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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완성, 블록버스터!(2)
이주현 윤혜지 장영엽 2013-11-26

<엔더스 게임>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로보캅>… 올겨울 블록버스터 총집합! 놓치면 후회합니다

SF

올해의 블록버스터 종결자

<엔더스 게임> Ender’s Game 감독 개빈 후드 / 출연 아사 버터필드, 해리슨 포드, 헤일리 스테인펠드, 비올라 데이비스, 벤 킹슬리 / 개봉 12월19일

국내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오슨 스콧 카드의 SF소설 <엔더의 게임>은 SF 소설 팬들 사이에선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인기 소설이다. 1986년 출간된 <엔더의 게임>은 SF소설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더블 크라운’의 영광을 안았다. 바로 그 <엔더의 게임>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배경은 미래의 지구. 외계종족 포믹의 공격으로 지구가 초토화된 뒤, 살아남은 사람들은 포믹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고도의 심리게임에 능하고 승부에 대한 집착이 강한 천재 소년 엔더(아사 버터필드)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전투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엔더는 ‘게임’을 통해 전투 능력을 기른다. 전투학교의 수장인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은 엔더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지시하고, 기대와 우려 속에 우주함대 지휘관으로 성장한 엔더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외계종족과 최후의 우주전쟁을 치른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바탕으로 한 SF소설 <엔더의 게임>은 미국에서 심리학, 리더십 관련 교재로 활용될 만큼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 역시 엔더의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연출을 맡은 개빈 후드 감독은 “방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으로 압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 영화는 “친절한 마음씨와 공격적 성향을 동시에 지닌, 복잡한 내면을 가진 소년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주인공 엔더를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거였다. “우리는 총명하면서도 상대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필요했다. 또한 엔더가 운동을 좋아하는 소년은 아니기에 샌님 같은 모습도 있어야 했다. 아사 버터필드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아사는 똑똑하고 진정으로 겸손하며 와이어 액션 같은 신체훈련도 능히 소화할 수 있는 배우였다.” <휴고>의 그 꼬마아이가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우주함대의 훈련 장면과 전투 장면 역시 스펙터클로 무장됐다. 특히 무중력 전투 훈련 장면은 전략적 재미와 시각적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개빈 후드 감독 역시 “무중력 전투 공간과 우주전쟁을 최종 시뮬레이션하는 공간을 영화적으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성찰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려 애쓴 <엔더스 게임>은 단연 올 하반기 최고 화제작이다.

히어로로 부활!

<로보캅> Robocop 감독 호세 파딜라 / 출연 조엘 킨나만, 새뮤얼 L. 잭슨, 게리 올드먼, 애비 코니시, 마이클 키튼 / 개봉 2014년 2월

레이건 시대의 사이보그 영웅이 2028년의 근미래에 재림한다. 폴 버호벤의 전설적인 SF영화 <로보캅>(1987)의 리메이크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의 팬이라면 아마도 정보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등급을 가장 먼저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버호벤의 <로보캅>은 특유의 어둡고 음울한 세계관이 파괴적인 액션과 만나 고유한 폭력미학을 완성했던 걸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가폰을 잡은 호세 파딜라가 “리메이크되는 로보캅은 PG-13등급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더 걱정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는 바로 “R등급 같은 PG-13등급”이라고 고쳐 말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액션 스릴러 <엘리트 스쿼드>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금곰상까지 수상했던 경력이 있으니 실망스러운 리메이크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범죄로 점철된 2028년의 미래, 대중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영웅을 기다린다. 한편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된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는 살아남기 위해 한 거대 복합기업의 기술을 빌려 신체에 로봇슈트를 이식한다. 급작스레 거대한 힘을 얻게 된 알렉스는 슈트를 컨트롤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점차 슈트에 익숙해지면서 초인적인 영웅으로 거듭난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은빛 코스튬을 버리고, 미끈한 검정슈트를 착용한 채 돌아올 로보캅은 원작과 달리 자신이 인간임을 명확히 알고 있다. 또한 원작에서처럼 잔혹하게 살해됐다가 사이보그로 부활하는 것이 아닌, 사고를 겪고 초능력을 얻는 현대 히어로의 일반적인 케이스를 따른다. 원작의 운명적이고 영웅적인 사명감이 희석된 대신 ‘제이슨 본’처럼 심플하고 스타일리시한 히어로로 재탄생할 확률이 높다. <로보캅> 시리즈의 제작을 멈춰 세운 프레드 데커의 세 번째 시리즈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후속작이 추락할수록 원작의 이름은 빛났고, <로보캅>은 신화가 되었다. <토탈 리콜>의 경우로 미뤄 짐작할 수 있지만, 호세 파딜라가 버호벤의 원작에 버금갈 정도로만 영화를 만들어도 충분히 성공한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호세 파딜라의 <로보캅>은 원작의 명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특수효과를 덧칠했을 뿐인 그저 그런 장르영화에 그치고 말지. 뚜껑은 열어봐야겠으나 일단은 로보캅의 영광스러운 귀환이라는 데 손을 들어주고 싶다.

FANTASY 판타지

아버지란 아들이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감독 피터 잭슨 /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매켈런, 리처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올랜도 블룸, 리 페이스, 앤디 서키스, 휴고 위빙, 베네딕트 컴버배치, 루크 에반스, 에반젤린 릴리, 미카엘 페르스브란트 / 개봉 12월12일

“1편보다 유머가 덜한 건 확실하다.” 피터 잭슨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의 촬영 중 만난 영미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호빗>의 원작자 톨킨이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읽어주기 위해 썼던 모험담의 귀여움과 익살맞음을 이번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호빗 마을을 떠나 외로운 산 에레보르로 향하는 빌보(마틴 프리먼)와 열세명의 난쟁이들의 여정이 깊이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호빗> 시리즈 삼부작의 1편이었던 <호빗: 뜻밖의 여정>에선 평범한 호빗으로 살아가던 빌보가 난쟁이들과 만나 고향을 떠나는 과정이 영화의 3분의 1을 차지했기 때문에 다양한 극중 인물들간에 오가는 유쾌한 화학작용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의 2편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선 그럴 여유가 없다. 1편에서 빌보 일행이 채 마무리짓지 못한 오크와의 대결과 함께 그들에게 새로운 시련을 안겨줄 신비로운 존재들이 줄지어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끝엔, 에레보르산의 금은보화에 파묻혀 있는 난폭한 용 스마우그(목소리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기다리고 있다.

쉴 틈 없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험난한 모험과 전투의 스펙터클 덕분인지 피터 잭슨은 이 영화의 정서가 1편 <호빗: 뜻밖의 여정>보다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가까울 거라고 말했다. 1편과 마찬가지로 1초에 48프레임을 담아내는 하이 프레임 레이트 촬영을 선보일 이번 영화는 어둠의 숲과 요정의 나라, 호수 마을과 외로운 산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광활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더불어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는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새로운 인물들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낯익은 얼굴들이 두루 출연한다. 특히 이번 영화에선 엘프족이 비중 있게 출연할 예정인데, 10년 만에 돌아온 레골라스(올랜도 블룸)와 2편의 핵심인물인 그의 아버지 스란두일(리 페이스), 갈라드리엘과 아르웬의 계보를 잇는 미녀 엘프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의 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곰으로 변신하는 인간 베오른(미카엘 페르스브란트)과 호수 마을의 군주 바드 더 보우맨(루크 에반스)의 존재도 놓치지 말 것.

한편 피터 잭슨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난쟁이족의 왕자 소린과 미스터리하게 실종된 그의 아버지 스라인의 관계, 레골라스와 스란두일의 관계, 오크족의 전사 아조그와 아들 볼그의 관계가 2편의 서사를 더욱 감칠맛나게 만들어줄 것이다. 1편의 웃음기를 지운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는 이처럼 용맹스럽고 진득한 남자들의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그들 사이를 헤쳐나가며 ‘진짜 사나이’가 되어갈, 작지만 용감한 호빗 빌보의 성장담을 기대해보자.

뱀파이어와 사랑하는 법

<뱀파이어 아카데미> Vampire Academy: Blood Sisters 감독 마크 워터스 / 출연 조이 더치, 루시 프라이, 올가 쿠릴렌코, 다닐라 코즈로브스키 / 개봉 2014년 2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소녀 팬들의 마음을 가로챌 새로운 뱀파이어영화가 재빨리 나타났다.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2007년 출간돼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팬덤을 조성한 리첼미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 소설이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뱀파이어 로맨스물이기에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트와일라잇>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는 <트와일라잇>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 될 거다. 이 작품의 주인공 소녀들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보호를 받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뱀파이어 세계에서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는 여전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세계엔 세 종족이 있다. 선한 뱀파이어이자 마법을 쓸 수 있는 모로이, 반인간 반뱀파이어로 모로이를 보호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댐퍼, 불멸의 존재이자 사악한 뱀파이어 스트리고이가 그들이다. 주인공 로즈는 댐퍼족이다. 그녀는 모로이 왕족의 공주 리사를 스트리고이 종족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로즈와 리사는 댐퍼와 모로이 종족이 다니는 성 블라디미르 아카데미에 입학해 다양한 훈련을 받는데, 그들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섯권의 원작 시리즈(완결) 중 1권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로즈와 리사가 마주하게 되는 학교 안의 다양한 인물들과 비밀이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이 되리라는 점에서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트와일라잇>보다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비슷한 점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리 포터>보다 더 도발적인 영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아름답고 전투적인 두명의 소녀들은 각각 선생님(로즈), 천적의 아들(리사)과 금지된 로맨스를 펼칠 예정이니까.

어쩌면 기나긴 프랜차이즈가 될지도 모를 이 영화의 첫장을 연 자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파퍼씨네 펭귄들>을 연출한 마크 워터스다.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 코미디 장르를 두루 경험한 그는 “수많은 영어덜트영화(10대부터 20대 초•중반 관객을 겨냥한 영화)들이 지나치게 진지하고 있는 척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유머와 체제 전복적인 위트”가 <뱀파이어 아카데미>만의 개성이 될 거라 호언장담했다. 그 솔직함에 한표를 걸어보자.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애틋하게

<어바웃 타임>

<어바웃 타임> About Time 감독 리처드 커티스 / 출연 레이첼 맥애덤스, 빌 나이, 돔놀 글리슨 / 개봉 12월5일

<로렌스 애니웨이>

<로렌스 애니웨이> Laurence Anyways 감독 자비에 돌란 / 출연 멜비 푸포, 쉬잔느 클레멘트 / 개봉 12월19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감독 벤 스틸러 /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튼 위그, 숀 펜 / 개봉 2014년 1월1일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 Saving Mr. Banks 감독 존 리 행콕 / 출연 톰 행크스, 에마 톰슨, 콜린 파렐, 폴 지아매티 / 개봉 2014년 2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Grace of Monaco 감독 올리비에 다한 / 출연 니콜 키드먼, 팀 로스 / 개봉 2014년 2월

스펙터클의 풍랑 속에서 예쁘고 따뜻한 영화들도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에 이어 로맨스의 고전이 되길 꿈꾸는 또 하나의 영화, 리처드 커티스의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으나 연애엔 젬병인 팀(돔놀 글리슨)이 초능력을 사용해 메리(레이첼 맥애덤스)와의 사랑을 완성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러브 액츄얼리>가 이전 개봉 때 편집됐던 분량을 추가해 <러브 액츄얼리: 크리스마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예정이니 크리스마스 로맨스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지 미리 점쳐보는 건 어떨까. 한편 <어바웃 타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로맨스, 배우 겸 감독인 자비에 돌란의 <로렌스 애니웨이>는 두 사람의 10년에 걸친 절박한 사랑 얘기다. 로렌스(멜비 푸포)와 프레드(쉬잔느 클레멘트)는 연인이다. 여자가 되고 싶다는 로렌스의 갑작스런 고백은 둘을 수많은 벽에 부딪히게 만든다. 아름다운 푸른색의 화면과 개성있는 카메라워크는 여전히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벤 스틸러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잡지사 <라이프>에서 16년간 성실하게 근무한 사진작가 월터 미티(벤 스틸러)가 진짜 꿈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의 영화다. “필름영화에 대한 경의의 의미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필름으로 찍었다”는 벤 스틸러 감독의 의지를 점검해볼 기회다. 디즈니에서 제작하는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는 소설 <메리 포핀스>의 영화화를 사이에 둔 원작자 트래버스(에마 톰슨)와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의 줄다리기를 그린다. 영화는 트래버스의 유년 시절까지 더해 <메리 포핀스>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까지 설득력 있게 담는다. 실제로 디즈니의 딸은 <메리 포핀스>의 열성 팬이었고, 디즈니는 끈질긴 러브콜 끝에 마침내 1964년, 뮤지컬영화 <메리 포핀스>를 탄생시켰다. 자사의 실화를 영화화한 만큼 디테일한 설정과 사려 깊은 연출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배경은 1962년으로 프랑스와 모나코가 갈등을 빚고 있던 때다. 영화는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비로 있으며 두 나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힘썼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전작 <라비앙 로즈>로 여성의 전기를 그리는 데 탁월한 안목이 있음을 입증한 올리비에 다한의 신작이다. 여배우가 연기하는 여배우의 모습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EPIC 역사

“경이로울 정도의 해상 전투 신”

<300: 제국의 부활> 300: Rise of an Empire 감독 노암 머로 / 출연 설리번 스테이플턴, 레나 헤디, 에바 그린, 로드리고 산토로 / 개봉 2014년 3월

제라드 버틀러 없는 <300>이 가당키나 할까. 하나 테스토스테론이 넘쳐 흐르던 스크린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은 일찌감치 접어도 될 것 같다. 공개된 포스터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300: 제국의 부활>의 전사들은 바다로 전장을 옮겨 다시 한번 피로 얼룩진 미친 싸움을 펼칠 예정이다. BC 480년, 테르모필레 협곡의 전투가 끝났다. 이번엔 테미스토클레스(설리번 스테이플턴)가 이끄는 그리스 연합군이 아테네로 진격 중인 크세르크세스 황제(로드리고 산토로)와 맞붙는다. 크세르크세스 황제의 곁엔 함대의 지휘관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가 있고, 한쪽에선 고르고 여왕(레나 헤디)이 다시금 스파르타 제국의 부활을 노리며 절치부심 중이다. 역시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크세르크세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맨 오브 스틸> 촬영과 겹쳐 노암 머로에게 메가폰을 넘기고 감독직에서 하차한 잭 스나이더가 제작과 각본을 맡아 후방을 지원한다.

제라드 버틀러의 바통을 넘겨받은 이는 “캐스팅 전부터 이미 완성된 몸을 갖고 있었다”는 설리번 스테이플턴이다. 그런 그조차 “촬영기간 내내 체육관에서 살다시피했을 정도로” 시리즈 특유의 육체적 스펙터클을 구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TV시리즈에 주로 출연하고, <애니멀 킹덤> <갱스터 스쿼드>에서 조연이었던 그는 <300: 제국의 부활>에서 첫 주연을 꿰찼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에선 거대 물량을 투입한 특수효과와 여성 캐릭터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제라드 버틀러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시리즈에선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으로 여성적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준 레나 헤디와 역시 <Starz> TV시리즈 <카멜롯>에서 권력을 탐하는 팜므파탈로 분한 에바 그린, 두 여장부의 불꽃 튀는 대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거대 프랜차이즈영화의 연출을 떠안기기에 노암 머로라는 낯선 이름은 미덥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암 머로는 “6년 전엔 쓸 수 없었던 효과를 이젠 쓸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하며 “경이로울 정도의 해상 전투 신”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그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두축이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르테미시아”라며 새로 합류한 출연진에 대해서도 신뢰를 보냈다. 뉴페이스들이 꺼내들 비장의 카드가 궁금하지 않은가.

검투사와 그의 도시

<폼페이> Pompeii 감독 폴 W. S. 앤더슨 / 출연 키트 해링턴, 에밀리 브라우닝, 제시카 루카스, 키퍼 서덜런드 / 개봉 2014년 2월20일

서기 79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에 위치한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하늘에선 화산재와 화산암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고, 폼페이 인구의 약 10%인 2천명이 화산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는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사극 블록버스터 <폼페이>는 바로 그 처참한 재앙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사라진 도시에 숨어 있을 법한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켈트족 마을에서 태어난 마일로(키트 해링턴)는 성인식을 치르던 날 마을에 침입한 로마군에 의해 부모를 잃는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마일로는 노예 신세로 전락하고, 이후 그 누구도 대적할 상대가 없는 검투사로 성장한다. 부모의 원수에 대한 복수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마일로는 어느 날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라는 어여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부유한 상인 집안의 딸인 카시아는 부패한 로마 의회의 의원과 약혼하기로 되어 있는 몸이다. 그런 한편, 베수비오 화산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도시는 혼돈에 빠지고 마일로는 카시아와 함께 폼페이를 벗어나려 한다.

<폼페이>는 확실히 <스파르타쿠스> <왕좌의 게임> 등 최근 일었던 사극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기획된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폼페이>는 드라마가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 도전하며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하려 한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와 <삼총사 3D>를 통해 액션과 사극, 3D를 경험한 폴 W. S. 앤더슨 감독은 우선 베수비오 화산 폭발 장면을 3D로 그려내 재앙의 참담함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 폼페이시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이탈리아 폼페이를 비롯해 캐나다와 네팔 등을 돌며 현지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배우들도 온몸으로 역사를 고증한다.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 캐릭터로 유명해진 키트 해링턴은 마일로를 연기하면서 식스팩을 제대로 몸에 새겼다. 폴 W. S. 앤더슨 감독을 만나서 그가 처음으로 했던 말은 이랬다고 한다. “명색이 검투사를 연기하는데 육체적으로 강인함을 보여줄 시도들을 당장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의욕 가득한 젊은 배우는 촬영에 들어가기 5주 전부터 혹독하게 다이어트와 트레이닝을 병행했고, “복수심으로 무장한”, “순수한 분노로 질주”하는 검투사 마일로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글래디에이터>와 <300>의 뒤를 이을 사극 대작으로서의 야심을 품고 있는 <폼페이>는 내년 2월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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