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ACF 쇼케이스’가 시네마테크 부산과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부산에서는 3월4일(화)부터 13일(목), 서울에서는 3월7일(금)부터 13일(목)까지다. 아시아영화펀드(ACF)란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AND) 부문을 포함하여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지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도모”해온 사업이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져온 작품들이 이 펀드의 지원을 통해 완성되어왔다. 그중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와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가 여행의 동료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처음 만난 사람들>, 아무 꿈도 없던 20살 청년이 우연히 단편영화에 배우로 참여하면서 마침내 자기의 꿈을 찾아 노력하게 된다는 <나의 노래는>, 감독이 직접 택시 운전을 하며 서울의 승객들을 관찰한 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혼합으로 찍어낸 서울의 소야곡 <택시 블루스>, 감독 본인이 우연히 일본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간의 문제를 사적 다큐 형식으로 성찰한 <에로틱 번뇌보이>, 이라크 주둔 군인으로 참전한 네명의 청년을 중심으로 지금 이곳과 이라크에서 전쟁과 참전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전장에서 나는>, 이민자이자 해외 통일 운동가인 이희세의 삶을 그린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 민중가수 연영석의 음악과 그의 활동을 주목하는 <필승 Ver 2.0 연영석> 등이 이번에 다시 상영된다.
다소 덜 알려졌거나 혹은 최근 완성작 중 주목할 만한 작품들도 있다. 극영화 중에서는 <궤도> <원더풀 타운> <푸지안 블루> 등이 눈에 띈다. 옌볜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감독 김광호의 <궤도>에서 양팔이 없이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벙어리 여인을 만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죽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망설이게 된다. 영화는 간명한 형식으로 또 비전문 배우들을 데리고 만들어졌으며, 인물의 심리 상태가 세심한 방식으로 그려진다. 올해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VPRO 타이거상을 수상한 타이 감독 아딧야 아사랏의 <원더풀 타운>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타이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폐해와 섭리 안에서 살고 또 이야기될 수 있는지를 성찰한다. 중국 감독 웡셔우밍의 <푸지안 블루>는 거대 자본화된 중국사회에서 방황하며 살아가는 중국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지금 이 시대 중국의 가치관을 새롭게 묻는다.
다큐멘터리 작품으로는 <돌산> <빙아이> <야스쿠니 신사> <보이지 않는 도시> <무죄> <언니> 등이 있다. <돌산>은 광산에서 화강암 채굴로 살아가던 노동자들이 갑자기 리조트 개발 붐에 밀려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을 따라간다. 최근에 다큐멘터리 <우산>을 만들어 중국 내 산업사회를 고찰하기도 했던 두 하이빈이 직업을 잃어버린 하층 노동자들의 행적을 좇아간 작품. 또 다른 중국영화 <빙아이>는 이천년 넘게 지켜져왔던 지역을 수몰하고 세워진 중국 싼샤댐의 건설로 인해 이주를 강요당하는, 그러나 그것을 거부하는 한 촌부의 이야기를 10년간 찍어낸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목 그대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관한 맹점과 논점을 문제제기한다. 싱가포르영화 <보이지 않는 도시>는 싱가포르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개인과 국가의 문제 혹은 개인이 국가를 넘어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 것인가에 관해 생각한다. 한편 한국 다큐멘터리 중 <무죄>는 1981년 진도조작간첩사건 당사자들의 증언을 담고 있는 작품. <진실의 문> 등으로 뛰어난 구성력을 선보였던 김희철이 만들었다. 그리고 성매매 여성들과 그들의 상담을 돕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을 조용하지만 호소력있게 발언하는 <언니>는 <팬지와 담쟁이>로 독특한 화법을 선보였던 계운경의 또 다른 여성영화적 시각을 보여준다. 이번 ACF 쇼케이스 기획전의 총상영작은 ACF 펀드 장편 독립영화 후반작업지원 선정작 5편과 AND 펀드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작 17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