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I 런던영화제 포스터(왼쪽), <더 딥 블루 시>(오른쪽).
영국산 영화와 배우들이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영국 내 영화의 인기는 다양한 뮤지컬과 오페라, 발레, 클래식 음악 공연에 밀려 생각만큼 높지 않다. 오히려 소수의 영화광들을 위한 예술극장이 활성화된 편이다. 하지만 매년 10월이 되면 영화는 대중뿐 아니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최고의 ‘즐길 거리’로 등극한다. 이 기간 동안 영국 최고의 영화제로 꼽히는 BFI 런던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BFI 런던영화제를 코앞에 둔 영국 영화계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언론들은 매일 런던영화제 소식을 전하며,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월24일과 26일에는 개막작과 폐막작이 언론에 공개됐다. 개막작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고전 <라 롱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360>이, 폐막작은 <환희의 집>을 연출한 바 있는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의 <더 딥 블루 시>가 선정됐다. 영국 출신 배우 레이첼 바이스는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에 모두 출연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번 영화제에는 배우 레이프 파인즈와 조지 클루니, 프리다 핀토 등을 비롯해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한스 바인가르트너, 마이클 윈터보텀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사실 BFI 런던영화제는 한국영화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세계 각지의 주목할 만한 영화를 소개하는 ‘월드 시네마’ 섹션에는 <친절한 금자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시> 등의 한국영화가 자주 소개됐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과 탈북자 소년과 조선족 소녀, 몸을 파는 게이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가 초대받았다. <북촌방향>은 10월14일과 16일에, <줄탁동시>는 10월15일과 16일에 상영될 예정이다. 오는 10월12일 시작해 27일 폐막하는 영화제의 라인업 및 상영시간표 등의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bfi.org.uk)에서 확인할 수 있다.
BFI의 후원으로 첫 꿈이 실현됐지
폐막작 <더 딥 블루 시>의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 인터뷰
-<더 딥 블루 시>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진짜 내 작품이 폐막작이 됐는지, 끝까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웃음) 영국 감독으로서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자랑스럽다. 함께 작업한 모든 배우와 스탭들 역시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다.
-BFI 런던영화제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BFI의 후원이 없었다면 내 첫 작품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BFI를 통해 첫 꿈이 실현되었는데, 어느덧 내 작품이 영화제의 폐막작이 되었다니,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나.
-다른 국제영화제와 비교할 때 BFI 런던영화제의 강점이 있다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쉽게 접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은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는 여러 영화제들을 통해 관객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BFI 런던영화제는 다른 어떤 영화제보다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아 영국 영화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 젊은 영화인들을 전폭적으로 후원하는 것 역시 BFI 런던영화제의 커다란 장점이 아닌가 한다.
-레이첼 바이스는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에 출연한다. 당신과의 작업은 어땠나. =그는 너무 사랑스럽고 다재다능한 배우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나에게 커다란 영감을 줬다. 그래서 이번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나는 노력한 사람들이 그에 맞는 응당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이첼은 이런 영광을 충분히 누릴 만한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