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게, 더디게 깨달아갑니다.
아이벨기에 동부의 퇴락한 공업도시 세랭, 젊은 연인 브뤼노와 소니아는 브뤼노가 자신보다 어린 패거리들과 좀도둑질을 하거나 구걸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소니아의 임신으로 그들 인생에는 ‘지미’라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다.
아이: 아버지 되기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브뤼노는 아기의 소중함이나 그에 대한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사랑하는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만 기뻐할 뿐이다. 어느 날 브뤼노는 매일 훔친 물건을 팔아왔듯 자신의 아기 지미를 암시장에 팔아넘기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소니아는 충격으로 굳어버린다. 소니아의 반응에 놀란 브뤼노는 뒤늦게 지난 일을 되돌리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점점 더 곤경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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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more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갑자기 시작하고 끝납니다.
검은 화면에 조용히 제목이 떠오르고 나면 우리는 그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어느 도시의 주민들을 만날 것입니다.
주의 깊은 카메라를 따라, 손에 잡힐 듯 움직이는 배우들과 함께하며 그 숨가쁨과 고단함 속에서 영문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참는 순간, 화면은 다시 검게 바뀌어 당신이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많은 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바라며 만들어지지만 우리는 관객을 사랑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백발의 감독들이 보내온 영화, <더 차일드>가 남기는 투명한 감동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About Movie
두 번째 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을 만난다.
네 개의 눈을 가진 한 사람, 장 피에르 & 뤽 다르덴 형제의 영화세계
2005년, 심사위원장인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은 제 58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으로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를 호명했다. 쌍둥이처럼 닮은 백발의 형제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사이 좋게 나눠들고 아이처럼 밝은 미소를 보이며 배우와 스탭들에게 대한 감사를 전달했다.
배우 수업을 받은 장 피에르 다르덴과 철학을 공부한 동생 뤽 다르덴은 스스로 자신들을 네 개의 눈을 가진 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환상의 콤비로, 1970년대 이후부터 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로서 영화업계에 헌신해왔다. 벨기에의 을씨년스러운 공업도시와 그곳의 사람들을 비추는 다큐멘터리들을 발표해 세상에 알려진 후 1986년 첫 번째 극영화 <거짓>을 만들었고, 이후 극영화 작업을 계속해왔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던 다르덴 형제는 거대한 제작비나 스타 캐스팅에서 멀리 떨어져, 소외된 장소의 소외된 주민들을 보여준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인간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는 그들의 작품은 인공적인 효과 없이도 강렬한 서스펜스를 자아내며 그 자체로 잊기 힘든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어 세계 영화인들의 열렬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1999년작 <로제타>로 칸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에밀리 드퀸)을, 2002년작 <아들>로 칸 남우주연상(올리비에 구르메)을 수상했고, 2005년 <더 차일드>로 다시 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더 차일드>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다르덴 형제는 현재 빌리 오거스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에밀 쿠스트리차와 함께, 칸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감독들 중 하나가 되었다.
<더 차일드>이전의 다르덴 형제 영화로는 <아들>만이 정식 국내 개봉되었지만 <로제타>, <약속> 등의 작품이 각종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알려져 많은 씨네필이 그들의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영화 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1990년 이후 외국영화 베스트 5 설문조사에 따르면 <로제타>가 1위를 차지하고 있어(씨네 21 2005. 11.16. no. 527),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국내 영화학도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위대한 방법은 방법을 갖지 않는 것이다
존재를 담는 리얼리스트, 다르덴 형제식 영화 만들기
핸드헬드를 고집하는 카메라는 마치 동네 어귀의 사람들을 무턱대고 찍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운, 거리의 소음이 그대로 살아있는 영화는 카메라와 피사체의 관계를 끝없이 탐구하며 언제나 최적의 방법을 찾는 다르덴 형제에 의해 철저히 의도된 새로운 세계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거리를 배경으로 작은 규모의 스태프와 짧은 이야기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다르덴 형제의 영화 작업은 생각보다 비싸다. 어느 것 하나 기존의 방식대로 넘어가지 않는 덕분에 플레잉 타임의 3~40배 분량을 촬영하기 때문이다. 칸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후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그들은 가장 위대한 방법은 방법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언제까지나 치열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연출방법을 설명했다. 양보를 모르는 고집 센 씨네아스트, 그들의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끝없는 리허설: <약속>(1996)에서 이미 다르덴 영화의 어린 주연을 맡았던 제레미 레니에(브뤼노)와 신인 데보라 프랑소와(소니아)는 촬영 들어가기 전 한 달 반 동안 리허설을 했고, 촬영 당시도 매일 오전은 리허설을 하는데 투자되었다. 리허설 시간을 많이 갖는 다르덴 형제에게 그 시간은 연기의 디테일한 부분을 결정하고 연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진짜 브뤼노와 소니아가 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다. <더 차일드>는 그들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리허설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전작 <로제타>(1999)가 실직위기에 몰린 소녀의 고통스러운 성장을, <아들>(2002)이 선택의 기로에 선 우직한 목수의 흔들리는 몸을 보여줬다면, <더 차일드>는 건강한 두 젊은 남녀의 신체가 내뿜는 무죄한 생명력을 잡아내고 있다. 지친 배우들의 자연스러움을 사랑하는 그들은 배우들에게 오전 9시보다 오후 4시의 당신의 얼굴이 훨씬 흥미롭다고 이야기한다.
세랭 시: 필름이 돌아가기 전에 모든 것이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카메라에 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다르덴 형제는 그들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여러 다큐멘터리 작품을 발표했던 벨기에 동부의 세랭 시를 무대로 <더 차일드>를 구상했고 촬영했다. 퇴락한 산업도시 풍경을 가진 세랭은 물질주의적인 현대를 보여주는 데 적합한 무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장소였음에도 현장에서는 장면의 구도나 빛의 상태, 강물의 빛깔들을 비롯한 것들이 모두 두 형제에게 ‘알맞다’고 느껴지는 순간까지 끊임없는 기다림과 조정, 반복 촬영이 이루어졌다. 다르덴 형제는 언제나 이 방식으로 연출한다. 한 명은 배우들과 카메라, 스탭들 사이에서 연출하고 다른 한 명은 모니터 뒤에서 지켜본 후, 자리를 바꿔 다시 한 번 반복한다. 보이는 이미지가 아닌 보여야 하는 이미지를 향한 놀랍도록 끈질긴 여정이다.
판단하지 않는 카메라: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언제나 피사체에 가깝게 위치한다. 영화 내내 어깨 너머로 바라보는 듯한 핸드 헬드 카메라는 집요하게 주인공의 얼굴을 살피지만 관객이 느껴야 하는 감정이나 윤리적 판단에 대해서도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고 스스로 따라오도록 유도한다. <약속>, <로제타>, <아들>에서 이미 함께 작업해온 알랭 마르콩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어디로 움직일 지 모르는 배우들을 본능적으로 따라잡으며 카메라와 배우들 사이의 긴장을 즐긴다.
21명의 더 차일드: 지미 역으로 21명의 아기들이 참여했다. 영화 속에서 아기가 울지 않기 때문에 리얼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다르덴 형제는 영화가 필요로 한 아기는 사고 팔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야 했다. 또한 영화가 감상적이지 않길 바랬으므로 우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 리얼리스트 감독들이 원한 것은 실재가 아닌 존재였던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 현장에 와주었던 21명의 아기들은 모두 행복해 했기 때문에 울지 않았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음악 없음: 다르덴 형제는 오프닝과 엔딩음악을 비롯한 배경 음악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더 차일드>에서는 이례적으로 브뤼노와 소니아가 카 라디오를 틀지 말지 실갱이 하는 장면을 통해 약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음악이 없는 그들의 영화는 음악을 통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를 통보 받는데 익숙한 현대의 관객들로 하여금 상영시간 내내 스스로 깨어 있을 것을, 느끼고 생각할 것을 권하고 있다. 브뤼노의 절망적인 현실 끝에 느껴지는 희망은 그러므로 더욱 강렬하다.
러브 스토리이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다르덴 형제의 인간구제 연작
“이 영화가 시작된 것은 아마도 우리의 전작 <아들>을 촬영했던 어느 날부터일 것이다. 우리는 벨기에 세랭의 몰리나리 가街에 있었다. 오전부터 오후, 그리고 저녁까지 우리는 한 소녀가 신생아가 잠들어있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딱히 어디로 가려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유모차를 무심히 끌고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 우리는 종종 이 소녀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녀의 유모차와, 잠든 아기와, 그리고 이 풍경에서 보이지 않는 한 명: 아이의 아버지를. 부재하고 있는 이 캐릭터가 이야기를 발전시킬 터였다…. 러브 스토리, 또한 한 아버지에 관한 스토리를.”
아이를 안고 아이 아버지인 남자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소니아를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결국 발견된 아버지는 쉽게 아버지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영화는 아버지가 아닌 사람, 자신의 아들에 대해 아무 느낌을 갖지 못하는 소년이 어떻게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소니아는 모성을 가지고 아이를 깊이 사랑한다. 하지만 브뤼노가 그녀의 사랑에 감화하여 아이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다르덴 형제는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여기서 브뤼노의 험난한 모험담이 시작된다. 그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행위가 결코 해선 안되는 행위-자신의 아이를 팔아버리는-로 이어지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이를 돌려받은 브뤼노는 갚을 길을 알 수 없는 많은 돈을 청구하는 폭력배에 시달리며, 이 때문에 소매치기를 하던 중 경찰에 쫓기게 된다. 숨쉴 틈 없이 펼쳐지는 고난의 마지막 순간, 젊은 연인이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릴 때, 우리는 그의 변화를 느낀다.
다르덴 형제의 이전 작품 <약속>, <로제타> <아들>에 이어, <더 차일드>는 다시 한번 물질주의적 세상에서 인간성 상실의 위기를 겪는 현대인을 그린다.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다는 사회의 논리를 체득한 브뤼노는, 덕분에 특별히 일하지 않고도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같은 논리로 또한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언제나 범죄의 가능성에 놓이는 미약한 인간존재가 윤리적 선택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의 문제에 다르덴 형제는 아직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리고 결코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덕분에 지옥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일상에서 어쩌면 희망일 지도 모를 작은 기운을 만날 때 우리는 진심으로 감동하게 된다. 오랫동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해왔기에, 쉽게 거짓말을 않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에, 그들이 번번이 발견해내는 희망은 더욱 귀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