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요약 불가능한 스토리의 세계다. 영화의 주축은 킬러, 아니 킬러임으로 추측되는 ‘고독한 사나이’(이삭 드 반콜)다. 임무를 부여받은 남자는 차례로 사람들을 접선한다. 서로가 건네는 낡은 성냥갑 안에는 임무가 적힌 쪽지가 있지만, 관객은 그 임무가 무엇인지 통 알 수가 없다. 전달자들 역시 임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각자 슈베르트, 영화, 분자, 보헤미안의 삶, 환각적 상태의 자유로움 등 자신의 관심사를 사나이에게 실컷 떠들고 홀연히 사라진다.
수수께끼 같은 만남과 기승전결 없는 진행, 철학적인 대사의 반복.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감독의 전작 <데드맨>과 닮아 있다. 모티브는 서부극이지만 주술의 영역을 건드렸던 전작처럼, 짐 자무시는 범죄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범죄가 아닌 초현실의 영역을 건드린다. 이 영화를 들어 “액션 없는 액션영화”라는 짐 자무시의 설명은 그런 의미에서 절묘하다. 사나이의 행적을 좇으며 관객은 섣불리 그의 임무를 파악하려 하거나, 혹은 전개를 예상하지만 어느 하나 들어맞는 것은 없다. 예상 가능한 장르는 무너지고, 영화는 장르의 테두리를 거부한다. 통제 밖의 영화, 영화의 제목처럼 영화는 한 단어로 규정하거나 담아낼 수 없는 그 모든 바깥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익숙하지 않은 이 묘사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영화 속, 스페인어를 통역하던 영화 속 남자의 대사는 현학적인 이 영화에 대한 감상과도 같다.
<지상의 밤> <고스트 독> <커피와 담배> <브로큰 플라워> 등 자주 그의 영화를 함께했던 배우들이 고스란히 이 영화에 기여한다. 특히 고독한 사나이를 연기한 이삭 드 반콜의 잦은 클로즈업 숏은 영화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마드리드를 출발하여 스페인 남부의 기괴한 풍경을 담아낸 크리스토퍼 도일의 초현실적인 촬영 역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이 기괴한 영화를 묘사하는 데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