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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②
강병진 2011-09-15

영화인 25명 '이 영화 보며 잠들고 싶다'

◆ 영화감독 김태용

<안녕하세요>(1959)

쓸쓸한 시간을 쓸쓸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이 어울리지 않을까? <꽁치의 맛>(1962)을 보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편안해 보인다. 내가 겁이 많아서 그런지 죽기 전에 좀 편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를 보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을 욕심들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1959)는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제 인생의 여러 장면을 한꺼번에 떠올릴 수 있는 영화다. 꼬마 애들이 중요한 영화인데, 애들은 어떻게 자라고 결혼은 어떻게 하고 부모는 어때야 하는가 등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니까. 오즈 영화 중에서 한편을 더 꼽자면 <가을햇살>(1960)을 보겠다. 선의의 거짓말로 헤어지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인데,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그런 이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될 거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죽기 전에 찍은 최근작을 보고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그때의 나와 가장 닮아 있는 영화일 테니까. 물론 내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원통해하면서 죽게 되겠지. (웃음)

◆ 영화배우 차태현

<헬로우 고스트>(2010)

죽을 때가 됐는데, 남의 영화가 무슨 위로가 되겠나. 난 내 영화 3편을 보겠다. <엽기적인 그녀> <바보> <챔프>. 아, <챔프>를 꼽는 건 너무 노골적인가? (웃음) 그러면 <헬로우 고스트>를 보겠다. <엽기적인 그녀>(2001)는 나를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끔 해준 영화니까 꼭 봐야 할 테고, <바보>(2008)는 사실 내가 나온다는 것보다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감동을 다시 느껴볼 수 있으니까 보고 싶다. <헬로우 고스트>(2010)는 가족 때문에 보고 싶다. 영화 속 골초귀신(고창석)의 대사 중에 “가족 때문에 힘들 것 같지만 결국 힘을 보태는 것도 그 사람들”이라는 게 있다. 아무래도 인생의 마지막에는 나에게 힘을 준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게 될 테니까. 아, 내가 죽기 전에 남우주연상을 받는다면 그 영화도 빼놓을 수 없겠지.(웃음)

◆ 영화제작자 심재명

<몽파르나스의 연인>(1958)

<몽파르나스의 연인>(1958) 영화를 꿈꾸게 된 계기가 된 영화. 모딜리아니를 연기한 제라르 필립의 모습도 다시 보고 싶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가장 아름답고 슬픈 러브스토리! “I swear!” 나의 맹세는 무엇이었을까?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내 인생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생각하면서 울어야겠다.

◆ 영화평론가 김영진

<행진하는 청춘>(2006)

오승욱 감독의 다섯 번째 연출작 내 생각에 그는 다섯 번째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 것 같다.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봉준호의 멜로영화 봉준호가 멜로를 찍으면 몸이 부딪치는 격정 멜로의 걸작이 나올 것 같다. 죽기 전에 보고 싶다. <행진하는 청춘>(2006) 페드로 코스타가 만든 이 영화는 내게 죽음과 생명이 겹쳐 있는 이미지로 보인다. 가능하다면 엄청나게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

◆ 영화배우 정재영

<니모를 찾아서>(2003)

아무래도 죽기 전에 반성해야 할 게 많을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는 볼 때마다 반성하고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는 영화다. 이토록 아름다운 아버지의 죽음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랜토리노>(2008) 속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죽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 같다. 죽기 전에 누군가에게 남겨줄 나만의 그랜토리노가 그때는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편 정도는 가족과 함께 보는 게 어떨까? <니모를 찾아서>(2003)는 나와 아내, 두 아들이 모두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때문에라도 나를 잊지 않겠지. (웃음)

◆ 영화배우 이제훈

<비포 선라이즈>(1995)

살아서 가보지 못한 곳을 떠올리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많았다. <화양연화>(2000)의 앙코르와트 장면은 뭐랄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처럼 보였다. <밀레니엄 맘보>(2001)의 눈 내리는 유바리는 정말 황홀했다. 비키(서기)의 뒷모습을 담아낸 첫 장면만으로도 황홀한 영화인데, 유바리가 나올 때는, 정말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면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일이 절실하지 않을까? <비포 선라이즈>(1995)를 보면서 생각할 거 같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과 낯선 이국 땅에서 그렇게 하루 종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라면 보고 있어도 외롭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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