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쯔이가 2008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이 공식화됐다.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는 독자와 심사위원단 투표를 통해 2008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남녀 모두)을 선정했다. 2위는 양조위. 다음 순위에 오른 이는? 중국 여배우 주신이다.
2006년 실시한 투표 결과 1위는 놀랍게도 공리가 차지했었다. 그 다음해 역시 3위에 올랐던 공리는 2008년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최근 남편을 따라 싱가포르 시민권을 딴 것이 중국 본토 사람들에게 ‘비애국적’으로 비춰진 탓이 아닌가 추측해볼 따름이다). 장쯔이가 공리를 대체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지는 않다. 장쯔이 역시 서양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지닌 장이모 감독이 만들어낸 스타다. 게다가 그녀는 동서양 미디어에 자주 출연한다. 장쯔이가 올해 쓰촨 지진 때 많은 자선 활동을 한 덕에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는 해도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그녀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아하지만 평범한 외모에 지나친 야심가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러나 영화 속 카메라는 그녀를 사랑한다.
특히 베이징 신문 순위 리스트에서 흥미로운 것은, 높은 순위에 오른 여성들이 아름답다기보다는 상당한 개성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이다. 2005년 슈퍼 걸 가창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양성적이면서 삐죽삐죽 머리를 세운 24살 가수 리유춘과 낮은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자그마한 주신이 그들이다.
한국의 전도연처럼
서른두살인 주신은 또래 중국 여배우들 중 가장 뛰어나고 가장 변화무쌍한 배우다. 중국에서 장쯔이가 그냥 보기만 좋은 ‘꽃병’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고 여겨지는 반면에 어느 누구도 주신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1976년 10월 제지앙 지역에서 태어난 주신은 90년대 중반 여러 영화에서 작은 역들을 맡아 연기던 중 2000년 로우예의 형이상학적 드라마 <수쥬>에서 신비로운 여성 역을 멋지게 해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일부러 모난 듯 독립적인 선택을 하면서 대중적인 대작보다 비상업적 아트하우스영화에 더 치중했다. 작은 체구에 고전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한국 여배우 전도연처럼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바꾸며 프루트 챈의 <할리우드 홍콩>, 다이시지에의 <소재봉>, 리샤오홍의 <사랑에 빠진 바오버> 등에서 천천히 유명해졌다. 펑샤오강의 <야연>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존재였지만 장쯔이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진가신의 뮤지컬 <퍼햅스 러브>에선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이었지만 금성무의 그늘에 가려졌다. 이들 영화에 출연하는 사이사이 그녀는 TV 드라마 시리즈에 출연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몇몇 끔찍했던 영화들(<밍밍>과 <웨스트 레이크 모멘트>)을 선택하고도 살아남았다.
2008년 그녀는 세편의 영화에서 보여준 역할을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그녀는 초보평의 블랙코미디 <인생과 죽음의 방정식>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활동적인 택시 운전사로, 그녀가 없었으면 별볼일 없었을 시대극 <화피>에서 유령 같은 뱀파이어로, 서극의 뒤죽박죽 재미있는 코미디 <모든 여자가 나쁜 것은 아니다>에서 실연한 의사로 나와 섹시하고, 재미있고,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떤 중국 여배우가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고, 또 그 역할들을 다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장쯔이나 공리는 할 수 없다. 주신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