영 영화사를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완다, 폴리보나필름, 화이브러더스, 화처, 차이나필름그룹 같은 회사들이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우산 아래에서 성장해온 것이다.
2012년 10월 새 주석 자리에 오른 시진핑 또한 제12차 5개년 계획(2011~2015)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영화산업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기존의 영화 투자사뿐만 아니라 아이치이, 러스잉예, 요쿠투더우, 알리바바 등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영화산업에 뛰어들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 자문을 맡고 있는 스프링 선더 필름스 도성희 고문은 “중국 정부가 영화산업을 성장시키려는 목적은 하나다. 중국 문화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영화산업에 뛰어드는 풍경이 자본주의 체제와 같은 자유로운 경제 활동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진행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영화사업을 할 수 있고, 영화사업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다른 비즈니스가 정부로부터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주도 아래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기업들이 몰려든 덕분에 현재 중국 영화산업은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올해 스크린 수 2만개 시대를 열었다. 1만개를 돌파한 게 지난 2012년이었으니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아 스크린 수가 배로 늘었다. 2004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매년 30%씩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할리우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박스오피스 시장을 갖게 됐다. 완다의 기획•개발팀 아비 광 만 카이 팀장은 “태어난 뒤 한번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 없는 시골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성장과 관련한 어떤 숫자보다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 문화가 발전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을 감상하는 젊은 관객이 많아졌다.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중국 영화투자•제작사들의 목표는 단 하나. 차별화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확보해 절대강자가 없는 대륙의 맹주가 되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이치윤 프로듀서(<집결호>(감독 펑샤오강, 2007),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감독 오우삼, 2008),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2010),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이하 감독 서극, 2013) 등 중국 거장감독의 영화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정부의 주도 아래 영화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각 회사들은 중국 시장을 놓고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이십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등 메이저 투자배급사를 중심으로 질서가 재편된 할리우드가 그랬듯이 중국 회사들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중국 영화산업은 오랫동안 영화를 제작해온 전통의 강자와 금융과 통신 그리고 인터넷 자본을 앞세운 신흥세력이 뒤섞여 격돌하는 춘추전국시대가 개막됐다.
최근 불고 있는 중국의 한국영화에 대한 열렬한 관심 역시 이런 배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1월10일 베이징에서 한•중 FTA가 타결되기 앞서, 지난 7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 한•중영화공동제작협정이 체결됐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을 통해 한•중 공동제작 영화로 승인받을 경우 중국 자국영화로 인정돼 수입영화쿼터와 상관없이 중국 개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협정이 중국 큰손들의 한국 투자의 신호탄이 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화처는 NEW에 535억원을 투자해 주식 15%를 소유함으로써 NEW의 2대 주주가 됐다. 화이브러더스는 <미스터 고> (감독 김용화)를 함께 진행한 쇼박스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아이치이는 부산국제영화제 동안 롯데엔터테인먼트 라인업 40여편과 화인컷 라인업 50여편의 온라인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러스잉예는 지난 10월21일,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 감독 10명과 계약해 한•중 공동 제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고, 한국 영화인들과 공동 제작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들이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공동 제작을 하려는 이유는 익히 알려진 대로 “한국영화의 참신한 기획력과 스토리 그리고 기술력” 때문이다. 현재 강제규 감독과 함께한 블록버스터영화 <투파창궁>(斗破窓穹)을 기획•개발 중인 완다 기획•개발팀 아비 광 만 카이 팀장은 “중국과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홍콩, 대만, 한국이다. 하지만 홍콩은 중국에서 제작되기에 어려운 장르가 많다. 대만은 상업영화보다 예술영화쪽에 가깝다. 반면 한국영화는 장르가 다양하고, 상업영화의 기획력이 훌륭한 데다 영화를 완성도 있게 찍을 수 있는 기술력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이 많은 중국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 영화인들과 손을 잡으려고 하냐고? 돈은 중국 천지에 널렸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게 스토리와 기술력”이라고 덧붙였다. <마이웨이>와 <미스터 고>의 중국 촬영을 진행했던 손장현 프로듀서는 “중국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길어야 2, 3년이다. 공동 제작은 지금이 적기이니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본과 한국 기술력의 시너지
한국과 중국, 양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특징과 문화가 달라 발생하는 오해도 있다. 그중 하나가 “중국은 수익을 정산할 때 지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극장 수익을 투자자와 제작자가 6 대 4로 배분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투자자가 수익의 전부를 챙긴다. 러스잉예 장자오 회장은 “중국에서는 투자자가 곧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지분은 인건비에 책정되기 때문에 한국처럼 수익을 추가로 지급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완다의 아비 광 만 카이 팀장은 서로 다른 수익 배분 방식이 한국쪽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한국쪽의) 제작자가 60%를 챙겨갈 수 있다. 그 정도 합작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치윤 프로듀서는 “제작사에 지분이 없다는 이유로 오해하는 한국 영화인들이 많다. 하지만 매력적인 스토리, 스타 배우와 감독을 세팅할 수 있다면 더 유리한 조건의 계약도 가능한 게 중국”이라고 전했다.
매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생존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누가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는 만큼 중국 영화계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파트너십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예측하고 단언하기란 힘들다. “향후 10년 안에 할리우드를 따라잡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 아래 많은 중국 영화인들은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기획력과 기술력이 합친다면 양국 영화산업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생산적 협력 관계가 도약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한국영화의 콘텐츠 우위라는 전제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양한 장르로 승부를 보겠다
중국 시장에 안착한 CJ E&M
CJ E&M이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소피의 연애매뉴얼> (2009)을 시작으로 중국 영화를 투자•제작한 지 올해로 5년 째다. 부분 투자로 참여한 <왓 위민 원트>(2011)의 절반의 성공 이후, 지난해 비로소 <이별계약>으로 중국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CJ E&M이 중국 내 합작 파트너들과 함께 기획•투자•제작에 모두 참여했던 <이별계약>은 한국의 기획 인프라와 중국의 제작 노하우가 만나 한•중 합작영화 사상 최고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면서 성공적 현지화의 사례로 꼽힌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기획력이라고 본다. 중국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중국인들의 감성을 담아낸 상업성 높은 시나리오를 양국 인력들이 협업 하에 계속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중소 규모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후 웰메이드한 스릴러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영화 개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CJ E&M은 재난스릴러영화 <평안도>(감독 장윤현)와 <수상한 그녀>를 모티브로 한 코미디영화 <20세여 다시 한번>(감독 천정다오)의 후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완다 아비 광만 카이(가운데) 팀장이 한국영화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100억 이하 시나리오는 안 받는다?
제작업에 뛰어든 중국 최대 멀티플렉스 완다
“사실 완다가 가장 급하다. 누구보다 한국과의 합작을 고대하고 있을 거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 한국 프로듀서가 귀띔해준 얘기다. 중국 최대 극장 체인망을 갖춘 데다가 최근 다디, 진이, 헝디엔 세개 원선과 함께 오주(五洲)를 설립하면서 중국 최고 배급력도 확보한 거대 그룹 완다가 뭐가 아쉬워서 한국과의 공동 제작이 절실한 것일까.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은 극장업이나 배급업과 달리 직접 제작에 뛰어든 건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아 라인업 확보가 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완다는 8편을 만들었고, 올해 9편을 제작하면서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모든 장르를 고려하고 있지만, 완다가 현재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코미디”라고 한다. 홍콩 출신의 기획개발팀 아비 광 만 카이 팀장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중국 관객에게 코미디는 잘 먹히는 장르. 코미디를 베이스로 하되 로맨스나 액션 같은 장르를 섞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한 그녀> <엽기적인 그녀> <과속스캔들> <7번방의 선물> <황해> <헬로우 고스트>,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같은 콘텐츠는 중국 관객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년은 중일전쟁 발발 70주년인 데다가 블록버스터영화가 다시 유행할 시점이 됐다. 완다 내부적으로 제작비 100억원 이하의 시나리오는 받지 않을 것”이라는 한 중국 영화인의 후문도 있다.
젊은 소수정예 집단
<이별계약>을 통해 한•중 공동 제작 경험을 쌓은 제작사 C2M 미디어
설립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회사다. 하지만 카오 신 대표부터 막내 직원까지 모두 중국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한다. C2M은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국가와 합작을 시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 지역의 제작사와의 합작은 여러 이유로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과의 합작이었다. 그게 지난해 중국에서 흥행한 <이별계약>이었다. 다른 거대 영화사들에 비해 회사의 규모는 다소 작지만, 작은 만큼 강점이 있다고 한다. 카오 신 대표는 “회사 구성원들이 젊은 까닭에 젊은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 결정도 빨리 할 수 있다. 완다 같은 거대 회사에서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한달가량 걸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C2M은 단순히 영화 제작사에 머무르진 않을 거라고 한다. 카오 신 대표는 “미디어 그룹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CJ E&M이 제작하는 <20세여 다시 한번>과 곽재용 감독의 신작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동시에 기획, 개발도 직접 하고 있다. 최근 영화 마케팅 회사도 설립해 기획, 개발 단계에서 마케팅을 고려한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명의 감독과 계약하겠다
인터넷 플랫폼을 무기 삼아 치열한 시장 경쟁에 뛰어든 러스잉예
올해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러스잉예는 광시엔미디어, 폴리보나필름 같은 민영 영화사와 함께 세 번째 손가락에 꼽힌다. <부니베어> <Ice Man> <5일의 마중> <Old Boy> <소시대3> <익스펜더블3> 등을 개봉해 올해 3/4분기까지 20억위안(3300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LeTV’라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와 중국 전역 108개 도시에 1200여개 스크린 등 중국 최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가진 덕분이다. 또 최근에는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해 홍콩 배급 시장의 전초기지도 마련했다.
플랫폼을 무기 삼은 러스잉예의 고민은 딱 한 가지다. 라인업을 최대한 확보해 플랫폼을 채워넣는 것. 약 10만편의 TV드라마와 5천편의 영화 판권을 확보한 것도 모자라 직접 제작에 뛰어든 것이다. 러스잉예 장자오 대표가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 감독 10명과 계약해 공동 제작을 하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중국 내수 시장 공략과 함께 러스잉예는 할리우드와 합작해 글로벌 시장에 대비하는 것에 진력하고 있다. 할리우드 레디컬 스튜디오와 함께 합작회사 레디컬 비전 유에스에이를 설립해 장이모 감독의 신작 <장성>(출연 맷 데이먼)을 제작한다. 장자오 대표는 “중국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영화인들과의 합작이 필요하다. 한국 제작진의 능력은 아시아 최고이기 때문이다.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