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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상업·작가 영화, 다양성에 하하하

2010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5

1위 <>

<>가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다. 남은 삶이 지나온 삶보다 적은 그날에 문득 <>의 주인공 미자는 시를 쓰기로 마음먹는데 그때 필생의 돌이키지 못할 사건도 그녀 곁에 함께 당도한다. 그로써 주인공 미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시의 아름다움은 삶의 도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둘이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진실인가. 그처럼 이 영화의 질문을 요약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의 질문이 몰고 온 감정의 폭은 설명 가능한 어떤 말보다 훨씬 크고 여러 갈래였다. <>를 올해의 영화로 꼽은 필진들의 다양한 이유가 이 영화의 풍부한 결을 대변한다. “고전주의의 딱딱함을 낭만주의적 예술가의 자의식으로 녹인 좋은 예.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클로즈업의 사용감 역시 좋다”(이지현), “일상의 풍경에 창작자와 등장인물의 마음을 동시에 잡아넣었다”(김영진)는 지지는 일종의 <>의 미학적 성취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영화의 도덕적 역할에 대한 성찰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지만 쉽게 살해당해온 윤리를 위한 애도. <>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 사고를 통해 이를 영화 외적으로도 증명한다. 왜 일상의 부도덕과 싸워야 하는지를 영화 밖으로도 증명한 영화. 단단하고, 단호하고, 아프고, 아름답다”(송경원). 비로소 <>는 “자신의 균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의 도덕을 버티고 서는 것, 그것이 바로 이창동의 도덕일 것이다. <>에서 이창동이 말하는 ‘아름다운 시의 도덕’은 기적을 만든다”(안시환)는 찬사까지 끌어낸다. 삶의 가혹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 하는 이창동 영화 세계의 아름다운 역작으로, 올 한해 <>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남았다.

2위 <옥희의 영화>

<씨네21>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 감독의 작품이 두편이나 베스트5에 들었다. 많은 이들은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를 동전의 양면으로 함께 놓기를 바랐으며 두편에 순위를 매기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간발의 차이로 넘어섰다. 감독의 용기있는 영화 제작 의지와 연출 방식, 그로써 성취한 자유로움이라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하하하>에 비해 좀더 치열했다는 인정을 받은 결과인 것 같다. <옥희의 영화>는 얼핏 단출한 소품으로 보이지만, 영화가 추구한 그 결기와 형식적 차원의 충만감이 홍상수 영화의 한 결정체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예컨대 “영화 만들기의 긴장감이 작품 속에 배어 있다. 기존의 영화 관습과 처절한 투쟁을 벌이는 분노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작가의 윤리가 이미지화된 경우”(한창호)라는 인정, “영화가 감상과 연민에 빠지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끌어안을 때, 얼마나 많은 우연이 우리에게 벅차게 왔다가 슬프게 떠나는가. 그리고 그때, 영화는, 우리는, 그 빈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다시 살아가야 할까”(남다은)라는 감동, 그리고 “홍상수가 얼마나 자유롭고 신비로운 예술가인지 알려준다. 지난 14년간 그는 항상 흥미진진했지만 <옥희의 영화>를 내놓은 지금이 가장 흥미진진하다”(이동진)라는 감탄이 줄을 이어 쏟아진 한해였다.

3위 <하하하>

“<씨네21>이 홍상수 영화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전통이라 믿는다. A부터 Z까지 홍상수만 만들 수 있는 영화. 그리고 이전의 홍상수와 또 다른 홍상수 영화들”(남동철), “두 작품을 그냥 ‘홍상수 영화’라고 하나로 묶어서 순위에 올려도 될 것 같다”(이현경), “강박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하하하>와 강박적으로 해체적인 <옥희의 영화>는 우리를 난망함에 빠뜨리는 시대의 전위이다”(장병원). <하하하>와 <옥희의 영화>를 공동 1위에 뽑은 이들의 선정근거다. 작품성만 놓고 보면 <하하하>와 <옥희의 영화>는 사실 우열의 근거를 갖기가 어렵다. 다만 두 영화의 차이를 두고 어느 쪽으로 좀더 기우는가 하는 것이 근거인 경우가 많다. <하하하>를 택한 이들은 이 영화의 구조적 완결성과 인물들의 풍성한 화음, 거기에 한몫하는 희극적 정서 등을 사랑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하하하>의 조화로운 세계에 크게 감동했다. 그 때문에 “퍼즐 조각 맞추듯 섬세하게 맞아들어가는 이야기 구조가 흥미진진하고, 지리멸렬한 캐릭터들이 남 같지 않다. 살아 있는 과거와 죽은 듯 얼어붙은 현재가 조우하는 순간의 적막감이 서늘하다”(김지미)라는 감정고백이 있는가 하면 “영화가 삶을 예찬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을 보여준, 행복한 영화”(김혜리)라는 찬미도 있다. <하하하>는 웃음과 계절과 감탄이 도처에 있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그만큼이나 이리저리 옮겨가던 사람의 마음과 그들만의 철학과 행복과 불행의 징조들로 가득 찬, 그야말로 세계의 조화로움을 만끽하게 해준 영화였다.

4위 <경계도시2>

송두율 사건이 있은 지 수년이 지난 뒤에야 그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 영화 <경계도시2>. 과연 얼마나 유효할 것이냐고 우린 의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계도시2>는 영화가 담고 있는 문제가 더도 덜도 아닌 동시대적 문제라는 사실을 참혹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경계도시2>는 “‘경계 안 아니면 바깥’이라는 이분법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의 자화상. 송두율이라는 개인을 ‘놀이공’으로 전락시킨 우리 자신을 반성적으로 비추는 거울이자 몰래카메라”(문석)였다. 그건 송두율이라는 한 역사적 사건을 잊지 않고 붙들어온 감독의 피나는 집요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계도시2>에는 7년 동안 모두가 잊고 있던 그 ‘사건’과 씨름해온 감독의 외로운 고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게는 ‘독립다큐’가, 넓게는 ‘예술’이 ‘정치’와 어떻게 관계맺을 수 있고, 또 맺어야 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변성찬). 때문에 영화의 파장은 오래 남았고 다음과 같은 호평을 끌어냈다. “이토록 신랄한 카메라의 눈! 송두율이라는 시금석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이념의 지형이 한눈에 드러난다. 남한사회에서 ‘빨갱이’는 절대적인 타자다. 그 타자에 대해 관용을 논하는 것은 결국 허구이고, 조금 양보하여 전향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결국 패배이며, 그 난리 북새통의 사건을 소리 소문 없이 기억에서 지우는 것은 이성의 죽음이다. 영화는 이같은 정치철학과 역사철학을 가장 첨예한 사건 속에서 웅변해낸다”(황진미). <경계도시2>는 더도 덜도 없이 올해의 가장 기억에 남을 다큐멘터리 그리고 동시에 올해의 독립영화다.

5위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은 그의 관심사려니 생각하는 쪽에서 꾸준히 내달리다가도 문득 예상치 못한 쪽에서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의 새 영화 <부당거래>의 내용이 알려졌을 때 이것이 그의 새로운 비상구가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그 때문에 있어 왔다. 몸과 몸의 순수한 액션이 아니라 정서와 심리의 뜨거운 액션이 될 거라는 면에서 그러했다. <부당거래>는 개봉하자마자 평단과 관객에게 환호를 받았다. “원숙해진 류승완을 느낄 수 있는 영화”(김봉석), “영화가 줄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 극장을 찾는 이유를 가장 확실하게 알려준다”(이화정), “허구와 현실, 그리고 장르의 만남이 이처럼 매혹적인 순간이 있었던가”(주성철), “류승완의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하반기 한국영화의 지존”(김종철). 이 평들을 따를 때, <부당거래>는 더 원숙해진 류승완 감독이 만든 그의 한층 더 재미난 영화로 요약된다. 영화 속 인물들의 꼬이고 꼬이는 관계는 서럽고 더럽고 추잡하지만 그것이 흥미 만점의 대중영화로 향한다. 이야기의 속도가 폭주기관차처럼 가속을 붙일 때 영화는 한국사회의 이곳저곳을 푹푹 찌르고 터뜨리면서 마치 환부를 짜고 터뜨릴 때에야 오는 짜릿한 쾌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올해 대중영화 중 가장 우뚝 선 영화라는 합의는 그렇게 이뤄졌다. “장르영화의 외관을 매끈하게 잘 뽑아낸 작품이자 지독할 정도로 현실성을 끌어들인 맨 얼굴의 초상.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위엄을 가차없이 부정하는 영화. 그러나 류승완의 위엄이 당당하게 빛나는 영화”(김영진). <부당거래>가 올해 우리를 흥분시켰다.

과대·과소평가된 영화는

<마녀의 관>, 다시 봐야할 영화

<마녀의 관>

올해의 과대평가 영화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뽑혔다. “이 영화가 품고 있다는 전복적인 에너지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 복남의 복수는 그저 장르적 쾌감 안에서만 맴돈다”(송경원), “정치적 욕망을 자기 객관화하지 못해 아동영화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여성정치학의 욕망의 도식에 충실한 일종의 도덕 포르노”(오세형). 다른 후보작들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베스트5에는 들지 못했으나 올해의 영화 6위에도 올랐다. 말하자면 종종 강력한 소재와 표현의 강도를 지닌 영화가 일정하게 극과 극의 지지와 비판을 거의 비등하게 받는 경우가 있는데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그렇다.

올해의 과소평가 영화는 <마녀의 관>이 뽑혔다. 러시아 문학가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신인감독 박진성이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찍은 도전적인 영화다. “영화 전체에는 하나의 서사로 요약할 수 없는 기괴하고도 역동적인 변형이 일어난다. 이 변형이 우리의 인지와 감상 방식을 바꿔놓을 만큼 새롭고 강한 (무)질서에 이르렀는가. 아직 확신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일단 이 변형의 활력에 내기를 걸고 싶다”(허문영)라는 평이 이 영화의 힘을 설명한다. 하지만 <마녀의 관>이 압도적으로 뽑힌 건 아니다. 이응일 감독의 재능있는 수공예 SF <불청객>, 전계수 감독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도시여행담 <뭘 또 그렇게까지>, 김광식 감독의 선하고 매끄러운 지하 옆방 러브스토리 <내 깡패 같은 애인>도 고르게 표를 얻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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