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하지만... 입술은 안돼요!
세 남자, 세 여자의 유쾌한 사랑 찾기 대소동미국인 에릭 톰슨과의 이혼 사실을 숨기고 돈 많은 조르주와 결혼한 질베르트. 그녀의 비밀을 아는 것은 여동생인 아를레트뿐이다. 그런데 조르주가 에릭 톰슨과 사업 문제로 친분을 나누게 되면서부터 순조롭던 질베르트의 삶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에릭이 나타나자 질베르트와 아를레트는 이혼 사실을 숨기려고 애쓴다. 한편 평소 질베르트를 흠모해온 젊은 청년 샤를레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구애를 하지만 여의치가 않고, 질베르트 부부와 친분이 있는 아가씨 위게트는 샤를레를 흠모하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애만 태운다. 결국 질베르트는 아를레트와 함께 에릭 톰슨의 거처를 찾아가고, 같은 시간 위게트 역시 에릭 톰슨과 같은 건물을 빌려 쓰던 샤를레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결국 조르주와 질베르트, 아를레트, 에릭, 위게트, 샤를레는 한 방에 모여 자신의 짝을 찾아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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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거장 감독의 유쾌하고 사랑스런 뮤지컬 코미디
고전적인 실내극과 뮤지컬의 결합이 돋보이는 영화 <입술은 안돼요>는 <히로시마 내 사랑>, <지난해 여름 마리앵바드에서> 등 실험적 영상 미학과 사회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해 온 거장 알랭 레네가 1997년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에 이어 만든 두 번째 뮤지컬 영화다. 가장 위대한 프랑스의 영화 작가로 불리는 알랭 레네는 1990년대 이후 부쩍 밝고 가벼워진 작품 세계를 보여 주고 있는데, <입술은 안돼요>는 노장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쾌하며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아울러 고전 연극 같은 고풍스런 세트와 풍부하고 화려한 의상, 유쾌한 음악과 익살스러운 상황 설정은 때로는 유치하고, 달콤한 사랑의 순간을 따뜻한 손길로 버무린 감독의 솜씨에 힘을 실어준다.
영화와 연극, 뮤지컬의 행복한 만남
1925년 어느 가을 오후에 시작되는 <입술은 안돼요>는 세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서로의 진실한 사랑을 찾기까지의 한바탕 소동을 그리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이 영화는 프레임 안에 다양한 등장 인물들이 분주히 드나들며 사건을 만들고, 큐피드의 화살은 상대를 찾지 못한 채 허공을 헤맨다. 좁은 공간 안에서 엇갈리는 인물들이 벌이는 익살극은 다분히 연극적이며 심지어 영화 안에서 실제로 연극이 펼쳐지기도 한다. 여기에 유쾌한 노래들이 어우러져 <입술은 안돼요>는 보는 이들을 정신없게, 또 행복하게 만들며 지루한 틈을 주지 않는다.
“비밀을 지켜주길 바래~” 사랑스런 인물들의 유쾌한 소동극
<입술은 안돼요>는 마치 뮤지컬 영화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거장의 가르침처럼 가볍지만 농밀하게 이루어져 있다. 1925년 가을의 파리. 한가한 오후에 파티를 준비하던 질베르트는 남편의 사업 파트너가 자신의 첫 남편인 미국인 에릭이며 그가 초대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에릭의 방문을 앞두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질베르트와 아를레트 자매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는커녕 유쾌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들 자매의 우왕좌왕 비밀 사수 미션이 진행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사랑의 줄타기가 이어진다. 질베르트를 사랑하는 젊은 예술가 샤를레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귀여운 아가씨 위게트, 여기에 예상치 못한(?) 황당 커플의 탄생까지 <입술은 안돼요>는 여섯 남녀들의 사랑의 막대기가 과연 누구에게 향할지 흥미진진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아슬아슬한 비밀이 밝혀지는 클라이맥스의 무대는 파리의 23번가 별장. 중국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밀실 사이를 오가며 그들은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된다.
PRODUCTION NOTE
낭만적인 노래와 화려한 의상,
고급스런 무대가 선사하는 오감 만족 영화
<입술은 안돼요>는 1925년 아르데코의 모더니즘이 한창 유행이던 파리, 샤넬 No.5 향수를 뿌리고 세련된 의상을 뽐내던 패셔너블한 여성들이 넘쳤던 시대를 배경으로 엇갈리는 사랑 속에서 짝을 찾는 주인공들의 소동에 상큼한 음악을 더한 뮤지컬 영화다. 황금기 뮤지컬의 매력을 정공법의 연출로 현대에 되살리는데 성공한 이 작품은 세계의 영화팬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한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세자르상에서 9개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의상디자인상 등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 <입술은 안돼요>는 영화 전편에 흐르는 20곡 이상의 사랑스러운 뮤지컬 넘버가 귀를 자극하며,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화려한 1920년대 패션과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고급스런 세트는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영화, 연극계를 대표하는 개성 있는 실력파 배우들의 호화로운 연기 앙상블 역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최고의 스탭과 캐스트에 의해 되살아나는 꿈의 오페레타 세계
1925년 파리에서 롱런을 기록한 앙드레 바르드의 걸작 오페레타 <입술은 안돼요 Pas sur la bouche>를 원작으로 한 <입술은 안돼요>에는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최근 알랭 레네 영화에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사빈느 아제마와 피에르 아르디티는 이미 두 번이나 세자르상 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베테랑 배우들로, 질베르트와 조르주 부부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 연기를 보여준다. 한편 질베르트의 동생 아를레트 역에는 개성파 배우 이자벨 낭티가 캐스팅되어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표출한다. <아멜리에>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오드리 토투는 사랑에 빠지는 위게트 역으로 자신의 달콤한 면을 잘 드러낸다.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제법 진지한 역을 소화했었던 랑베르 윌슨은 미국인 에릭 톰슨 역을 맡아 떠듬거리는 프랑스어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INSIDE MOVIE
고전 오페레타, 고급스럽고 세련된 파리풍 뮤지컬로 재탄생
<입술은 안돼요>는 1925년 파리에서 롱런을 기록한 앙드레 바르드의 걸작 오페레타 <입술은 안돼요 Pas sur la bouche>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8세기 모차르트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오페레타’는 오페라보다 가볍고 대중적인 음악을 가리킨다. 가볍고 대중적인 오페라는 파리에서 오페라 코믹(후에는 오페라 부파)이라 불리며 19세기 중엽까지 공연되었다.
1855년 자크 오펜바흐는 객석이 50석밖에 안되는 부흐 파리잔을 만들어 개관 기념작으로 자신이 작곡한 단막극 <두 사람의 맹인>을 공연해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것이 최초의 오페레타로 꼽힌다. 이후 1859년 3막극인 <천국과 지옥>을 무대에 올려 또 한번 성공을 거둔 오펜바흐는 1880년 죽을 때까지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오페레타의 완성자로 꼽힌다. 그의 오페레타는 전 유럽에 영향을 미쳐 비엔나에서는 비엔나 오페레타가, 영국에서는 길버트와 설리번의 오페레타가 등장했으며 나중에는 미국의 뮤지컬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차 대전 후 파리에서는 폭스트로트와 탱고의 리듬을 토대로 사회를 풍자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오페레타가 등장한다. 파리풍 뮤지컬로 불리기도 하는 이 새로운 스타일의 오페레타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모리스 이반을 들 수 있는데, 그는 오페레타 <입술은 안돼요>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1925년에서 1940년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파리풍 뮤지컬은 중상층 젊은 여성들의 바람기, 착각, 거짓말 등을 코믹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며, 일상적인 세계가 약간의 상황 변화로 인해 어떻게 코믹한 상황이 되는가를 제대로 표현했다.
<입술은 안돼요>를 통해 본 1920년대 패션
한가한 오후의 티파티, 저녁에 벌어지는 파티까지 <입술은 안돼요>는 경쾌한 뮤지컬 형식에 맞게 시종일관 파티와 공연이 펼쳐진다. 1920~30년대 사교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이 영화에서 프랑스의 여배우 3인방 사빈느 아제마, 이사벨 낭티, 오드리 토투는 그 시절 유행 코드를 알 수 있는 화려한 의상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년의 나이에도 남편의 절대적인 사랑과 전남편의 구애, 젊은 청년의 일방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질베르트 역의 사빈느 아제마는 장면마다 섹시하고 세련된 의상을 우아하게 선보인다. 오드리 토투 역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의상을 통해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을 뽐낸다.
1920년대의 패션은 샤넬, 랑뱅, 장파투의 의상이 대표적이며 루스 웨이스트 드레스, 슈미즈 드레스, 로웨이스트 스커트, 행커치프 헴라인, 스티치 장식, 롱 재킷, 로웨이스트, 튜블러 실루엣(컬럼 실루엣, 실린더 실루엣)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더불어 스포츠룩, 머린룩, 캐주얼 소재의 니트와 저지 등이 모드로 대두된 시대이기도 하다.
1920년대의 기본적인 실루엣은 허리에 여유를 둔 직선적인 실루엣으로 스커트 길이가 많이 짧아졌으며 1925년 무렵부터는 벨트를 사용했다. 이 시기에는 전쟁 후 직업 여성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자 보이시한 스타일을 선호했는데, 이러한 당시의 톱 모드(top mode)를 입는 여성을 플래퍼(flapper 말괄량이)라 하였다. 이 플래퍼들은 자유를 찾아 복장·행동 등에서 관습을 깨뜨리고 유행에 열중하여 빨간 연지에 보브 헤어, 깃이 없고 소매 없는 드레스 등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