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일부터 9일까지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제3회 대단한 단편영화제’가 열린다. 올해 영화제의 관심은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다. 88만원 세대, 디지털 세대 등으로 불리는 오늘날의 10대, 20대 감독들이 이 영화제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카메라가 지금, 이 세상에서 무엇을 근심하는지, ‘~세대’라는 호명을 무심히 수용하기보다 이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서사화하는지 목격할 기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섹션은 ‘10대들의 셀프 카메라’다. 누군가에 의해 찍히는 대상이거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향수어린 기억으로 되살려지곤 하던 영화 속 10대들은 지난 몇년간 카메라를 든 주체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 결과물들을 확인하는 자리인데, 완성도 면에서는 아직 거친 부분이 다분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거친 부분들이 이들만의 언어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영상매체의 수혜자들답게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이나 엄숙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영상을 자연스럽게 일상화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문제의식이나 고민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이를테면, 구양욱의 <지민이를 위하여>나 이보라의 <로드 스쿨러> 같은 영화들은 십대 개인의 일상이 필연적으로 사회적 맥락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또 다른 섹션인 ‘세대 이야기’에는 궁핍한 20대의 초상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 비록 가난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 아니라 가난해서 꿈조차 꿀 수 없는 자들의 이야기. 최근 20대 감독들이 만든 단편 중 상당수의 주인공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백수라는 사실은 지금, 이 땅의 수많은 청춘들이 당면한 가장 큰 고통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제목부터 그런 사실을 강력하게 발언하는 영화들, 예컨대, 김자경의 <모던 파트 타임즈>나 신승철의 <무직의 무지개> 등은 이데올로기도, 꿈도 아닌 생존 그 자체와 비루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88만원 세대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물론 사회가 이들을 경제적인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고 해서 이들의 마음까지 메마르게 할 수는 없다. 임오정의 <거짓말>에서처럼 타인과의 관계는 여전히 사랑이나 우정, 이별 같은 이름으로 청춘의 마음을 흔들고, 정미나의 <불안의 최전방>에서처럼 막연한 불안감과 쓸쓸한 공기는 그 시절에 짙게 스며 있다.
한편 ‘In Out of 10s’는 지나간 10대 시절을 떠올리는, 단 낭만화하지 않고 기억해내는 영화들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한때 절실하게 꿈을 소망하던 아이들이 있거나(배지영의 <땐싱보이>, 김종관의 <엄마 찾아 삼만리>), 친구와의 갑작스런 이별이 있거나(남궁선의 <최악의 친구들>, 장건재의 <꿈속에서>), 사랑의 열병으로 가득하고(김민숙의 <기린과 아프리카>, 전고운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억압과 추억이 공존하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가 있으며(박상준의 <우리학교 대표>, 윤성현의 <아이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비밀스러운 자기만의 슬픔이 배어 있다(정지연의 <봄에 피어나다>, 안세훈의 <사과>).
이 밖에도 <시선 1318>을 미처 극장에서 보지 못한 관객을 위한 상영이 예정되어 있으며, 배우에서 감독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똥파리>로 화려한 성공을 거둔 양익준의 단편들, 기발한 상상력을 귀엽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진 장형윤의 단편애니메이션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배우 특별전도 마련되어 있는데, 박찬욱의 장편영화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독립영화들을 통해 낯익은 정희진 특별전, 그리고 <똥파리>의 히로인 김꽃비 특별전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