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 한국에서도 개봉하는 알렝 레네의 뮤지컬영화 <입술은 안 돼요>
2008년은 ‘누벨바그’ 50년을 축하하는 해이다. 한편 그 당시 ‘급진적 젊은이’라고 불렸던 그들은 이제는 할아버지들이 됐다. 영화의 이 할아버지들은 2007년 최고 프랑스영화 중 몇편을 우리에게 주었다.
한국인들은 알랭 레네 감독의 <마음>의 애잔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85살의 레네는 허우샤오시엔이나 데이비드 린치가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고백하면서 여전히 현대영화에 닻을 내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장면 분할을 높이 평가하는 (<소프라노스>, <24> 등과 같은) 미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마음>의 음악은 <X파일>의 크레딧 작곡가인 마크 스노가 맡았다.
레네 감독이 천천히 끈기를 가지고 작품을 조각하듯이 가다듬으며 작업을 한다면, 77살의 클로드 샤브롤 감독은 매년 한편의 장편을 뽑아낸다. 그의 최근 작품은 <둘로 잘린 소녀>인데 지금도 상영 중이다. 미디어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계급 사이의 관계에 관한 신랄하고 익살스러우며 가차없는 시선은 평단을 나누었는데, 이 사실은 <아름다운 세르주>의 감독이 자신의 과거의 영광 속에 굳어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샤브롤이 <카이에 뒤 시네마>에 있었을 때 에릭 로메르가 편집장이었고, 둘은 함께 히치콕에 관한 책을 썼다. 87살의 로메르 감독은 <아스트레와 셀라동의 사랑>(별과 청자기의 사랑)을 내놓았다. 영화는 중세를 배경으로 마치 초록 전원의 흰 양과 목동이 어울린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판화 연작처럼 펼쳐진다. 이 매혹적인 희롱극의 첫 장면들부터 로메르 감독이 약 50년 전부터 관객에게 들려줬던 소소한 멜로디가 점점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그가 육체적으로 지쳤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 새로운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누벨바그’의 막내 바벳 슈뢰더 감독은 60년대 초에 ‘로장주 필름’을 차렸고, 특히 로메르의 영화들을 제작했다. 1969년 연출을 시작했고, 한때 할리우드로 건너가 <미키 루크의 술고래>(1987), <위험한 독신녀>(1992) 등을 연출했고 올해 <공포의 변호사>를 선보였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극좌파 테러리스트 단체나 나치 전범 크라우스 바르비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 자크 베르제에 관한 것이다. 이 작품은 슈뢰더의 이전 작품 <행운의 반전>(1990)과 근접하다. 베르제의 애매모호함을 가로질러, 66살의 감독은 자기 세대의 실패한 참여운동들을 이야기하고 20세기의 격정적인 폭력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로장주 필름’은 올해 마침 발자크의 소설을 각색한 음울하고도 매혹적인 <도끼를 건드리지 마>를 제작했다. 감독인 자크 리베트는 올해 79살이다.
언젠가 한 한국 친구가 내게 임권택 감독의 상황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경우라면서 그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말처럼 들렸는데, 생각하고 보니 사실 많은 한국 감독들이 마치 회사의 고위 관리처럼 은퇴를 한다 싶었다. 그들은 가르치고, 글을 쓰고, 수많은 영예를 얻지만 더이상 영화를 찍지는 않는다.
이런 선택이 내게는 놀라운 것이 그토록 많은 ‘누벨바그’ 세대 감독들이 아직도 프랑스영화를 풍부하게 하고, 어느 누구의 자리도 빼앗지 않으면서 젊은 기술자와 배우들과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을 전달해주는’ 늙은 현자로서의 의무를 다한다는 동기로 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마지막 숨결을 영화에 불어넣겠다는 병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와 여전히 관객을 직면했을 때의 위험 속에 자신을 처넣는 즐거움 때문에 한다. 새로운 물결이란 뜻의 ‘누벨바그’에 있어 모래사장은 아직 멀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