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닮은 누군가를 만났다
이혼 1년 차 보영은 일상의 소소한 갈등도 참아내지 못할 만큼 지쳐 있다. 집을 나서는 골목길에선 택배 청년과 시비가 붙고, 마감을 훌쩍 넘긴 원고독촉도 그녀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제 겨울이 지나면 마흔 살이 되는 보영은 자신의 곁에서 아이답지 않은 덤덤한 얼굴로 일상을 보내는 딸아이가 걱정스럽지만 되려 짜증만 더 낸다. 전 남편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로 재혼을 통보하고, 늘 위안이 되어 주었던 친구도, 오랜만에 불러낸 옛 남자친구도 보영에게 외로움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버둥댈수록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은 무거운 나날들.보영은 딸아이를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에게 맡기고 한 연수원에 특강을 하러 간다. 연수원 숙소에서 민요강사인 정남과 함께 방을 쓰게 된 보영. 밀린 원고를 쓰려 애쓰는 보영에게 정남은 넉살 좋게 맥주를 권하며 말을 건다. 똑같이 이혼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두 여자는 파티를 하듯 서로의 가슴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직 이혼 후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이 닫혀있는 보영에게 정남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고 한다. 정남의 충고에 보영은 화를 내고, 정남은 그런 보영이 ‘솔직하지 못하다’며 더 몰아세운다. 다시 낯선 타인처럼 말없이 돌아누운 두 여자는 어두운 방안에서 서로의 흐느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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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공식초청more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공식초청 (9 ~ 16 April 2009)
[ Director’s Statement]
100년을 10년처럼 달려온 대한민국의 도시 한 귀퉁이에서 사는 ‘보통사람’들은 너무 빨라진 삶의 속도 때문에 서로 마음을 통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부부이건, 이혼한 사람이건, 한 달 벌이가 88만원 밖에 안 되는 청년실업자이건,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사람들은 점점 고통을 숨기는 일에 익숙해지고, 대충 상처를 가린 채 세상에 나아가 멀쩡한 얼굴로 살아간다. 나도, 내 친구들도. 마흔이 넘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나는 ‘잘 사는 척’하는 게임을 멈추고 나를 그냥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바라본 나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다 만들고 보니 영화가 내게 말해주었다. ‘세상에 너 같은 사람 또 하나 있으니 너무 쓸쓸해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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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이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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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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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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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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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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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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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홈
http://www.kafafilm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