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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부일체> 제작부장 정성일
2002-01-02

“스탭과 배우는 손님”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니 한번 풀어보자. 엑스트라(현장에서는 조합원이라 부른다) 한명이 받는 돈은 12시간에 3만5천원, 6시간이 초과될 때마다 1만5천원씩 추가 지급된다. 촬영에 필요한 엑스트라의 수가 30명, 그중 10명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나머지 20명은 그뒤 24시간 대기 예정이다. 조합비의 간단한(!) 계산이 끝났다면 나머지는 제작부장 정성일(34)에게 맡기자. 특수장비인 조명 크레인과 지미집(크레인의 일종), 그리고 소품으로서의 버스 한대의 렌털비 계산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야식비와 담뱃값을 포함한 각종 잡비, 스탭들의 하루 식대까지 차례로 기입된 예산안이 만들어지면 제작자의 데스크에 올릴 차례다. 정성일의 일이 더욱 바빠지는 순간이다.

제작자와 투자자의 심사를 거쳐 경리부에서 돈이 지급되면 이제 몸이 고달플 차례. 지난번에는 차량 렌털업체만 믿고 있다가 색상과 디자인이 완전히 틀린 버스를 받고서 부랴부랴 뒷수습을 한 그는 꼼꼼히 장비와 인원을 점검해나간다. 어느새 주문품(?)들이 제자리를 찾아 현장에 속속 들어앉지만 구경꾼 단속하랴, 담배 심부름하랴, 쓰레기 주우랴, 배우들 간식 챙기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간혹 밑에 있는 동생들이 “우리가 담배 심부름에 쓰레기까지 치워야 하냐”고 따져 물으면 “스탭과 배우는 손님”이라고 딱 자른다. 그에게 제작부의 위치란 엄마 혹은 하숙집 아줌마, 더 나쁘게 말하면 파출부와 같은 존재다. 집에 묵는 손님들을 나가는 그 순간까지 불편없이 챙겨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최대한 봉사하자”는 게 정성일의 업무지론인 셈.

영화판에 몸을 담은 게 올해로 8년째라지만 그의 제작부장 이력은 고작 <두사부일체>가 전부다. <테러리스트>로 시작해 <쉬리>와 <자카르타>로 끝나는, 10여편이 넘는 필모그래피 옆에는 스틸 작가라는 전혀 의외의 직함이 새겨져 있다. 어찌된 노릇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내공 이력이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사진 하던 선배에게 기술을 배워 웨딩사진 등을 찍다가 우연히 <테러리스트>의 스틸 작업을 맡게 됐다고. 워낙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유들유들한 성격이었던 정성일은 북적대는 영화판의 매력에 처음부터 빠져들었다. 수습 시절을 거쳐 <남자이야기>로 입봉한 뒤에도 제작부 일에 대한 유혹이 끊이지 않았단다. 제작부 경력만 18년인 시네마 제니스 김두찬 대표 역시 정성일의 숨은 끼를 느꼈던지 “넌, 임마 제작부쪽이 딱인데…”라며 틈만 나면 권유하더니 결국 <두사부일체>의 제작부장 자리에 앉히고야 말았다.

돌이켜보면 스틸을 찍으며 스탭들 틈에 엉켜 가장 밑바닥의 고민과 불만을 공유한 점이 제작부 생활에 더없이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누가 어떤 표정만 지어도 어디가 아픈지 아는 엄마의 노련함을 배운 지난 8년이었다. 제작부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3년 뒤쯤에 그는 다시 카메라를 잡을 예정이다. 하루종일 현장에 붙어 있어도 쓸 만한 사진 몇장 못 건지는 현재의 스틸 작업의 맹점을 극복하고 “스틸=홍보”의 도식에 꼭 맞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제작부장이나 스틸 작가가 아닌 영화쟁이로서 그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글 심지현 simssisi@freechal.com·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프로필

68년생

<테러리스트> <런어웨이> <귀천도> <학생부군신위> <미스터 콘돔> <남자이야기> <조용한 가족> <마리아와 여인숙> <할렐루야> <주노명 베이커리> <쉬리> <자카르타> 스틸

<두사부일체> 제작부장

현재 곽지균 감독의 신작 준비중

제니스 엔터테인먼트(시네마 제니스)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