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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영화] 가늘고 긴 흥행사들이 온다
씨네21 취재팀 2007-08-09

독립장편영화 6편

최근 들어 흥행 측면에서도 무시 못할 존재가 된 독립장편영화 또한 속속 개봉될 예정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기존 아트플러스 체인 외에 독립영화 전용관도 문을 열 예정이어서 독립장편영화의 관객 흡인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촬영에 돌입한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제작 <은하해방전선> 제작위원회·청년필름, 개봉예정 11월)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SF영화가 아니라 연애에 관한 블랙코미디다. 주인공은 초보 감독 영재(임지규). 평소 말 많기로 소문난 그는 여자친구 은하가 떠나가고 투자자가 있는데도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게 되자 어느 날 갑자기 실어증에 걸린다. 더 황당한 일은 입을 열면 하모니카 소리가 난다는 점이다. 여기에 입을 열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한 복화술 배우, 진심을 말할 때 다리를 떠는 녹음기사 등의 캐릭터가 윤성호 감독 특유의 황당무계한 아나키즘적 상상력을 돋보이게 할 전망이다. 김보경의 출연 또한 이채로운 대목이지만, 영재 역의 임지규는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윤성호 감독의 ‘잘생긴’ 분신 역할을 하게 된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임지규를 좀더 빨리 만나고 싶은 관객이 있다면 양해훈 감독의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배급 인디스토리, 개봉예정 10월)를 택하면 된다. 성장이라는 주제를 낭만적인 시각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에서 냉혹한 관점으로 다룬 이 영화에서 임지규는 주인공 제휘로 등장한다. 제휘는 고등학생 시절 동창인 표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한 후유증으로 방에만 머물고 있다. 인터넷만을 세상을 향한 유일한 통로로 삼아 살아가던 그에게 장희라는 여성이 다가온다. 제휘는 장희와의 관계 덕분에 서서히 세상에 대해 문을 열지만 다시 표를 만나 수모를 겪게 된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성장 이면에 자리한 상실감을 폭력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문제작이다.

최근 촬영을 모두 마친 HD옴니버스영화 <판타스틱 자살소동>(제작 MBC 드라마넷·인디스토리, 배급 인디스토리, 개봉예정 10월)은 방송계와 독립영화가 협업을 시도하는 첫 작품이다. 단편 <핵분열가족>을 만든 박수영 감독의 <암흑 속의 세 사람>(출연 타블로, 한여름), <피터팬의 공식>을 연출한 조창호 감독의 <날아라 닭>(출연 김남진), <거울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감독을 맡은 <해피 버스데이>(출연 강인형)로 구성된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체험하는 판타스틱한 사건을 소재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극장 개봉 직후 방송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공자관 감독의 <색화동>(출연 조재완·김동수, 제작 청년필름·클릭영화사, 개봉예정 11월)은 ‘독립에로영화’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이다. <깃발을 꽂으며> 등 여러 편의 에로영화를 연출했던 공자관 감독의 독립영화라는 이유로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색화동>은 한 감독 지망생이 <올 누드보이>라는 에로영화의 조감독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코미디다. 에로영화계에서 3년 동안 일했던 공자관 감독의 경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색화동>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품고 있다.

<색화동>

<택시 블루스>

독립장편다큐멘터리 또한 활발히 개봉되면서 <우리학교>가 일으킨 조용한 태풍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배급 인디스토리, 개봉예정 12월)는 2005년 완성된 이후 프리부르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의 여러 영화제를 통해 선보였던 작품이다. 최하동하 감독 스스로 택시업체에 들어가 하루 12시간씩 차를 몰면서 촬영한 이 영화는 감독과 승객의 대화나 승객의 모습을 통해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어두운 심장부를 보여준다. 물론 생계와 영화제작을 어렵사리 병행하고 있는 감독의 모습 또한 애처롭게 느껴진다.

꾸준히 생태주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황윤 감독의 영화 2편 또한 정식으로 개봉된다. 2001년에 만들어진 <작별>(배급 영화사 진진, 개봉예정 10월 또는 11월)은 동물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한 여성과 야생동물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수의사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야생동물의 삶을 보여준다. “인간으로 태어난 죄책감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황윤 감독은 동물 또한 소중한 감성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낸다. <어느 날 그 길에서>(배급 영화사 진진, 개봉예정 10월 또는 11월)는 국내 최초로 ‘로드킬’(야생동물을 치는 교통사고)에 관해 체계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사람들을 통해 맹목적인 경제 우선의 논리가 생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도로 위에 나뒹굴고 있는 야생동물의 처절한 시체는 결국 인간들의 황폐한 내면의 발로임을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배급 영화사 진진, 개봉예정 10월 또는 11월)은 재일동포 김덕철 감독의 역작이다. 전작인 <건너야 할 강>에 이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조명하는 이 영화는 한국인 2명과 일본인 2명의 삶을 6년 동안 꾸준히 포착하면서 한일관계의 역사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상까지 보여준다. 2차대전 당시 일본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됐다가 60년 만에 일본을 찾는 김경석, 요코하마의 조선고등학교를 방문하는 일본 여고생 다카키 구미코양, 자신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고려박물관을 건립하려는 재일한국인 2세 송부자씨,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사가 된 이후 평화를 위해 깊은 고민을 펼치고 있는 세키다 히로오 등의 사연이 깊이있게 묘사된다.