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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결과는 아쉬움… 정식 개봉한 김태용의 <만추>는 흥행 호조
주성철 2012-04-10

해마다 ‘한국이 주인공’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그리하여 심지어 일부 언론으로부터 ‘한국 영화인들에게 주려고 만든 상인가’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서 한국 영화인들이 소외된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하고 지난해에도 이창동 감독이 <>로 감독상과 각본상을, 하정우가 <황해>로 남우주연상, 윤여정이 <하녀>로 여우조연상, 남나영이 <악마를 보았다>로 편집상을 수상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용문비갑>에 참여한 디지털아이디어의 김욱 슈퍼바이저가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그 역시 최근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후반작업을 도맡다시피하는 한국 업체들의 탄탄한 실력이 바탕이 된 의미심장한 결과다. <고지전>의 이제훈은 남우조연상 후보로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아쉽게도 수상의 영예를 얻지 못했다. 사석에서 만난 이제훈은 “혼자서도 여러 번 배낭여행으로 홍콩을 찾을 정도로 홍콩을 좋아한다”며 “하정우 선배가 <추격자>에 이어 두 번째 <황해>로 수상했던 것처럼 불러만 준다면 언제든 참석할 것”이라고 웃었다. 또한 이번 홍콩국제영화제에는 김중현 감독의 <가시>,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가 ‘영 시네마 경쟁’부문, 박기용 감독의 <무빙>과 문병곤 감독의 <불멸의 사나이>가 각각 다큐멘터리 경쟁부문과 단편영화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현지 관객을 만났다.

필름마트 기간 중인 23일 중국에서 개봉한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개봉 나흘 만에 누적수입 3천만위안(약 54억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말하자면 <만추>는 바로 그 20편의 중국 내 외국영화 제한 상영 편수를 뚫은 한국영화다). 지난겨울 중국에서 개봉해 2175만위안을 벌어들였던 <7광구>의 역대 중국 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여유있게 갈아치운 결과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김태용 감독은 워너브러더스와도 프리미엄 서비스 계약을 맺은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이자 인터넷 기업인 요쿠(Youku)가 제작한 옴니버스영화 <뷰티풀>의 제작발표회차 홍콩을 찾았다. 보통화(普通話)로 진행된 행사에서 내내 ‘디렉터 진타이용’으로 불린 그는 행사가 끝나고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서 개봉하는 외화는 주로 대작이나 코미디, 액션영화가 많다고 들었는데 <만추>가 흥행해서 사실 좀 얼떨떨하다”며 “한국에서는 <만추>가 개봉날짜를 잡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중국에서는 내가 흥행감독인 건가”라며 웃었다.

<뷰티풀>은 ‘아름다움’을 주제로 허안화, 차이밍량, 구창웨이, 김태용이 참여한 옴니버스 프로젝트로 이번 홍콩국제영화제 기간 중 공개됐다. 김태용을 제외하면 각각 홍콩, 대만, 중국 본토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명단이라는 점에서 프로젝트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김태용과 <가족의 탄생> 이후 이번 작품을 다시 함께한 ‘영화사 담담’의 백연자 PD는 “김태용 감독과 판소리를 소재로 한 신작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주제는 물론 함께하는 감독들이 흥미로워 참여했다. 그의 스타일이 잘 녹아든 단편”이라며 “요쿠로부터 총 4만달러의 제작비를 지원받았는데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지는 만큼 제주영상위원회로부터도 1800만원을 지원받았고, 고맙게도 배우 공효진박희순이 김태용 감독과의 작업 자체를 즐거워하며 노 개런티로 참여해줬다”고 말했다. 네 감독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흥미로운 옴니버스영화 <뷰티풀>은 아마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 영국 등지의 영화사들 관심 모아

필름마트 행사장에 차려진 영진위의 영화종합홍보관. 여러 해외 세일즈사와 VFX, 음향, 3D 등 기술서비스업체를 비롯해 제작사, 영화제 등 총 11개 업체가 참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올해도 한국영화종합홍보관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한국영화 홍보업무를 펼쳤다. 한국영화의 수출 미팅, 후반작업 수주 상담과 해외 영화 관련 미팅이 이어졌으며 특별히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에 관심이 높아 미팅제안과 문의가 쇄도했다.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는 한국 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외국 영상물의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로 국내에서 10일 이상 촬영해야 하고, 10억원 이상의 제작비용이 발생할 시 제작인정 비용의 25%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영진위 국제사업센터 필름마켓 담당 김경만 주무에 따르면 “이번 필름마트에서 영국을 비롯해 몇몇 영화사에서 구체적인 로케이션 접촉과 공동제작 등의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 필름마트의 중요한 이슈라면 중국 본토의 온라인 영화시장이 커지면서 시장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면서 국내 업체들과의 접촉 사례가 많은데, 반면 신규 사업자 등 국내 업체들은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그 사이에서 조율과 대화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마영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제작자 왕정.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도 부스를 열어 중화권 영화 제작자와 국내 CG기업간의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했다. ‘한국 VFX 공동 전시관’을 구성해 VFX, 3D 콘텐츠, 애니메이션 등 분야별로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전개했다. 기간 중 모팩스튜디오는 중국의 오션딥필름과 액션영화 <필살기> CG 참여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으며, 디지털아이디어가 <용문비갑>으로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것에서 보듯 중화권 블록버스터들의 후반작업을 독과점하다시피하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집결호> <적벽대전>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등 수많은 대작 블록버스터들의 후반작업에 참여해 슈퍼바이저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이치윤 PD는 더 나아가 “장기적인 공동작업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업체가 일부 스탭을 비롯해 후반작업에 참여한 <집결호> 같은 영화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 3D>처럼 캐스팅과 로케이션은 물론 제작투자상의 전면적인 협력 모델의 성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날이 규모를 더해가는 중국시장과의 협력에 있어 후반작업 활황 그 이상의 합작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인류멸망보고서> <도둑들> 해외 세일즈 순항

<도둑들>의 쇼박스 부스를 찾은 출연배우 증국상. 증지위의 아들로도 유명하며, 이번 HAF에서 감독으로 참가한 <맥레런 어페어>로 공동감독 지미 완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따로 부스를 차린 국내 영화사들도 활발한 미팅을 가졌다. 이미 지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유러피안 필름마켓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등 4개국에 선판매된 <도둑들>은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 중 하나였다. 특히 이번 필름마트 기간 중 예고편과 새로운 스틸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쇼박스 해외사업팀의 안정원 부장은 “로케이션이나 캐스팅 등 범아시아 프로젝트라는 인상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이번 기간 중에는 중국과 일본쪽으로부터도 <도둑들>에 대한 구체적인 오퍼가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라인의 손민경 대표는 “옴니버스영화라는 취약점이 있음에도 김지운 감독의 명성 때문인지 <인류멸망보고서>에 대한 세일즈가 활발하다. 로맨틱코미디의 경우 보통 전편을 공개하고서야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은 티저 예고편만으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결호> <적벽대전>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등에서 후반작업 총괄 슈퍼바이저로 활동한 ‘중국통’ 이치윤 PD.

<건축학개론>의 롯데엔터테인먼트 부스를 찾은 배우 이제훈. <고지전>으로 AFA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다.

<나의 독재자>로 김무령 PD와 함께 HAF에 참여한 <김씨표류기>의 이해준 감독.

더불어 필름마트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제작비 조달과 사전판매를 도모하는 홍콩아시아필름파이낸싱포럼(HAF)에는 이해준 감독의 <나의 독재자>, 김백준 감독의 <몬스터>, 전수일 감독의 <어나더 컨트리> 등 세편이 초청받았으나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해준의 <나의 독재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소재로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과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어투와 외모, 버릇 등이 흡사한 대역을 상대로 회담 리허설을 했다는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박정희 대통령과 정상회담 리허설을 하는 김일성 대역을 하는 무명 연기자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문득 아버지의 옛날 사진을 봤는데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젊고 강한 그 모습을 보고 뭔가 울컥하는 묘한 이질감을 느낀 적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내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대중적이고 또한 뜨거운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오성 출연한 중국 블록버스터 <광휘세월>

무협영화 포럼에 참석한 유오성의 모습. 그의 오른쪽은 공동감독이자 <황비홍>의 귀각칠로 유명한 웅흔흔과 무협영화의 향수를 짙게 담아낸 <타뢰대>로 주목받은 곽자건 감독.

필름마트를 찾은 또 다른 한국 영화인도 있었다. 증지위와 웅흔흔이 공동연출한 100억원대의 대작 <광휘세월>에 출연한 유오성은 ‘차이니즈 장르 필름 포럼: 무협영화’에 참석해 “어려서 본 홍콩영화들은 그저 한국영화로 느껴질 만큼 가까웠다. 홍콩 무협영화만큼 당시 우리 동세대에 어필한 장르는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신해혁명 이전 영웅들의 이야기로 ‘중국판 <7인의 사무라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유오성은 황일화, 막소총, 곽도 등과 함께 7인 중 한명으로 출연해 얼마 전 촬영을 끝마쳤다. 한편, 메가비전 부스에서 만난 왕정 감독은 “제작자로서 홍콩 영화계에서 <황비홍>만큼이나 끊임없이 리메이크되어온 새로운 <마영정>을 준비하고 있다. 홍금보와 원화평이 참여한다”며 “홍콩에는 황비홍이나 엽문만 있는 게 아니”라며 웃었다.

<광휘세월>은 한국 배우를 캐스팅해 기존 캐스팅과는 다른 면모로 이뤄진 대작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마영정> 역시 새로운 스타 오윤룡을 발굴해 만들어지는 영화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역사적 소재와 인물을 끌어올리는 중화권 영화계의 왕성한 식욕을 다시금 읽을 수 있었다. 지쳤다 싶을 때쯤 여전히 새로운 카드를 내미는 형국이랄까. 이처럼 올해 필름마트는 연초 전해진 기쁜 소식과 함께한 미국 업체들의 부푼 희망과 변함없는 홍콩 대작들의 새로운 살길 모색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해마다 새로운 이슈들이 부스를 가득 채우는 필름마트지만 올해는 보다 구체적인 비전을 읽을 수 있었다. 홍콩차이나 영화시장은 그렇게 계속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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