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케이트(베라 파미가)와 존(피터 사스가드) 부부는 유산으로 세 번째 아이를 잃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사산된 딸을 잊지 못하던 케이트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고아원을 찾는다. 거기서 또래보다 조숙하고 영민한 9살 소녀 에스터(이사벨 펄먼)에게 이끌리고, 그녀를 새 식구로 받아들인다. 큰아들 대니얼과 청각장애인 딸 맥스까지, 다섯 식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에스터가 가족이 된 이후부터 아이들은 뭔가 숨기는 듯 두려워하고, 에스터의 오래된 성경책 속에서 정체 모를 사진을 발견한 케이트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아이들이 괴물이다… 라는 전제는,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소개되었던 몇몇 영화들(<더 차일드> <그레이스> 등)을 통해 좀더 효과적으로 입증되었다. 그에 비해 <오펀: 천사의 비밀>은 아이들의 악마 같은 본성을 진지하게 다룬다기보다(사실 오프닝까지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케이트의 악몽 시퀀스는 상당히 끔찍하고 효과적이었다) 고전적인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을 잔뜩 끌어온다. 너무 익숙한 전제라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의 노골적인 클리셰 말이다. 악의 화신 에스터는 한때 소련이었다가 분리된 나라 에스토니아에서 왔다. 큰아들 대니얼이 에스터에게 “트랜실베이니아에서 왔냐”며 놀리는 장면이 안면몰수하고 등장한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동양의 신비한 이국적 매력, 백인 중산층 사회에서 철저하게 타자화된 인물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 이성과 논리의 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불가사의한 자연적 본능, 그리고 무엇보다 입양된(저 바깥에서 온) 아이. 에스터는 드라큘라 백작 혹은 <요람을 흔드는 손> <위험한 정사> <미저리> 등의 여성 캐릭터들의 안 좋은 특성만을 강조한 듯한 평면적인 캐릭터로 규정된다.
맥스의 자동차 사고 장면이나 에스터가 그린 그림들의 비밀이 폭로되는 장면, 어둠 속 추격전 등의 긴장감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앞부분, 차곡차곡 불안감을 쌓아올리면서 관객이 케이트에게 감정이입해야 할지 에스터를 믿어야 할지 경계선을 갈팡질팡하도록 몰아가야 할 부분의 디테일은 놀랄 만큼 헐렁하고 어이없는 편집으로 일찌감치 무너져내린다. 덕분에 에스터는 (물론 그녀는 괴물이지만) 오로지 괴물이기만 한 존재로 낙인찍힌 채 사라져버린다. 베라 파미가의 섬세한 열연, 그리고 13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이자벨 펄먼의 소름끼치는 표정 연기는 이 덜컹거리는 영화를 지탱하는 유일한 밧줄이지만, 그마저도 너무 연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