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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마르코 뮐러의 실패로 얼룩진 베니스영화제

올해 A급 영화제로는 형편 없는 프로그래밍 선보여

올해 칸영화제 직전 <버라이어티>에 유럽의 가장 중요한 세 영화제 위원장들의 프로그래밍 솜씨를 비교하는 글을 썼다. 그 글은 우리가 어떻게 세 사람- 베를린의 디에터 코슬릭, 칸의 티에리 프리모와 베니스의 마르코 뮐러- 의 취향이 아젠다를 설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세 사람의 군림은 2000년대 초엽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 코슬릭과 뮐러의 계약이 끝나는 최소 2011년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시기를 코슬릭-프리모-뮐러 시대라고 부른다면, 80년대와 90년대 ‘질 자콥(칸)-모리츠 드 하델른(베를린)’ 시대만큼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프로그래밍 솜씨와 국제적인 안목만 놓고 보자면 세명 중 뮐러야말로 가장 자신의 자리에 적절하며 뛰어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프리모와 코슬릭은 칸과 베를린 이전에는 영화제를 프로그래밍해 본 적이 없다. 반면 뮐러는 20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내 의견에 모두 동감이었다. 그리고 몇주 전 드디어 2008 베니스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주요 영화제의 프로그래밍 질이 일년 사이에 이처럼 뚝 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70여편의 영화 중 좋은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뮐러가 직접 60%에 이르는 영화들을 선택했다). 그러나 베니스 같은 A급 영화제로서는 역부족이었다. 감독의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면 누구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잘난 척 뽐내거나, 나쁜 영화들 사이를 우리는 매일매일 힘들게 오가야 했다. 다른 많은 영화제들이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은 베니스영화제에는 맞지 않는다. 베니스는 세계에서 참가하기에 가장 비싼 영화제다. 호텔비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레스토랑 가격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유독 모기들조차 더 크고 극성스러웠다.

영화제 중반을 지나자 경쟁부문 심사위원들은 좋은 영화를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마침내 마지막 이틀을 남겨두고야 미키 루크가 출연한 <더 레슬러> 같은 몇몇 후보들이 나타났다. 영화제 심사위원이 처음인 두기봉 감독은 홍콩 언론에 심사위원들이 올해의 라인업에 대해 생각한 바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마르코 뮐러는 아시아 전문가로 유명하지만 올해 그 지역 영화들의 라인업은 형편없었다. 대부분이 일본 회사 또는 중국 감독 지아장커가 공동 소유한 홍콩-중국 회사에서 온 영화들이었다. 두기봉 감독은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로 선정된 영화- 지아장커 영화의 카메라맨 유릭와이가 감독한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혼란스러운 세미드라마 <플라스틱 시티>를 보고 심히 당황했다고 밝혔다. 한국 관객은 그 영화의 부산영화제 상영 때 스스로 판단해볼 일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뮐러는 영화제를 시작 초기에는 무척 잘 이끌다가 그 다음에는 형편없이 만들어버린 전례가 있다. 그리고 파리의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판적 “엘리트”들에게 영향을 받은 그의 개인적인 취향은 전문화된 고도로 지적인 영화들을 선호한다. 이런 취향은 더 작은 규모의 영화제라면 괜찮겠지만 베니스 같은 영화제에는 맞지 않다. 올해 베니스를 찾은 미디어 수는 감소했으며, 올해 왔던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내년에는 차라리 베니스를 빼버리고 토론토영화제를 가겠다고들 했다(토론토에서라면 더 많은 좋은 영화를 더 싸게 볼 수 있다. 모기도 없을 테고).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여전히 뮐러가 셋 중 가장 뛰어난 프로그래머라 믿는다. 그러나 올 가을에 입은 손상을 복구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에 뮐러는 그것을 확실히 증명해 보여야만 할 것이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