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포와 고다르를 배출한 프랑스의 영화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100편”을 선정했다.
프랑스의 감독, 평론가, 산업 관계자 76명이 선정한 이 목록의 1위는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이다.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과 찰스 로턴의 <사냥꾼의 밤>이 공동 2위로 그 뒤를 잇는다. 프리츠 랑의 <M>, 장 비고의 <라탈랑트>,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 버스터 키튼의 <제네럴> 등이 20위까지 순위를 채웠는데 이 영화들은 1960년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1위부터 20위까지 할리우드영화가 14편이나 되는 가운데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와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가 각각 14위와 16위에 랭크된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20위 내 일본영화 2편의 존재는 <인디펜던트>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이 100위 안에 영국영화가 한편도 없는 점을 꼬집어 “프랑스가 대국의 영화를 잊었다”고 대서특필할 만한 구실을 던져주었다.
영국 출신 영화감독인 채플린과 히치콕의 영화가 순위 내에서 몇번이나 언급되지만, 영국 언론들의 분노는 영국에서 제작된 순수 영국영화가 순위 내에 단 한편도 없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텔레그래프>는 데이비드 린, 피터 그리너웨이, 켄 로치 등 위대한 영국 감독의 걸작들이 순위에 오르지 못한 점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인디펜던트>는 파리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호주 작가 존 백스터의 말을 빌려 “<카이에 뒤 시네마>를 위시한 프랑스영화계는 오랫동안 영국영화라는 존재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왔다”고도 전했다.
이같은 반발에 대해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 장 미셸 프로동은 “반영국사상이라니 말도 안된다. 설문에 참여한 76명의 선택이 반영돼 만들어진 우연의 결과다. 놀랍지만 의도적이지는 않았다. 브라질영화도 순위에는 없다”고 변명했다. 프로동의 말은 사실이다. 미국영화협회(AFI)에서 선정한 최고의 영화 100편 목록과 비교하면, 독일·이탈리아·스페인·러시아·스웨덴·인도영화까지 섭렵하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식견은 다양하기까지하다. 참고로 AFI가 선정한 100편 중 98편은 할리우드영화였으며, 그중 외국영화는 영국 감독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콰이강의 다리> 단 2편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