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天然コケッコ- 야마시타 노부히로 | 가호, 오카다 마사키, 후지무라 쇼코 | 2007년 | 121분 | 35mm | 일본
7명이 전교생인 학교, 초등부와 중등부가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이 마을에는 모든 게 조용하고 온화하다. <후나기를 기다리며> <린다 린다 린다>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신작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서 작고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소요(가호)는 오줌 싼 막내를 챙기려 수업이 끝난 뒤에도 기다리고, 급식 점심 메뉴는 학교 방송의 귀여운 멘트를 타고 공지된다. 도쿄에서 전학생 오사와 히로키(오카다 마사키)가 등장하며 인물들의 관계가 새롭게 그려지지만 도시와 시골의 만남을 화해의 무드로 끌고가는 전형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야마시타 감독은 <후나기를 기다리며> <바보들의 배>가 그랬던 것처럼 작고 귀여운 이 학교의 공간을 시간의 축으로 환원한다. 거기에 도시의 시간이 개입되고 인물들의 공간이 포개지면서 애절하지만 소중한 순간이 포착된다. “갑자기 없어져버릴 것 같으면 작은 것도 빛나기 시작한다”는 대사나 밸런타인 데이에 돌고 도는 초콜릿이 보여주는 감정의 흐름은 영화가 그리는 부드러운 풍경에 지우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는다. 구라모치 후사코의 만화 <천연코켓코>가 원작이며, 현재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이케맨 파라다이스>에 출연하고 있는 오사와 역의 오카다 마사키가 눈에 띈다. 주제곡은 구루리가 불렀다.
투야의 결혼 Tuya’s Marriage 왕취엔안 | 2006년 | 86분 | 35mm | 중국
오늘날의 중국은 온갖 사라져가는 것들의 무덤과 같은 곳이다. 동시대 중국의 젊은 감독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산업화와 자본주의화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미학적인 정당성까지 인정받은 (생물학적 나이는 젊지 않지만, 영화 경력으로는 젊은 편에 속하는) 왕취엔안 감독은 그중에서도 중국의 소수민족, 몽골의 유목민에 눈길을 돌렸다. 목숨을 걸고 우물을 파던 남편이 불구가 된 뒤, 두 자식과 자신은 물론 지금의 남편까지 책임져줄 두 번째 남편을 찾기 위한 투야의 고군분투를 바라보는 그의 카메라는 늘 고즈넉하고 따뜻한 거리를 유지한다. 무뚝뚝하지만 정감어린 유목민들의 유머, 올바른 생존을 향한 그들의 본능적인 윤리는 그 안에서 빛을 발한다. 왕취엔안 감독과 몇번에 걸쳐 호흡을 맞추었던 ‘전문’ 배우 위난의 ‘비전문’ 배우 연기는 영화 곳곳의 일반인들과 완벽하게 조우하여, 올해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의 강력 후보로 점쳐진 바 있다.
히어로 Hero 스즈키 마사유키 | 기무라 다쿠야, 마쓰 다카코, 아베 히로시 | 2007년 | 130분 | 35mm | 일본
‘검사의 존재 조건은 무엇일까.’ 11회 전회 시청률이 30%를 넘으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히어로>가 6년 만에 돌아와 던진 질문이다. 일본의 국민적인 스타 기무라 다쿠야는 물론 마쓰 다카코, 아베 히로시, 오오쓰카 네네 등 드라마 출연진이 대부분 그대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지방으로 쫓겨났던 검사 쿠류 코헤이(기무라 다쿠야)가 6년 만에 도쿄 죠사이 지부로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의 내용은 쿠류가 맡은 사건이 일본 정치계의 거물인 하나오카 렌자부로의 비리 사건과 연루되면서 쿠류가 겪는 고민들. 단순한 스토리를 죠사이 지부의 훈훈한 분위기와 인간적인 냄새가 짙은 캐릭터들로 넓혀간다. 검사 출신 변호사를 등장시켜 ‘죄를 구원하’지 않고 ‘죄를 증명하’는 검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부분은 의미있지만, 이를 아메미야(마쓰 다카코)의 로맨스로 답하는 맥락은 억지스럽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상’과 쿠류에 대한 자화자찬도 과하게 들어간 폼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무라 다쿠야 없이 떠올릴 수 없는 캐릭터 쿠류가 청국장을 찾는 장면이나 마쓰 다카코의 한국어 발음은 놓치기 힘든 부분. 9월8일 일본영화로선 역대 최다인 475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당연히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사랑의 예감 愛の予感 고바야시 마사히로 | 고바야시 마사히로, 와타나베 마키코 | 2007년 | 102분 | 35mm | 일본
살해자의 어머니와 피해자의 아버지가 만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친다. 친구를 살해한 딸의 어머니(와타나베 마키코)와 친구에게 살해된 딸의 아버지(고바야시 마사히로)를 교차로 인터뷰하는 영화 <사랑의 예감>은 죽음의 양쪽, 혹은 죽음이 남겨놓은 흔적의 두곳을 기묘하게 붙인다. 10여분의 인터뷰 이후 영화는 1년 뒤로 시점을 옮기지만 두 남녀의 스침은 그대로 이어진다. 남자는 무심히 탄광과 기숙사를 오가고 여자는 고개를 떨군 채 기숙사의 식당에서 일을 한다. 물론 그 기숙사는 동일한 공간이다. 고바야시 감독은 죄책감과 미움을 가진 두 남녀를 한곳으로 데려와 그들의 일상을 바라본다. 표정도 없고 대사도 없다. 똑같은 공간과 똑같은 인물이 조금씩 변화하며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시간의 축적은 놀랍다. 영화는 마지막 5분 두 남녀의 인터뷰를 다시 붙이면서 지금껏 지속된 시간들이 사랑의 힘, 살아가는 힘이었음을 암시한다. 고통의 시간을 설득하지 않고 인내하는 과정이 충격적이지만 의미있다. 올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포함해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엑소더스 Exodus 팡호청 | 2007년 | 94분 | 35mm, 컬러 | 홍콩 | 아시아영화의 창
팡호청은 어느덧 홍콩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대가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너는 찍고 나는 쏘고>(2001)로 발랄함을 과시했던 그가 지난해 국내에도 소개된 <이사벨라>를 통해서는, 반환 전야의 마카오를 통해 홍콩과 중국을 넘나드는 지역성을 탐구하는 폭넓은 시선을 보여주기도 했다. 1997년 반환 이전의 홍콩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엑소더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자화상 아래 펼쳐지는 폭력신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야심적이다. 경찰관 짐은 여자 화장실에서 비디오카메라로 무언가를 찍다가 체포된 콴을 취조하는데, 그는 남성들을 제거하려는 여성 비밀결사체를 추적 중이었다고 말한다. 이후 짐은 콴의 뒤를 조사하면서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그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는다. 더구나 콴의 황당한 얘기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에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 임달화는 최근 몇년간 <살파랑>과 <흑사회> 연작을 통해 홍콩 영화계에서 가장 이미지를 쇄신한 배우 중 하나다. <엑소더스>는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반환 전야의 홍콩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천당구 Blood Brothers 알렉시 탄 | 2007년 | 95분 | 35mm, 컬러 | 대만, 홍콩 | 오픈시네마
<천당구>는 오우삼의 <첩혈가두>(1990)의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더구나 <Blood Brothers>라는 영어 제목은 오우삼이 과거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장철 감독의 <자마>(1973)의 영어 제목이기도 하다. <첩혈가두>와 <자마> 모두 옛 우정의 파괴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천당구>와 맞닿아 있다. 아봉, 대강, 소호는 출세를 꿈꾸며 상하이로 간다. 거대한 파라다이스 클럽에서 일하게 된 그들은 암흑조직에 얽혀들면서 점차 우정이 깨져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보스의 오른팔인 마크와 보스의 정부인 루루(서기)도 함께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천당구’란 천당으로 가는 입구를 뜻하는 말로 그들이 함께 일하는 파라다이스 클럽과 비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영화에서 장첸과 오언조의 매력도 돋보이지만 ‘평생 인력거만 끌 거냐?’며 가장 빨리 세상의 때가 묻는 대강 역의 리우예(<황후花>의 장남)도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첩혈가두>의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현란한 총격신 장면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 부서져가는 의리의 세계를 신예 배우들이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빨간 콤바인 The Red Awn 차이상준 | 2007년 | 101분 | 35mm, 컬러 | 중국 | 뉴 커런츠
아들 용타오는 가족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아버지 숭하이가 못마땅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쳐다보는 것조차 꺼려한다. 아버지가 떠난 뒤 어머니는 자살을 했고 그때도 아버지는 모른 체했다. 그러다 둘은 빨간 콤바인을 빌려 함께 추수 일을 하게 된다. 숭하이는 용타오가 흠모하는 소녀에게 100위안을 주면서까지 친해지려 애쓴다. 그리고 아들을 도시로 데려가 학교에 다니게 해주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대화를 시작한다. <빨간 콤바인>은 <샤워>(1999)와 <해바라기>(2005) 등을 통해 중국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시나리오작가로 명성을 높였던 차이상준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간결한 이야기와 미장센으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세월의 골을 찬찬히 메워나간다. 마치 키아로스타미의 길을 보는 것처럼 회화적인 구도로 담겨 있는 영화 속 길도 아버지와 아들의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섣부른 화해나 낙관을 그리지 않는다. 사람이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이상준의 진짜 의도가 거기 있다.
톤도 사람들 Tribe 짐 리비란 | 2007년 | 95분 | DV | 필리핀 | 뉴 커런츠
“아이일지라도 겁쟁이가 되면 안 된다. 톤도의 신은 아이다.” <톤도 사람들>은 열살짜리 에벳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톤도는 다닥다닥 붙어선 건물에 가려 하늘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빈민가. 마약과 알코올, 섹스, 폭력으로 점철된 그곳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과도 같다. 에벳은 톤도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밤마다 어머니가 남자들을 끌어들여 섹스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에벳은 거리로 뛰쳐나가 폭력 조직을 이룬 십대 소년들을 뒤쫓는다. 어느 날 다른 조직의 공격에 투랏이라는 소년이 죽어나가자 친구들은 복수를 다짐하고, 이어 걷잡을 수없는 살육전이 벌어진다. 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로 무장한 십대들을 그리는 만큼 <톤도 사람들>을 가득 채운 것은 날카로운 욕설이 난무하는 힙합 음악이다. 소년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어지러운 랩 선율은 흔들리는 카메라워크, 미로 같은 빈민가 뒷골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짐 리비란 감독이 팔랑카문학상 수상작을 영화화했다. 2007년 필리핀 시네말라야영화제 대상 및 주연상 수상작.
새총 Slingshot 브리얀테 멘도사 | 2007년 | 90분 | 35mm | 필리핀 | 아시아영화의 창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시커먼 거리. “경찰이 온다!”는 외침이 울려퍼지자 섹스를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거리에서 소일하던 남자들이 다급히 흩어지기 시작한다.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해 필리핀 빈민가의 풍경을 날것 그대로 조망하는 <새총>은 충격적인 영화다. 총을 둘러멘 경찰들은 “불시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아무 집에나 들이닥쳐 벌거벗은 남자들을 끌고 나온다. 폭력에 무감한 경찰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빈민가 사람들은 숙련된 거짓말로 멋지게 그들의 뒤통수를 친다. 입양아를 맡아 기르는 빈민가 위탁가정을 그린 <입양아>에 이어 다시금 가난한 이들이 점령한 뒷골목를 담은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작품. 빈부 격차를 암시하면서도 얼마간 따스한 시선을 견지하던 전작과 달리 <새총>은 생존하기 위해 동정심이나 이해심 따윈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한결 냉정한 어조에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수작. <새총>과 <입양아>는 동시에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됐다.
야간버스 Night Bus 키우마르스 푸라흐마드 | 2007년 | 90분 | 35mm | 이란 | 아시아영화의 창
전쟁터에서 적과 우정을 나누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야간버스>를 연출한 키우마르스 푸라흐마드 감독이라면 확신을 실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전장은 잔혹한 곳이지만 한 조각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증오가 사랑으로 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16살 소년 병사 이사는 영국 유학 중 잠깐 고국에 들렀다가 징집된 청년 에마드와 함께 38명의 이라크군 포로를 버스에 태워 포로수용소로 수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늙은 버스 운전사를 합해 고작 3명의 남자가 38명의 적을 제압하는 일이 어디 쉬울까. 눈을 가리고 입을 막고 총으로 위협하는 중에도 포로들은 어느 순간 그들과 부쩍 가까워진다. 먼지 자욱한 비포장도로와 낡은 버스 안을 주로 비추는 <야간버스>는 비극을 애써 감추려 하지는 않지만 간혹 초라한 배경마저 사랑스럽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특히 이사가 목마른 적군의 입가로 물을 가져가고 병사들이 그 물을 무엇보다 달게 마시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세계 최초, 고 에드워드 양의 작품을 한자리에
에드워드 양 특별전
지난 6월, 아시아영화의 또 하나의 거장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떴다. 에드워드 양은 그의 60년 영화인생에서 채 10편이 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지혜를 남기고 떠났다. <광음적고사>(1982)는 대만에도 아이디어 넘치는 뉴웨이브영화가 있음을 보여줬고, <해탄적일천>(1983)은 전통과의 대결을 다루면서 아시아적인 모더니즘의 세계를 보여줬고, <타이베이 스토리>(1985)는 아시아의 근대화 문제를 다루는 아시아 감독의 어떤 전범을 제시했고, <공포분자>(1986)는 아마도 이후 차이밍량 세계의 원조라 불러도 좋을 것이고,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은 역사를 통해 현재를 사유하는 에드워드 양의 대가의 시선을 보여줬고, <독립시대>(1994)는 어쩌면 허우샤오시엔보다 먼저 대만 젊은이들의 내면 속으로 침잠한 영화였고, <마종>(1996)은 그 스스로 과거와 단절하고 싶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고, <하나 그리고 둘>(2000)은 두말할 것 없이 2000년대 아시아영화의 최고 걸작 중 하나다. 그렇게 그는 동갑내기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함께 대만영화의 흔들림없는 거대한 좌표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시상하며, 그를 대신해 수상할 사람으로 에드워드 양의 삶의 동반이자 영화작업의 동료이기도 했던 부인 카일리 펑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의 현재와 과거를 만난다
특별기획 뉴 말레이시안 시네마의 세 가지 색깔
“필리핀, 말레이시아 독립영화의 활발한 제작”이 두드러진다는 평은 허언이 아니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뉴 말레이시안 시네마의 세 가지 색깔’에 초청된 말레이시아영화들은 총 9편.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세 민족으로 구성돼 언어 역시 말레이어, 중국어, 인도어를 두루 쓰는 말레이시아의 특색을 반영한 ‘세 가지 색깔’이라는 표현은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과 개성이 눈에 띄는 상영작의 면면을 함축하는 듯하다. 먼저 말레이시아의 길고 긴 역사와 복잡한 민족 구성원이 생소하다면 일본에 점령당하고 영국에 지배받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빌리지 피플 라디오쇼>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의식있는 독립영화감독인 아미르 무함마드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공산당원으로 활동했지만 결국 타이 남쪽 마을로 쫓겨난 회교도 말레이인들을 추적했다. 더불어 말레이시아 인도계 가정의 풍경은 디팍 메논 감독의 <댄싱 벨>에서 단편적으로나마 찾을 수 있다. 가난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에게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가족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할 것이다. 동거 중인 세 커플의 대화를 원컷 원신으로 대담하게 밀어붙이는 제임스 리 감독의 <사랑하고 싶어>는 말레이시아 도시 젊은이들의 일상을 추측할 만한 작품. 한편 첫사랑의 추억을 세심하게 더듬는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의 <묵신>, 일에만 집중하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관계를 그린 셍 탓 리우 감독의 <주머니 속의 꽃>은 인종은 다르지만 천진난만하기는 마찬가지인 말레이시아 아이들의 세계를 서정적이고 장난스럽게 묘사하는 작품. <주머니 속의 꽃>은 ‘뉴 커런츠’ 섹션에서도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