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29일 CGV강변점에 인디영화관이 처음 문을 열었다. 2008년, 인디영화관은 무비꼴라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10년 사이 상영관은 19개관 2019석으로 늘었다.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마녀> 등에 투자•배급도 했다. 무비꼴라쥬가 독립 영화계와 어떻게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 =큰 기업인 CGV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이 적합한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또 독립예술영화 의무상영일수(219일)를 자발적으로 지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았다.
-2004년 CGV인디영화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08년부터 무비꼴라쥬로 명칭을 변경했다. ‘독립’이 아닌 ‘다양성’에 더 방점을 찍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이름이다. =처음엔 말 그대로 ‘인디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라는 의미로 네이밍을 했다. 이후 브랜드 공모를 통해 무비꼴라쥬라는 이름이 선정됐다. 그간 다양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독립예술영화의 관람문화를 바꿔보려는 시도도 함께 진행해왔다. 다만 다양한 영화들을 두루두루 튼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서 지난해와 올해는 무비꼴라쥬의 선택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들로 프로그램을 짜려고 노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말하는가. =2012년까지만 해도 가능한 많은 영화에 상영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접근성과 선택권이 제한당하는 프로그램일 수 있다. 그런 의견을 수렴해서 좀더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했다. <마지막 4중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인사이드 르윈> 등이 선택을 받은 영화다.
-투자와 배급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대표적으로 원승환 이사는 “무비꼴라쥬가 독립영화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투자-배급-상영을 아우르는 독립 영화계의 거대 공룡이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 무비꼴라쥬가 극장 사업을 시작할 땐 독립예술영화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았고, 무비꼴라쥬 역시 시장을 형성해 이득을 취하려고 독립 영화계에 뛰어들진 않았다.
-만약 <한공주>가 무비꼴라쥬에서 배급되지 않았다면 이만큼 흥행할 수 있었을까, 하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한공주> 전체 관객의 40%가 무비꼴라쥬 관객이다. 이는 무비꼴라쥬의 힘을 보여주는 한편, 자금력이 있는 무비꼴라쥬에 독립영화 배급이 더 몰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무비꼴라쥬에서 배급한다고 모든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마녀>의 경우 스코어가 1만명을 밑돈다. <마녀>는 다른 배급사에선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감독과 배우의 가능성을 보고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CGV무비꼴라쥬 창작지원상을 수여한 작품이다.
-최근엔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영화로 분류된 것을 놓고 말이 많다. 제작비가 1천만달러인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영화로 분류되면 다른 독립•저예산영화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영진위의 다양성영화 심사 기준이 문제지만, 극장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도 고민은 있을 것 같다. =일단 <비긴 어게인>은 무비꼴라쥬에서 개봉하지 않았다. 시네마톡 행사 때 두번 상영한 게 전부다. <비긴 어게인>의 경우 배급사에서 300개 이상의 스크린에 걸 생각을 하더라. 무비꼴라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기회가 덜 주어지는 영화들에 관심을 쏟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올해 무비꼴라쥬 극장팀의 성과 중 하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고 생각하는데, 개봉 당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스크린 수는 60개가 채 되지 않았다. 웨스 앤더슨의 전작 <문라이즈 킹덤>에 3만명이 들었다. 배급사인 폭스도 그렇고 어느 누구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이만큼 잘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함께 <천주정>을 걸었지만 <천주정>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결과를 떠나 이런 프로그램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 =CGV압구정을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현재 리뉴얼 중이다. 좌석 및 사운드•영상 시스템도 교체, 보강 중이다. 각종 강연과 문화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라운지도 만들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넓힐 계획이다. 1년 365일 한국 독립영화만 상영하는 전용관을 만드는 것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