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파리에서 시네클럽을 운영하던 장 가보리와 자크 미르샬이 창고 속에
처박혀 있던 <게임의 규칙>의 필름을 발견한다. 이 필름은 그 뒤 3년이 지난
1959년에 1939년의 원판에 가까운 상태로 복원되어 다시 공개됐다. 이 작품의
전면적인 재분석에 들어간 영화평론가와 학자들은 영화사상 가장 복잡한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와 풍부하고도 상징적인 영상기법에 놀랐다.
후작 로베르의 성에서 열리는 사냥파티에 참가한 상류계급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하층민들의 갈등, 그리고 이들 두 부류 사이의 얽히고 설킨 갈등이 마지막에 가서 만나는 플롯을 통해 장 르누아르는 '사회의 각 계층'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여러 번 이 작품을 보지 않고서는 그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다. 상류계급의 경우, 후작 부인 크리스틴은 젊은 비행사 앙드레, 앙드레의 친구이자 아버지의 친구였던 옥타브, 생오뱅과 미묘한 관계에 빠진다. 그리고 로베르는 주느비에브와 연인 사이인데, 옥타브는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으며, 크리스틴도 알게 된다. 한편 하녀 리제르는 남편 슈마허와 새로운 하인 마르소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빠지고, 이들의 관계가 엉뚱하게 앙드레의 죽음을 부른다.
르누아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모든 게임이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규칙을 깨뜨리는 이는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여기서 게임은 상류사회의 결혼, 간통, 사냥과 함께 하인 계급의 유희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은 궁극적으로는 성의 게임이며, 또 서로 얽히고 깨지지만 상류사회의 그것이 더 '위선'적이다. 앙드레는 이러한 규칙을 깨뜨리기 때문에 죽음을 당한다. 르누아르는 직접 옥타브로 출연하여 이들의 성적 게임의 매개자이자 참여자가 된다. 그래서 유려한 카메라 워크는 옥타브를 중심축으로 이동한다. 카메라는 그를 따라다니며 귀족계급과 하인계급의 사회를 자연스럽게 대비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1941)이 보여준 딥 포커스 촬영이 이미 여기서 확고한 미학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영화적 공간개념을 확장시킨 것이다. 전심초점 공간의 표현으로 깊이감을 강조하였을 아미라 등장인물들이 프레임의 경계를 계속 드나들게 함으로써 훗날 영화학자 노엘 비루시가 체계적으로 분석한 외화면공간(오프스크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르누아르의 탁월한 연출기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클로즈업이 거의 배제된 풀 숏 화면의 배경이 되는 세팅과 의상 코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 우아함과 천박함, 전통과 현대, 도시와 시골, 상류와 하류 계층 등등.
이 작품에서 르누아르가 20세기 초 프랑스 사회의 모든 계층을 들여다보는 영화적 형식은 독창적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의 방대한 문화적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 18세기 프랑스 코미디 야외극의 전통과 뮤세, 보마르세, 마리보의 영향에서 낭만주의 회화의 전통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규칙"에 세세하게 스며 있는 문화적 전통은 왜 르누아르의 영화가 프랑스인에게 그토록 사랑을 받았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김지석 부산예술학교 교수,<세계 영화 100>(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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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박혀 있던 <게임의 규칙>의 필름을 발견한다. 이 필름은 그 뒤 3년이 지난
1959년에 1939년의 원판에 가까운 상태로 복원되어 다시 공개됐다. 이 작품의
전면적인 재분석에 들어간 영화평론가와 학자들은 영화사상 가장 복잡한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와 풍부하고도 상징적인 영상기법에 놀랐다.
후작 로베르의 성에서 열리는 사냥파티에 참가한 상류계급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하층민들의 갈등, 그리고 이들 두 부류 사이의 얽히고 설킨 갈등이 마지막에 가서 만나는 플롯을 통해 장 르누아르는 '사회의 각 계층'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여러 번 이 작품을 보지 않고서는 그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다. 상류계급의 경우, 후작 부인 크리스틴은 젊은 비행사 앙드레, 앙드레의 친구이자 아버지의 친구였던 옥타브, 생오뱅과 미묘한 관계에 빠진다. 그리고 로베르는 주느비에브와 연인 사이인데, 옥타브는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으며, 크리스틴도 알게 된다. 한편 하녀 리제르는 남편 슈마허와 새로운 하인 마르소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빠지고, 이들의 관계가 엉뚱하게 앙드레의 죽음을 부른다.
르누아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모든 게임이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규칙을 깨뜨리는 이는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여기서 게임은 상류사회의 결혼, 간통, 사냥과 함께 하인 계급의 유희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은 궁극적으로는 성의 게임이며, 또 서로 얽히고 깨지지만 상류사회의 그것이 더 '위선'적이다. 앙드레는 이러한 규칙을 깨뜨리기 때문에 죽음을 당한다. 르누아르는 직접 옥타브로 출연하여 이들의 성적 게임의 매개자이자 참여자가 된다. 그래서 유려한 카메라 워크는 옥타브를 중심축으로 이동한다. 카메라는 그를 따라다니며 귀족계급과 하인계급의 사회를 자연스럽게 대비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1941)이 보여준 딥 포커스 촬영이 이미 여기서 확고한 미학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영화적 공간개념을 확장시킨 것이다. 전심초점 공간의 표현으로 깊이감을 강조하였을 아미라 등장인물들이 프레임의 경계를 계속 드나들게 함으로써 훗날 영화학자 노엘 비루시가 체계적으로 분석한 외화면공간(오프스크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르누아르의 탁월한 연출기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클로즈업이 거의 배제된 풀 숏 화면의 배경이 되는 세팅과 의상 코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 우아함과 천박함, 전통과 현대, 도시와 시골, 상류와 하류 계층 등등.
이 작품에서 르누아르가 20세기 초 프랑스 사회의 모든 계층을 들여다보는 영화적 형식은 독창적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의 방대한 문화적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 18세기 프랑스 코미디 야외극의 전통과 뮤세, 보마르세, 마리보의 영향에서 낭만주의 회화의 전통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규칙"에 세세하게 스며 있는 문화적 전통은 왜 르누아르의 영화가 프랑스인에게 그토록 사랑을 받았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김지석 부산예술학교 교수,<세계 영화 100>(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