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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 최강희] 고만고만한 멜로라면 안 했을 거다
최하나 장미 사진 오계옥 2007-12-14

<내 사랑>의 커플, 감우성과 최강희

<내 사랑>의 시작

감우성: 혼자서 끌고가지 않는 작품을 한 게 나는 <내 사랑>이 처음이다. 부담감이 그만큼 적었고, 또 각 파트들의 이야기가 다 따뜻한 뭔가를 느끼게 해주더라고. 어떤 하나의 파트라도 허술했다면 아마 <내 사랑>을 안 했을 것 같다. 이야기들에 다 고르게 관심이 가는 걸 보니, 기획된 영화의 느낌이 안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최강희: 보통 나는 매니저한테 대본을 전해 받을 때 어떤 캐릭터인지를 제일 먼저 물어본다. 근데 <내 사랑>은 매니저가 대본을 주면서 “이거 딱 누나야” 하더라. 그래서 호기심을 갖고 읽어보게 됐다. 읽으면서 이게 나는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요새 그런 특이한 캐릭터가 많긴 하지만, 내가 하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감우성: 시나리오 보고 나서 남는 게 없으면 할 이유를 못 찾는 거다. 내가 안 나와도 되는 부분들도 분명히 따뜻한, 정감어린 여운이 담겨져 있더라.

최강희: 선배가 말한 느낌에 나도 동의한다. 이야기가 대중적이지만, 그냥 가볍지만은 않다고 해야 하나. 또 감우성 선배가 영화에서 세진으로 나오는데, 내가 연기한 주원이 세진에게 사랑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극중에서라도 사랑을 한번 많이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웃음)

감우성: 난 사실 영화 찍기 전에는 최강희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도 없었다. (웃음)

최강희; 나도 하나도 몰랐다. 물론 배우 감우성, 이렇게는 알았지만. 그런데 왠지 한번쯤 같이 작업을 해본 것 같은 친근감도 있었다. 그게 선배 매력이기도 하지만.

감우성; 강희를 딱 보는 순간 착하다, 느낌이 왔다. 알지는 못하지만 왜 이미지가 오지 않나. 첫 느낌이 착했는데, 끝날 때까지 계속 착하더라. (웃음)

최강희; 선배에 대한 내 첫인상은 그냥 보통 사람 같다는 거였다. (웃음) 근데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처음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더 좋게 변화하는 거. 처음에는 존재감이 요만큼 있다가 나중에 색깔이 확 나타나는 거. 다들 그렇지 않나? 관심없는 사람은 뿌옇게 보이지만 관심있는 사람만 딱 색깔이 있는 것처럼 빠져나와 보이는 거. 영화 찍고 나서 선배가 내게 그런 존재다.

감우성: 자기만의 규격화된 시각으로 사람을 보는 게, 솔직히 장점인지 단점인지 잘 모르겠다. 강희는 본인 입맛에 맞으면 달고 아니면 쓰고… 그런 경향이 있다.

최강희: 내가 그렇다. 이 사람이 1번, 이 사람이 2번, 이렇게 줄 세우는 거 되게 좋아하고. (웃음) 편애하는 걸 좋아한다.

감우성: 일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거야. 아까 강희가 착하다는 말을 했는데 물론 인간적으로야 착한 게 참 좋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내가 싫어도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강희에게는 그런 영악함이 발견이 안 됐다.

최강희: (작은 목소리로) 영악하지 못해요….

감우성: 사실 배우가 쉽지 않은 일이잖나. 상처도 많이 받고. 독한 기운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좀더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강희는 너무 포장이 안 돼 있다. 또 본인이 포장을 안 하려고 하고. 착함만으로는 예쁘게는 봐주지만 일적으로 부딪혔을 때 당할 우려가 있으니 선배 입장에서는 걱정이 된다. 아, 나 근데 너무 말이 많다!

<내 사랑> vs <러브 액츄얼리>

감우성: <내 사랑>은 <러브 액츄얼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같은 옴니버스 사랑 이야기와 같은 형식이다. 굳이 억지로 구분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강희: 음… 똑같은 사랑이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감우성: 뮤지컬도 초창기에 만든 공연을 다른 배우가 할 때 생기는 궁금증이 있듯이, 같은 형식의 영화이지만 분명히 다른 영화에서는 못 봤던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원스>는 관객이 자신의 경우를 대입해서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지 않나. 단지 남의 일처럼이 아니라 만약에 나도, 이렇게 가정을 하게 되면 영화가 예뻐 보이잖아. 우리 영화도 그러한 느낌의 이야기들 몇개가 모여 있다는 거. 형식은 같지만, 느낌은 다르다는 거다.

최강희: <러브 액츄얼리>는 한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즉 어떤 사람은 기쁠 때 어떤 사람은 슬프고, 이런 식으로 다르게 전개되는데 <내 사랑>은 감정이 하나로 같이 간다. 물론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곳에 있지만 함께 외롭고, 기쁘고, 감정이 모여서 배가 되는. 같은 세상에서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감우성: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후로 영화에서 멜로 연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내가 막 소름이 돋는 짜릿하고 찡한 멜로라면 망설임없이 했을 거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멜로라면 그런 건 많이 했기 때문에, 이제는 사실 안 하고 싶다.

최강희: 나도 그렇다. 비슷한 식의 멜로영화는 앞으로 피하고 싶다.

감우성: 영화가 신파라도 정말 새롭고 독특한 코드가 있다면 의욕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멜로라면 안 하고 싶다. 내가 훈련이 될 수 있는, 내 필모에 남을 수 있는 영화를 원하는 거다. 예를 들어 <색, 계>의 경우, 단순한 멜로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여자가 첫 경험을 하는 것도 임무의 일환이고, 두 주인공의 관계도 위장된 것이지 않나. 사랑으로만 안 되는 묘한 해석이 있다. 끝까지 이게 임무인지 사랑인지 아니면 섹스에 길들여진 것인지… 애매하고 명확지 않은 불안정한 심리를 끝까지 끌고 간다는 거, 바로 그런 게 사람의 심성을 자극하는 부분인 것 같다.

최강희: 아직 <색, 계>를 못 봤다. 근데 주변 여자들이 다 좋다고 하더라.

감우성: 양조위의 그 부분이 좋다고 그러지? (웃음)

최강희: 아, 그것까지 나오나? 뭐, 나는 <숏버스>도 봤으니까, 봐도 될 것 같아. (웃음)

닭살이라도 괜찮아

최강희: 물론 사랑 이야기이고, 두 사람이 자기들끼리 귀엽게 노는 장면들이 있지만, 정말 닭살이다 싶은 건… 없었다. 내가 창피한 건 나도 하기 싫다. 감우성: 강희는 민망하거나 어색하면 우우우우우~~~~ 막 이런 소리를 낸다. 우우우우우~~~.

최강희: 아, 처음으로 그런 연기를 한컷 해봤는데, 대본에 ‘꼬시듯이 귀엽게 한다’고 되어 있었다. (웃음) 처음에 나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표정을 지어봤는데, 감독님이 보고 바로 무섭다고 하더라. (웃음) 그래서 다시 귀여운 표정을 만들어봤는데, 정말 내가 태어나서 처음 해본 표정인 것 같다. 나는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영화를 보니 참 짧게 나왔더라. (웃음)

감우성: 닭살스러운 장면이 있었지만, 대본이 안정적이다 싶으면 그리 문제되지는 않는다. 닭살스러운 걸 해도 어색해 보이면 그게 문제지. 나한테 어려운 건 어린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대본은 맘에 들지만, 막상 연기를 하려고 하다보니 생각보다 더 어리게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좀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 나 스스로가 어린 연기 하기를 원하지도 않고. 내 나이대에 맞는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면 사실 탐탁지가 않다. 그래도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한다고 했는데, 그냥 뭐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고. (웃음)

최강희: 영화에서 내가 잠깐 잠이 드는 신이 있다. 세진이 깨워주기로 하다가 같이 잠들어버린 신인데 나는 그게 참 좋았다.

감우성: 뽀뽀했걸랑.

최강희: 아니 뽀뽀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웃음) 햇빛 잘 드는 집에 놀러간 것 같은 기분이 좋았다.

감우성: 아 좀 그렇다고 하지. 너 일부로 NG 냈잖아.

최강희: 내가 언제?! 물론 세진이랑 같이 누워 있는 건 가짜지만, 그 순간에 나는 진짜 주원이 됐던 것 같다. 노곤노곤하니 너무 편해서 진짜 잠도 오고, 너무 행복했다. 가끔 그렇게 대리만족을 한다고 해야 하나? (웃음)

감우성: 영화를 찍을 때 생각지 못하게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주원과 세진이 함께하는 대부분의 장면이 지하철에서 펼쳐지는데, 왜 열차가 오고 가는 소음이 심하지 않나. 장시간 몰입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에서 계속 맥이 끊기는 거다. 첫날 촬영이 가장 심했는데, 강희의 연기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30초마다 지하철이 들어오니까 계속 NG는 나지, 짜증이 확 나더라고. 나중에 보니까 확실히 연기에 짜증이 들어가 있더라. 그래서 결국 재촬영을 했다. 물론 우리야 이유가 있지만 관객이 보기에 안 좋으면 그건 망치는 거다. 영화 볼 때 한 장면이 이상하면 다 흐트러지니까. 나는 무엇이 특별이 좋았다, 하는 것보다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무난하게 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최강희: 선배는 한 영화에서 한 장면도 놓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한 영화에 한신만 잘하면 된다는 마인드다. (웃음) 근데 이번 영화는 선배가 한신도 안 놓치려고 딱 잡고 가셔서 잘 나왔나봐. (웃음)

감우성: 연기를 하다보면 의외로 잘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하면 되는 신들이 많다. 그걸 본인이 욕심을 내서 다 잘하려고 하다가 오버가 되면 그건 또 틀린 거거든. 특히 이런 현대물에선 굳이 잘해야 하는 신이 그다지 많지 않다. 무난하게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배우들이 무난함에서 부족하거나 넘치게 해서 어색해 보이는 거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강희가 또 무난하게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저께 <달콤, 살벌한 연인>을 처음 봤는데, 강희 캐릭터가 강하지만 본인은 굉장히 편하게 연기를 했더라.

배우로 살아가는 법

최강희: 사람들이 나를 조금 특이한 캐릭터로 생각하는 거 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크게 고민하진 않는다. 그냥 재밌다. 나는 내 자신을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사람들이 날 독특하게 본다는 게. 내가 말을 잘 못하고, 어색해서 이상하게 나오는 행동이나 급하게 나오는 행동들이 사람들 눈에는 이상해 보이나보다. 하지만 그걸 하나의 캐릭터로 봐주니까 좋기도 하고. 솔직히 옛날에는 그런 게 참 싫었다. 남들이 맘대로 판단하는 것 같아 싫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공인이고 연예인이더라. 그전까지는 내가 연예인인지 몰랐었나봐. (웃음)

감우성: 왜,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축구선수가 다 주전으로 뛰는 건 아니지 않나. 이름값도 해야 하고. 그런 것처럼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해도 이름이 없으면 기회조차 안 생기는 것이 이 세계의 생리이기도 하다. 배우가 준비를 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준비를 안 해도 이름 때문에, 기회 때문에, 그걸로 연명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중에 나는 어딘가에 속해서 가는 거지 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져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걸 거부해서는 살아남기가 힘들다. 아, 이런 이야기가 인터뷰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데….

최강희: 미니홈피를 잘 관리하는 편인데, 나만의 공간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 좋다. 내가 외롭다 외롭다 하면 남들이 그러지 말아요 하는 게 아니라, 나도 외롭지만 저 사람도 외롭구나, 하는 식으로 공감하는 거. 내가 우울한 글을 많이 올리는데 그런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고, 또 좋아하는 음악, 책을 중심으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하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나는 <내 사랑>이 행복을 강요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로움을 달래준다는 느낌이랄까. 힘들지만 세상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고, 보석 같은 사랑이 어딘가에는 있고, 지금 없다고 해도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

감우성: 영화가 개봉하기 전 흥행은 항상 긍정적으로 예측을 하지만, 그게 알다시피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항상 바람만 가지고 있다.

최강희: 영화가 개봉할 때쯤 나는 재밌게 봤으니까 나랑 비슷한 사람들은 재밌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게 너무 소수다보니까. (웃음)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이왕이면 많이 소개돼서 많은 이들을 설득시키면 좋은 거지, 뭐.

감우성: 자기 영화를 많이 보길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기대만큼 안 들었을 때, 생각을 한다. 만약 흥행이 안 된 것이 나 혼자만의 문제라면 그건 내가 분석을 해야 할 부분이고, 내가 아닌 다른 외적인 여건 때문에 그런 경우에도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 생각을 하고 넘어간다. 원래 지나간 건 잘 보이는 법이잖나. 어떤 게 문제인지. 영화도 정말 망해서 뼈아픈 걸 겪어봐야 왜 망하는지 알고 배우고 발전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도 발전을 하는 사람들이나 하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망해도 절대 발전을 못하더라. 영화 제작을 전체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게 발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다음 작품으로 몇 가지를 고려하고 있는데, 요새는 영화 제작에서 어려움도 변수도 많아졌지 않나. 그래서 지금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최강희: 나도 선배와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있는데, 드러내서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감우성: 이제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별일이 없으면 집에서 와이프랑 내가 정말 아끼는, 1년에 한번 따는 와인을 마실 것이고, 아니면 후배들 중에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거기에 갈 것도 같다.

최강희: 나는 크리스마스 계획이 전혀 없다. 아우, 재미없게….

감우성: 에이, 착해빠져가지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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