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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밝힘증 할아버지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강병진 2007-08-30

<칼리귤라> <미란다>부터 <틴토 브라스의 아모르>까지, 틴토 브라스 감독의 일관된 작품 세계

<두 잇>의 여배우들과 함께한 틴토 브라스

틴토 브라스는 영화 역사상 가장 ‘주책 맞은 늙은이’일 것이다. 올해 나이 75살. 고희를 지나 팔순잔치를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여성의 치맛자락을 들춰내며 해맑게 웃는다. 틴토 브라스의 2005년작 <틴토 브라스의 아모르>(이하 <아모르>)는 제목에서부터 그의 모든 영화를 집약하는 작품이다. 원제인 ‘monamour’는 ‘여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mona’와 ‘정사’를 뜻하는 ‘amour’가 결합된 단어다. 틴토 브라스의 관심사가 그것 말고 다른 게 있었던가. 뻔뻔하고 음탕한 감독, 그럼에도 언제나 궁금했던 틴토 브라스의 속내를 들춰본다.

1. 난 그냥 포르노 감독이 아니라니깐

페데리코 펠리니,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 이탈리아의 거장과 함께 영화계에 입문한 틴토 브라스는 1976년작 <살롱 키티>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장기(?)를 드러냈다. 독일 나치시대, 창녀로 일하면서 정보를 캐내는 여성당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적나라한 섹스장면과 함께 정치적인 풍자를 담아냈고, 덕분에 그는 당시 펜트하우스의 사장인 밥 구치온의 눈에 들어 세기의 문제작인 <칼리큘라>를 만들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칼리큘라>는 로마 황제의 온갖 난잡하고 추악한 성행위를 묘사한 영화지만, 사실 감독 자신은 이 영화가 아무런 목적없는 정욕의 영화가 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밥 구치온의 손에서 놀아난 <칼리큘라>는 정욕의 극한을 그려낸 영화로 세상에 공개됐고, 틴토 브라스는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틴토 브라스는 <칼리큘라> 이후 <스낵 바 부다페스트> <열쇠> <미란다> 등 성애에 집중하는 작품을 연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 자신은 한낱 포르노영화의 감독으로 치부되는 게 자존심에 걸렸나보다. 끊임없이 검열에 대항하던 틴토 브라스는 “나는 이탈리아영화의 두 다리 사이에 두개의 고환과 한개의 큰 음경을 집어넣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 틴토 브라스의 여자들

“그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모니카 벨루치) 틴토 브라스가 생각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매우 편협하다. 자연산 가슴과 크고 예쁜 엉덩이, 그리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큰 입을 가진 여성이면 그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 틴토 브라스는 언제나 자신의 눈에 들어온 여배우들을 놓치지 않았다. <올 레이디 두 잇>의 주인공인 클라우디아 콜은 당시 유럽 히프 콘테스트 챔피언이었고, <모넬라>의 안나 아미라티는 당시 18살의 어린 나이로 틴토 브라스의 제의를 수락했다. 뿐만 아니라 2001년작 <센소45>에서는 당시 47살이었던 안나 갈리에나까지 끌어들였으니 그의 섭외능력을 알 만하다. 틴토 브라스는 여성의 신체부위에서도 특히 엉덩이에 탐닉한다. <아모르>뿐만 아니라 <모넬라> <위법>(국내제목 <모넬라2>) <올 레이디 두 잇> 포스터 사진의 소실점이 여주인공의 엉덩이에 맞춰져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왜 하필 엉덩이에 집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힌트는 있다. <올 레이디 두 잇>의 남자주인공 알퐁스는 다이애나의 엉덩이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똑똑하고, 지적이고, 게으르고, 행복하고, 슬프고, 태평한 얼굴들은 모두 그들의 엉덩이와 닮아 있지. 음, 당신은 매우 고집스럽고 반항적으로 보이는군.”

3. 이왕 밝힐 것 제대로 밝힌다

여성의 엉덩이 외에도 틴토 브라스가 집착하는 것은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울이다. 틴토 브라스는 <살롱 키티>에서 마가리타와 발렌버그가 섹스를 나누던 방 안이나, <아모르>와 <올 레이디 두 잇>의 그녀들이 살고 있는 거실에 수많은 거울을 설치해놓았다. 거울은 관객의 방향감각을 혼란시키기도 하지만, 여성의 음부와 엉덩이에 집착하는 틴토 브라스에게는 카메라를 360도 회전시키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거울 때문에 여주인공의 몸이 어느 방향을 향해 있든 카메라에는 그녀의 모든 것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남녀상열지사를 묘사한 그림들이다. <아모르>의 마르타는 각종 성애화로 가득한 미술관에서 레온을 만난다. 적나라한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는 그 그림들은 그녀의 침대 위에도 그려져 있고, 마르타와 친구가 사이좋게 들어간 화장실 문에도 그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틴토 브라스의 영화임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틴토 브라스의 얼굴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해 의미심장한 행동을 하거나 잠언을 던지고 사라진다. <모넬라>에서는 모넬라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악단의 지휘자로 등장하며 <올 레이디 두 잇>에서는 신혼부부의 호텔방을 훔쳐본다. <아모르>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파티에서 아랫도리를 드러내는 무희가 “성기는 마음의 눈”이라고 말하자 또 다른 한 여자가 천박하다고 구시렁거린다. 이때 틴토 브라스는 그녀를 다그치며 말한다. “무슨 소리!, 강조할 것은 분명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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