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덕(오른쪽) 감독 등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창작자의 동의없이 시네마루에 프린트를 넘긴 영진위의 처사에 항의하고 있다.
2월22일부터 24일까지 이숙경, 백승빈, 홍은지 등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독립영화 전용관 시네마루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22일 1인 시위에 나선 이숙경 감독은 “시네마루에서 내 영화가 상영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2월19일에 시간표를 확인하면서 알게 됐다”며, “(영진위가) 감독들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시네마루가 ‘Just The Beginning, 1+1=!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 날>을 비롯해 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1, 2기 작품들을 사전 통보도 없이 상영목록에 포함했기 때문인데요, 영진위는 영화아카데미 배급팀과 논의해 나름의 절차를 밟아 진행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영화아카데미 비상대책위원회의 부지영 감독은 “장편제작연구과정 작품의 배급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도 시네마루에서 이들 영화를 상영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영화아카데미 작품 배급권을 영진위 사무국 선에서 상명하달식으로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얼마 전 155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영진위의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자 선정과 관련해 시네마루에서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보이콧 선언을 했다는 거 아시죠?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소수 메이저 배급사들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는데,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의 1인 시위를 보고 있노라니 정작 관객을 볼모로 삼은 건 영진위군요.
프랑스에서 특별한 편지가 날아들었습니다. 2월23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대표이자 <Z> <계엄령> 등을 연출한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한국 정부에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그는 편지에서 “서울아트시네마가 수년간 모범적인 방식으로 영화예술에 가치를 부여하고 진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전용관을 갖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공적 지원 없이는 한국의 시네마테크는 영화예술을 진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서울아트시네마와 최대한 연대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히기도 했네요. 정말 든든한 원군입니다.
해외영화제로부터 수상소식이 또 들려왔네요. <경계> <이리>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 <두만강>이 제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했습니다. <두만강>은 북한과 중국 경계에서 살아가는 꽃제비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제쪽은 “강한 캐릭터나 음악이 아닌 침묵만으로 이미지의 무게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고, 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그 어떤 말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호평했습니다. <두만강>은 올해 가을이나 겨울쯤 국내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장률 감독님,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