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나홀로 집에> 시리즈와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연출했다. 개봉 당시 한국의 어린 관객이 무척 좋아했다. 감독의 이름은 몰라도 영화의 제목은 다들 기억한다. =(크리스 콜럼버스)그랬나. (웃음)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만든 만큼 그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당신은 각본과 연출, 마이클 바네이단은 기획과 제작이 전공인 듯하다. 전공이 달라 서로 보완이 될 것 같다. =(크리스 콜럼버스)나는 캘리포니아에, 마이클은 LA에 산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루에 10번 넘게 상의하며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크리에이티브적인 작업을 도맡고 있는 줄 아는데, 마이클 역시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다. 알고 지낸 지 30년이 넘어서 서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협업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마이클 바네이단)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왔는데, 서로 동의하는 부분은 일이 더 잘되고, 이견이 있으면 잘 안 풀리더라. 물론 이견이 있을 때는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말이다. 또 다른 파트너가 있다. 마크 래드클리프라고, 프로덕션 단계를 맡고 있다. 그 덕분에 내가 크리에이티브적인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크리스 콜럼버스) 뉴욕대 동기다. 1976년 등교 첫날 맨해튼에 위치한 바를 돌아다니며 친해졌다. 3학년 때 다른 친구와 함께 방을 얻어서 살기도 했다. 당시 ‘나중에 함께 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른이 되어 회사를 설립하면서 비로소 ‘꿈이 현실이 됐다’는 것을 느꼈다.
-CJ엔터테인먼트와의 파트너십 체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CJ의 어떤 면이 당신 회사에 적합했나. =(마이클 바네이단)CJ엔터테인먼트 LA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을 통해 CJ를 처음 알게 됐다. 그가 ‘CJ의 공격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이 우리와 맞을 거라고 하더라. 또, 우리가 과거에 작업한 작품들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도 잘 알고 있더라. 그래서 CJ엔터테인먼트쪽 사람을 만났는데, 앞으로 계속 관계를 가져야 할 상대라고 느꼈다.
-그게 단번에 감이 오나. =(마이클 바네이단)크리스와 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서 사람을 처음 만나면 직감적으로 느낌이 온다. 우리가 원하는 파트너는 단순하다. 당장 돈을 얼마 벌 수 있는지보다 우리가 개발하는 영화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CJ는 적합한 상대였다. 우리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함께하는 편이다. 10년 넘게 일하는 직원이 수두룩하다. =(크리스 콜럼버스)CJ는 영화뿐 아니라 음악, 연극, 공연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사업 의지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게임 사업에도 관심이 많는데, CJ도 그렇더라. 이것이 CJ가 할리우드와 다른 점이다.
-지금 할리우드는 영화사업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인가. =마이클 바네이단/그렇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영화에만 집중한다. 이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활용하고자 하는 1492픽처스의 사업 방향과 맞지 않는다.
-1492픽처스는 <해리 포터1, 2>를 비롯해 <박물관이 살아있다!>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많다. 그만큼 제작 노하우가 많이 쌓였을 텐데, 그럼에도 CJ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CJ의 무엇을 원했나. =마이클 바네이단/CJ가 할리우드의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파트너십을 통해 단순히 재정적인 부분이 아닌 창의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또 뭔가를 배워가길 원하더라. 그 점에서 우리가 CJ에 적합했던 것 같다. 우리가 제작한 영화들은 아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CJ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경험, 중국 내 배급라인은 우리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뭔가. =크리스 콜럼버스/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있을까. (웃음) 다 좋았다고 하면 기삿거리가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솔직히 어려웠던 건 없다. 회의할 때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가는 것은 당연한 거고, 그건 마이클이나 나나 즐기는 것이다. 이번 CJ와의 파트너십은 꼭 해야만 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 국제 공동제작의 추세는 두 회사만 결합하는 게 아니다.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두 회사가 메인으로 결합하되, 그 밖에 다른 분야의 회사들이 참여하는 식이다. 이는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회사별 장점들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인가. =마이클 바네이단/바로 그것이다! 얘기한 대로 이번 파트너십은 CJ와 1492픽처스뿐만 아니라 <킬러 피자>의 공동제작을 맡을 미국의 라파엘라 프로덕션, <더 그레이브야드 북>을 함께 제작할 웨이페어 엔터테인먼트, <해리 포터> CG를 작업한 영국의 프레임스토어도 함께 참여한다. 우리는 다른 회사, 다른 프로젝트, 그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기를 원한다. 최근 공동제작의 성격이 이런 식이기도 하고. 어제 만난 JK(윤제균)의 아이디어 역시 한국적이면서 보편적인 이야기라 매력적이었다. 한국의 후반작업시설도 훌륭했고.
-1492픽처스의 사업 방향만 맞다면 윤제균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메가폰을 잡을 수도 있겠다. =크리스 콜럼버스/그렇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가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었더라면 제작비가 10배나 더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재능있는 감독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는 재능있는 감독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한국의 감독, 배우, 스탭, 후반작업 업체 등이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
-세 프로젝트 모두 가족영화다. =마이클 바네이단/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이 보편적인 이야기다. 가족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다른 프로젝트나 장르도 고려하고 있는데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향후 CJ와의 관계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세편의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크리스 콜럼버스/아이템이 허술했다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아직 초반 단계라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다. 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았고, 직접 감독을 맡을지 결정도 아직 안 했다. 다만, 소재 자체가 색깔이 있기 때문에 세편 모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