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심야 라디오 방송의 PD인 타마키(히로스에 료코)는 자신을 라디오의 세계로 입문시킨 소년을 생각하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중학생 타마키(후쿠다 마유코)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병원의 점심 방송 DJ인 타로(가미키 류노스케)를 만나게 된다. 타로는 중학교에서 야구 선수로 활동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게 된 소년이다. 우연한 계기로 DJ가 된 타로는 환자들에게 사연과 신청곡을 받으면서 병원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은 어쩌면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또 어루만지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사연을 공유하고, 음악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은 큰 위안을 얻는다. <리틀 디제이>의 인물들도 라디오를 통해 진심을 전하고 진심을 확인받는다. <리틀 디제이>는 그런 라디오의 힘을 믿는 영화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리틀 디제이>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과 건강하고 어여쁜 소녀의 러브스토리다. 소년과 소녀는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극장에서 떨리는 첫 데이트를 하고, 별을 보러 전망대에 올라가고, 그러다 소나기에 발이 묶여 한데서 밤을 지새우고, 병세가 악화되어 슬픈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는 소설 <소나기>와 너무나도 흡사하게 진행된다.
이런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리틀 디제이>에는 즐길 만한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타로와 타마키 역을 맡은 가미키 류노스케와 후쿠다 마유코의 연기가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상큼한 미소가 매력적인 마유코는 아역배우답지 않게 영리하게 연기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가미키 류노스케는 <피아노의 숲> <썸머워즈> 등 애니메이션에서의 목소리 연기로 먼저 인정받은 아역배우다. 그래서인지 가미키는 야구경기 중계 같은 목소리 연기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리틀 디제이>의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흥밋거리다. 1970년대 후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퀸의 <Somebody to Love>와 영화 <라스트 콘서트>의 <세인트 미셸> 등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 노래로 사용된다. 그외에도 7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노래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감독 나가타 고토는 이와이 순지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러브레터>의 감성을 <리틀 디제이>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