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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아시아는 왜 아카데미상에 집착하는가?

허울만 좋은 아시아의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들

영국 감독 알렉스 콕스는 한때 국영 TV 프로그램에서 구로사와 아키라가 미국 아카데미의 특별공로상을 거부한 적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아카데미는 “자화자찬하는 엉터리 잔치”라는 이유로. 나 역시 아카데미상이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자란 터에 시상식도 영국 TV에서 방영되지 않았으며, 중요한 (또는 영국과 관련된) 수상자들만 라디오나 TV 뉴스에 보도되었을 뿐이다. 시차 때문에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나야 최고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한 전체 수상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아카데미상은 특별히 중요한 듯하다. 못 이룰 꿈이라서 그런 것인가? 대만 정부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상금을 주듯 아카데미상을 받아오는 대만 감독에게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상금을 준다. 여기에는 황당한 조건이 적용된다. 그 영화는 반드시 ‘대만적 가치’를 선전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것. 즉 게이 카우보이 이야기(<브로크백 마운틴>)는 실격이지만 섹시함을 뽐내는 반일 스파이 이야기(<색, 계>)는 해당된다. 더욱이 상금 대부분은 그 감독의 다음 영화- 대만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를 만드는 데 쓰여져야만 한다.

올해 아시아 나라들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들은 그 어느 해보다 허울만 좋은 듯하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다큐멘터리인 <드림 위버즈 2008>(Dream Weavers 2008)을, 한국은 북한의 극단적 빈곤을 보여주는 <크로싱>을 선정했다. 김태균의 이 영화를 제출하기로 한 결정은, 원래 좋은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이 영화를 엉뚱하게 정치화해버렸다. 이 영화가 선택된 이유는 이 영화가 미국의 편견(그리고 외교 정책)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만은 모처럼 괜찮은 영화를 선택했다. 코미디와 사랑 이야기가 잘 배합된 <제7봉>은 <미이라3: 황제의 무덤>과 <다크 나이트>를 기적적으로 누르고 올해 가장 히트한 영화다. 조금 길고 조금은 썰렁한 이 영화(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위대한 영화는 아닐지언정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올해의 홍콩 출품작에 비하면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진가상의 <화피>는 지루한데다 홍콩 관객은 완전히 무시한 채 중국 본토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좀 벌 수 있을까 하는 태도로 만들어졌다.

미국 아카데미는, 외국영화 카테고리에 출품되기 위해서는 그 영화가 “적어도 일주일은 제작자와 배급업자에게 이익을 내주는 상업영화관에서 상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덧붙여 “그 나라의 영화산업 기준에서 볼 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광고, 대중적 인지가 되어야만 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몇년간 중국과 홍콩 제작자들은 이 규정을 계속 무시하며 어겼다. <화피>는 아카데미 데드라인 전에 한 극장에서 상영됐지만 일반 관객은 티켓을 살 수 없었고 상영시간 역시 온라인이나 신문 등에 광고되지 않았다. 아카데미 관계자들은 “구로사와 아키라에게 보내는 아카데미의 경의”라는 석달짜리 시즌을 조직했었다. 이 시즌에는 구소련을 대표하는 외국어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시베리아에서 만들어진 <데르수 우잘라>도 포함되었다. 그의 죽음 이후 십여년이 지난 지금, 이 위대한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은 자신만이 아니라 아카데미에도 그만큼의 ‘영광을 가져다주는’ 이 행사에 반대할 수 없었다. 올해 출품된 어떤 아시아영화도 아카데미에 그런 영광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